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페르노>는 기호학자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을 앞세운, 댄 브라운의 소설을 영화화한 세 번째 탐정물이다. 그런데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의 로버트 랭던이 기호학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중세부터 이어져 오던 종교집단들의 은밀한 광기를 추적해 나간 것과 달리 <인페르노>의 로버트 랭던은 현대문명을 관통하는 인구과잉문제와 연관된 테러리즘에 맞선다. 어떤 의미에서 <인페르노>의 로버트 랭던은 그가 아니어도 될만한 일까지 떠맡은 셈인데 그의 역할을 만들어주기 위해 동원된 건 단테라는 모티브를 통해 구상한 기호학적인 퍼즐이다. 그러니까 <다빈치 코드> <천사와 악마>가 로버트 랭던의 개입을 자연스럽게 유도할 수 있는 이야기였던 것과 달리 <인페르노>에선 인위적인 구조적 설계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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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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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서 오랫동안 성실하게 근속해온 래리(톰 행크스)는 어느 날, 회사의 상부로부터 일방적인 퇴직 통보를 받는다. 이유는 그에게 대학 졸업장이 없다는 것.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된 래리는 새로운 직장을 찾고자 동분서주하지만 그를 원하는 곳은 없다. 그리고 그는 중고매매상인 이웃의 권유로 대학 입학을 결심하게 된다. 대학강사 테이노(줄리아 로버츠)는 이른 아침부터 스피치 강의에 나서야 한다. 의욕도 없는 그녀에게는 고역 같은 의무다. 하지만 수업을 신청한 학생 수가 10명을 채우지 못했기에 폐강을 알리려던 찰나, 부랴부랴 강의실로 들어서는 중년의 남자와 마주친다. 래리와 테이노는 그렇게 만난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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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을 오페라라고 한다면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천사와 악마는 브로드웨이 뮤지컬이라 할만하다. 두 작가의 작품은 각각 종교적 음모론을 추적하는 기호학자의 수사를 바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공통분모를 두고 있지만 전자가 철학적 기호를 추출하는 반면, 후자는 대중적 이슈를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각기 다른 분자를 지닌다. 물론 댄 브라운의 다빈치 코드가 전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자리에 오른 건 단지 기독교의 권위를 뒤흔들만한 이슈를 발생시켰기 때문이라 국한할 순 없다. 종교적 진의에 대한 갑론을박만큼 이야기의 리듬감도 중요한 관건이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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