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라니, 동물원을 인수한 어느 갑부에 관한 이야기냐. 물론 아니다. 도전 정신이 강한 칼럼니스트 벤자민 미(맷 데이먼)가 어느 날 덜컥 사버린 동물원에 관한 이야기다. 그에게는 아내가 있었고, 이젠 아들과 딸이 남았다. 사별한 아내의 추억으로부터 달아나듯 새로운 터를 찾던 그에게는 좀 더 자연친화적이고, 너른 안식처가 필요했다. 그런 집이 동물원에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그는 동물원을 샀고, 우여곡절 끝에 그의 주변의 모든 이들이 결국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라고 말하기까지의 여정을 그린 영화가 바로 <우리는 동물원을 샀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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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코타 패닝과 엘르 패닝은 할리우드의 뜨거운 자매. 다코타는 일찍이 연기 잘하는 아역배우 수준을 넘어서 할리우드의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엘르 역시 그녀의 예쁜 여동생으로 유명세를 얻었다. 그러나 엘르는 선언하듯 말했다. “다코타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여배우죠.” 그리고 심상치 않은 행보를 걷고 있다. 지난 해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소피아 코폴라의 <썸웨어>(2010)에서 엘르의 존재감은 기대 이상이다. 화려한 일상을 전전하며 공허한 일생을 채우는 어느 스타 배우가 유일하게 자신의 삶을 수식해주는 딸과의 교감을 담고 있는 이 작품에서 엘르는 현재진행형의 성숙을 마음껏 자랑한다. 특히 근작인 <슈퍼 에이트>(2011)에서 그녀는 또래의 남자 아역배우들과 비교될 만큼의 성숙한 면모를 과시한다. “나는 다른 사람이 되고,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것을 사랑할 뿐이에요.” 이제 엘르는 더 이상 타코타의 동생으로 불리지 않는다. 준비된 슈퍼 탤런트로 자신의 미래를 꿈꾼다.

(beyond 9월호 Vol.60 'TAKE ONE MOVI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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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에이트>를 이루는 줄기는 이렇다. 결핍과 불화가 잠재된 가족 내에서 성장하는 소년, 거대한 기차 탈선 사고, 미스터리한 실종과 도난 사고의 연속, 군이 개입된 정부적 음모론, 그리고 무시무시한 미지의 존재. 하지만 <슈퍼 에이트>라는 제목의 의미에 깊은 관심을 지니고 있을 누군가에게 보다 중요한 정보는 따로 있다. 슈퍼 8mm 카메라로 영화를 촬영하는 아이들. <슈퍼 에이트>라는 제목의 출처는 이렇다. 아이들의 영화 찍기는 <슈퍼 에이트>가 품은 갖은 요소들의 변두리를 돌면서도 언제나 그 모든 요소들로부터 동떨어지지 않은 채 존재하는 행위다. 이는 동시에 이 영화의 태생적인 목표를 대변하고 그 야심을 담고 있는 도구를 겨냥한 제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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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났다. 축복을 공유해야 할 이들의 얼굴이 하나같이 비통하다. 산모가 죽었다. 그 때문인가. 다들 아이를 경계한다. 아이의 얼굴을 본 아버지의 얼굴은 경악을 품더니 그 아이를 들고 어디론가 미친 듯이 달려간다. 그리고 아이는 버려진다. 팔순 노인의 주름으로 가득한 작은 얼굴과 백내장에 관절염까지 앓고 있는 노쇠한 육체는 막 태어난 아이라는 말을 무색하게 만든다. 노인들의 요양원에서 거두어진 아이는 운명처럼 노인들 사이에서 자라난다. 그곳에서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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