벨기에 만화가 에르제의 24부작 어드벤처 시리즈 <땡땡의 모험>은 소년 저널리스트의 전세계적인 모험을 그린 작품이다. 1929년 어린이 신문에서 연재가 시작된 이 코믹 스트립은 1930년 첫 단행본 발간 이후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80개국에 번역 출간됐다. 대장정을 이루는 이 어드벤처 시리즈가 영화화된 건 사실 놀라운 일이 아니다. 두 편의 극장용 애니메이션을 비롯해서 TV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전례도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의 스크린 진입을 지휘하는 것이 스티븐 스필버그와 피터 잭슨이라는 두 대가라면, 게다가 그것이 퍼포먼스 캡처를 통한 CG 애니메이션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게다가 <틴틴: 유니콘호의 모험>(이하, <틴틴>)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첫 애니메이션 연출작이기도 하다.
퍼포먼스 캡처를 이용한 CG 애니메이션의 장점은 세심한 근육의 움직임까지 포착하며 실제적인 캐릭터의 감정을 새겨 넣을 수 있는 동시에 카메라가 쫓기 힘든 앵글의 한계를 뛰어넘는 애니메이팅의 표현력을 함께 얻어낼 수 있다는 점에 있다. 디테일과 스케일을 함께 수확할 수 있다는 것. 평면 위에 그려진 세계 속을 활보하던 땡땡을 비롯한 다수의 캐릭터들을 양감의 세계로 이끌어내는 방식으로서 이는 유용해 보인다. 실사에 가까운 캐릭터를 구현하고 감정을 불어넣는 동시에 전세계를 비롯해서 달까지 착륙하는 땡땡의 모험에 효과적인 스펙터클을 가미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원작을 스크린에 구현하겠다는 목적 이상의 성취에 대한 욕망으로 읽힌다.
<틴틴>은 영화화된 시리즈의 출항을 알리는 작품이자 스크린을 통해서 새롭게 재구성된 세계 자체를 안착시키는 시도로서의 야심을 품고 있다. 땡땡으로 알려진 틴틴을 비롯해서 모든 캐릭터의 이름은 영어권 이름으로 통일되거나 변형되고, 원작 시리즈 가운데 세 편의 에피소드를 엮어 넣으며 스토리텔링을 재단했다. 그런 의미에서 <틴틴>은 영화화된 시리즈의 초석을 다지고 본격적인 어드벤처 시리즈의 새로운 출항을 알리는 작품이다. 호기심을 동력으로 미스터리를 파헤치는 저널리스트 틴틴이 우연히 발견한 유니콘호의 모형을 통해서 새로운 호기심을 작동시키고, 모험을 펼쳐나가는 서사, 그 여정 가운데서 만난 선장 하독은 극적인 위트를 추가하고 버디무비의 활력을 부추긴다. 추리물이라는 장르 안에서 인과에 대한 서술적 강박이 때때로 미스터리를 식상하게 무너뜨리는 감은 있지만 어드벤처 장르 안에서 전시되는 비주얼의 쾌감이 그 빈틈을 압도적으로 메운다.
무엇보다도 <틴틴>의 가장 큰 성과는 퍼포먼스 캡처가 실사 촬영을 통해서 구현해내기 어려운 스펙터클의 맹점까지 밝혀낸다. 비사실적인 프레임의 사실적인 구현을 가능케 하는 표현력의 도구로서 퍼포먼스 캡처를 이용한 CG 애니메이션이 지닌 가능성을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증명하는 현재의 기술적 척도에 가깝다. 물론 <틴틴>은 완벽하게 언캐니밸리를 뛰어넘은 작품은 아니다. 실사와 유사한 애니메이션 캐릭터가 주는 이질감의 불쾌가 <틴틴>에서도 발견되는데 이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발전 속에 자리한 기술적 결함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균형이 맞지 않는 캐릭터 묘사로부터 기인하는 바도 크다. 이를 테면 실제 사람의 형상에 가깝게 변주된 틴틴의 외양과 달리 하독을 비롯한 몇몇 인물들은 애니메이션의 과장된 생김새로 구현되고 있는데 이런 묘사의 조합이 때때로 그 세계의 실제적인 풍경에 어울리지 않게 자리하고 있다는 감상을 부여한다. 이는 어쩌면 애니메이션의 양식을 처음으로 시도하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의도적인 실험이 묵인하고 있는 고의적인 현상 같기도 하다.
어쨌든 <틴틴>은 어드벤처 장르물로서 극한의 체감을 선사하는 작품이다. 특히 후반부에 등장하는 원신 원컷 롱테이크 추격신은 그 자체로서 하나의 전형으로 회자될만한 성취에 가깝다. 고전코믹스 원작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해냈다는 새로운 의미와 함께 실사 촬영을 통해서 구현하기 어려운 스펙터클을 묘사해내는 기술적 수단을 자신의 것으로 개발해내는 테크니션 장인들의 면모가 반영된 새로운 전형으로서 의미를 지닌다. 피터 잭슨과 스티븐 스필버그의 만남이라는 카피가 단순히 홍보용 문구로서 유용한 것이 아닌, 새로운 어드벤처 시리즈의 미래를 밝힌다는 점에서도 만족스럽다. 제작을 맡은 피터 잭슨과 연출을 맡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자리를 바꾼다는 속편을 비롯해서 피터 잭슨과 스티븐 스필버그가 공동 연출을 계획한다는 세 번째 속편까지, 트릴로지가 항해할 지도를 함께 들여다보고 싶게 만든다는 점만으로도 <틴틴>은 분명 탁월한 출항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