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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4.07 <똥파리> 단평
  2. 2008.06.10 순환

<똥파리> 단평

cinemania 2009. 4. 7. 04:35

어떤 이는 그 폭력 앞에서 생소함을 느끼고 겁에 질려 주저앉을 것이다. 어떤 이는 그 폭력 앞에서 멱살을 잡힌 채 뺨을 얻어맞으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 <똥파리>는 그 어느 쪽에게도 관대하지 않은 영화다. 주저 않은 쪽도, 멀쩡하게 일어서서 눈감지 못하는 쪽도 하나같이 폭력을 감내해야 한다. 정제되지 않은 육두문자와 거침없는 구타는 스크린 너머의 세상을 온전히 타자화시킬 것 같지만 실상 어느 곳보다도 현실적인 풍경이다. 가난 앞에 무기력한 수컷들이 무차별적인 증오를 휘두르는 사이 점차 부서지고 파편화되는 가족들의 모습은 지독하게 낯익은 풍경이다. 지독한 폭력에 노출된 가족은 헤어날 수 없는 부조리의 자궁에서 또 다른 증오를 잉태한 채 자라고 엉킨다.

 

<똥파리> 99%의 절망으로 채워진 광경이다. 아이러니하지만 그래서 희망적이다. 슬픔에서 비롯된 연민을 부를지언정 스스로 희망을 연출하지 않는다. 절망을 관통하고 멈춰선 채 응시한다. 통증을 각성시키고 폭력을 환기시킴으로써 파묻어 부정하던 폐부에 대한 두려움을 넘어서도록 유도한다. 따뜻한 위안이기 보단 거친 윽박을 지른다. 당황스럽겠지만 객석에서 일어날 때 즈음엔 진통과 함께 밀려드는 일말의 가능성을 품고 구상해야 한다. 역설적이지만 그것이 이 영화의 유일한 1% 희망이기 때문이다. 그 절망을 목도하는 자들은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유전되고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만약 당신이 그것을 가능케 한다면 99%의 절망과 1%의 희망은 역전될 수 있다. 1%의 희망은 결국 영화 밖에 있다. 똥파리는 죽어도 세상은 여전히 똥 무더기다. 혐오의 대상이 사라져도 혐오의 세계는 남는다. 그걸 걷어내야 한다. 그것을 가능케 하는 건 영화가 아닌 관객이다. 바로 당신이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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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

time loop 2008. 6. 10. 02:58

아련하게 솟아올랐다.

이내 허망하게 짓눌렸고,

처참히 일어서다

또 한번 숙연하게 짓밟혔다.


그 지점은 절망과 희망이 교차하는 곳이다.

하나의 단어가 선택되는 과정 속에서도 엄청난 사연이 형성된다.

단지 결과론적으로 한 단어가 선택될 뿐이지만

우리는 그 너머를 가득 메우던 우주적인 사연이 시간의 흐름 속에 압사하여 우리의 현실로 비춰지지 않음을 감지해야 한다.


모든 삶이란 이렇게 길지만 끝없이 잘려나간다.

현실은 언제나 그렇게 끝없이 사멸하고 잉태된다.

절망도, 희망도, 끝없이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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