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죽음은 어쩌면 평행선에 놓여 있다. 삶이 시작되는 것처럼, 죽음 또한 예기치 않게 찾아온다. 단지 해가 뜨고지는 것처럼 명확하게 그 시작과 끝이 존재할 뿐이다. 불과 27세의 나이에 척추암 판정을 받고 생사의 확률이 50%라는 진단을 얻은 아담(조셉 고든 래빗)의 삶 역시 다르지 않다. 매일 아침마다 꾸준히 조깅을 하고, 술과 담배를 멀리하는 그가 자신의 등이 기다란 암세포로 잠식당하리란 예감이 가당한가. 하지만 아담은 암 진단을 받으며 생사 확률 50% 선고를 받는다. <50/50>은 갑작스럽게 생사의 기로에 서게 된 아담이 겪게 되는 암투병기 혹은 암 선고 이후의 일상을 돌보는 이야기다.
<50/50>은 시나리오 작가 윌 라이저가 세스 로건의 권유로 자전적인 암투병 경험을 모티프로 시나리오를 집필하며 시작된 영화다. 영화 속 사연과 그의 실제적인 경험이 얼마나 매치되는지 알 수는 없지만 영화에 부여된 특이성을 비추어 판단했을 때, 그 개인적인 경험의 특수성이 이 영화의 근간이 됐다는 것만큼은 확실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50/50>은 암투병 중인 주인공을 다룬 영화이지만 신파의 가능성이 농후한 소재에 매몰되는 대신, 인물의 일상을 유쾌하고 산뜻하게 길어 올리는 드라마로 완성됐다. 암투병의 과정을 그리는 영화가 아니라 한 남자가 암투병을 통해서 변화된 삶을 통해서 새롭게 발견하게 되는 일상의 가치관에 관한 영화라는 것.
죽을 가능성이 5할이면 곧 살 가능성도 5할이다. 그리고 그 반타작의 가능성 위에서 생사를 예감해야 하는 남자를 비추는 이 영화는 어떠한 긍정도 부정도 배제한 채 그 일상의 변화를 탐색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담에게 있어서 죽음이란 삶의 변화를 맞이하거나 모색하게 되는 계기로 작동한다. 친구의 만류에도 교제를 계속해온 애인과의 관계를 신랄하게 판단하게 되고, 가족과의 애정을 다시 확인하기도 하며, 평소 행하지 않던 일탈에 과감히 빠져들거나 참아왔던 분노를 폭발시킨다. 이 모든 과정은 일종의 발견이다. 죽음의 암시가 삶을 유지하는 수많은 규칙과 습관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건 아이러니하다. 그리고 이는 삶이 그만큼 예측할 수 없는 불확실한 여정임을 명쾌하게 일깨운다. 죽음은 때로 보다 선명하게 생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암투병이라는, 타인의 불행을 지켜보는 과정은 그 자체로 통증일 수 있으나 <50/50>은 이러한 과정조차 연속적인 삶의 진행 속에서 맞닥뜨리는 하나의 여정처럼 담담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모든 것이 마음먹기 달렸다는 빤한 교훈을 설파하는 대신 사소한 일상의 연속이 결국 어떤 삶의 결과를 이루는 총아의 조각임을 되짚게 만든다. 쿨하다기 보단 따뜻하고, 냉정하다기 보단 애정 어린 시선에 가깝다. 이 시선 속에 놓인 인물들, 즉 배우들의 존재감도 탁월하다. 조셉 고든 레빗과 세스 로건이 만들어내는 화학 작용은 <50/50>의 유쾌함과 진솔함을 불어넣는 동력과 같다. 평면적인 안정감을 선사하는 안나 케드릭의 미소와 수직적인 긴장감을 부여하는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의 히스테리는 영화의 감정적인 변화를 직감케 하는 좌표축과 같다. 그리고 <50/50>은 선택과 만족의 상관관계 안에서 직선의 상승 그래프를 예감해도 좋을, 유의미한 일상의 발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