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갈라지다 이내 꺼진다. 달아날 곳조차 없을 정도로 지반 전체가 요동을 친다. 캘리포니아주 전체가 마치 기울어진 접시 위의 팬케이크처럼 바다 속으로 잠겨버린다. 화산도 폭발하고, 쓰나미까지 밀려온다. 지구상의 대륙이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다. 사람이 발붙이고 설 땅이 없어진다. 말 그대로 전지구적 재앙이 스크린을 가득 메운다. <2012>는 재난이란 이름으로 명명되는 이미지들의 합집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재앙 블록버스터의 총아다. 재난이라면 보여줄 만큼 보여준 할리우드가 아예 끝장을 보자는 심산으로 영화를 제작한 것마냥 보일 정도로 막대한 규모를 전시하는, 진정한 블록버스터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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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단평

cinemania 2009. 11. 5. 01:52

땅이 꺼진다. 화산이 폭발한다. 쓰나미가 밀려온다. 지구 전체가 요동을 친다. 사람이 발붙일 곳은 없다. <2012>는 해볼 만큼 해보다 못해 끝장을 보는 재앙 블록버스터다. 아마 지구에서 재앙이라고 할만한 이미지들은 죄다 나올 거다. 그것도 전세계 랜드마크를 배경으로 시원하고 화끈하게 파괴적 장관들을 그려낸다. 마치 큰 스크린이란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것이라 훈수 두는 것마냥 그렇다. <2012>가 그려내는 무지막지한 이미지는 분명 부정할 수 없는 엄청난 볼거리다. 그럼에도 그것이 심심함을 느끼게 만드는 이유는 <2012>가 규모 외에 내세울 것이 없다는 상대적 초라함 덕분이다. 사실상 <2012>에서 드라마란 거대한 이미지를 이어나가기 위한 교각에 불과하다. 문제는 그 교각이 부실해 다음 이미지로 건너가는 과정이 순탄치 않다는 점이다. 재앙의 주변부에 놓인 캐릭터들은 생존적 리얼리티보다도 휴머니즘을 구현하겠다는 연기적 일념으로 충만하듯 인위적 상황 속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 게다가 그 파괴적인 장관들은 볼거리 이상의 긴장감을 부여하지 않는다. 그저 바라만 보게 만들 뿐, 결코 위협적이지 않다. 서스펜스에 대한 연출적 감각이 부재하다. 물론 인류의 멸망적 위기를 관람한다는 건 묘하게 침통한 감상을 부른다. 그건 <2012>가 특별해서가 아니라 이를 묘사하는 이미지의 우월함 덕분이다. 말 그대로 <2012>CG팀의 공헌도가 팔 할인 영화다. 딱히 롤랜드 에머리히를 칭찬할 구석은 많지 않다. 마치 부모 잘 만난 자식의 사치를 보는 것 같다. 돈 있는 할리우드나 되니까 이 정도로 무모한 짓도 가능하단 말이다. 그만큼 그 막대한 자본을 좀 더 현명한 곳에 쓸 수 없었을까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딱히 2시간 40여분에 육박해야 할 만큼 필연성이 느껴지지 않는 스토리는 명백한 필름 낭비다. 다 떠나서 (어차피 볼 당신이) 큰 화면에서 봐야 한다는 건 진리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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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불명의 숫자가 빼곡히 적힌 종이엔 인류의 운명이 걸려있다. 그 숫자들은 인류에게 찾아올 재앙을 예언하는 암호와 같다. 1959년 메사추세츠의 초등학교에서 개교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묻었던 타임캡슐로부터 50년 만에 발견된 종이엔 지난 50여 년간 전세계에서 발생한 모든 재앙을 예언한 숫자들로 채워져 있다. 문제는 그 외의 숫자들이다. 지난 50년 간 발생했던 재앙을 지목하는 숫자들 외에 다가올 재앙을 가리키는 숫자들이 있다는 것. 다가올 재앙의 정체를 반신반의하는 사이 끔찍한 예감은 실재가 된다. 재앙이 발생하고 사람들이 죽는다. 예언이 작동한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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