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약함은 힘을 필요로 하고, 배신은 피를 부른다.” 닌자를 양성하는 비밀 집단 ‘오즈누’의 수장 오즈누(쇼 코스기)의 대사처럼 그곳은 약육강식의 세계다. 그리고 라이조(정지훈/)는 그곳에서 살아남은 생존자이자 체제에 대한 반역자다. 일종의 신고식이라 할만한 첫 번째 살인 임무 이후, 조직에 등을 돌리게 되는 라이조는 자신의 삶이 있는 곳이라 믿었던 ‘오즈누’를 떠나 진짜 자신의 삶을 찾아 달아나고 조직에 맞선다. <닌자 어쌔신>은 폭력적 강압을 강령처럼 받아들이며 유지되던 조직 체제에 저항하는 개인의 투쟁을 선혈이 낭자한 살육적 이미지로 담아낸 B급 취향의 액션물이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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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을 앞두고 산통에 시달리는 산모의 얼굴엔 만감이 교차한다. 휠체어를 탄 채 분만실로 향하는 산모는 당장 맞이한 고통을 참아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동시에 곧 태어날 아이를 기다리는 마음에 설렘이 가득하다. 하지만 곧 잉태의 축복은 사산의 저주로 돌변한다. 갑작스런 출혈과 함께 유산을 알리던 의사는 곧이어 태아의 주검을 꺼내기 위한 절제술에 돌입한다. 비명을 지르는 아내 앞으로 뒤늦게 분만실에 들어온 탓에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남편이 캠코더를 들이민다. 순간 의사가 말한다. 아이가 살아있어요. 온 몸에 피에 젖은 아이가 아내의 얼굴 앞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다시 한번 날카로운 비명으로 분만실을 뒤흔들던 아내는 비로소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다. 끔찍한 악몽에서 깨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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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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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너머로 본심을 가린 채 가족을 위협하는 이방인,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악마적 캐릭터, <오펀: 천사의 비밀>은 기시감을 부르는 영화다. <오멘>과 같은 악마적 아동이 등장하는 오컬트를 비롯해서 <케이프 피어>와 같은 가족지키기 스릴러까지, <오펀>이 흡수한 장르적 전례는 차고 넘친다. <오펀>이 영리한 영화라 말할 수 있는 건 그 덕분이다. <오펀>은 새로운 전형이라기 보단 뛰어난 응용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영악한 유아적 캐릭터를 통해 장르적 착시를 발생시킨 뒤, 관객의 호기심과 긴장감을 동시에 유발한다. 무엇보다도 에스터의 천진난만한 미소가 점차 본심을 드러내는 순간마다 연출되는 긴장감이 서사의 진행과 함께 두텁게 쌓여나간다. 결과적으로 <오펀>이 이룬 장르적 성취의 팔 할은 절대적으로 에스터를 연기하는 이사멜 펄먼의 연기력에 얹혀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말부에 다다라 내던져진 반전 역시 호불호의 차이를 발생시킬 가능성은 존재하나 이야기의 흐름 안에서 적절한 흐름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확실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말미에 다다라 난투극으로 변질되는 양상이 영화를 단순화시킨다는 인상도 들지만 역시나 그 순간조차도 절대적인 긴장감이 발생한다. 인상적인 캐릭터와 흥미로운 스토리텔링, 그리고 효과적인 연출력까지, 수준 이상의 만족감을 부른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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