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종려상'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1.10.19 <트리 오브 라이프> 단평
  2. 2010.07.02 <하얀 리본> 악마적인 순수의 전조

삶과 생, 어쩌면 존재 자체가 이토록 경이로운 것일까. 생이란 것이 단순히 켜켜이 쌓인 단층적인 서사의 총합이 아니지만 찰나에도 끊임없이 생장하고 분열하는 것이 생이다. 우리는 모두가 하나의 우주이기에 미시적이면서도 거시적이다. 생물처럼 움직이는 카메라가 어느 미시적인 삶을 관조하는 가운데, 그 주변으로 광대한 자연의 이미지가 전시되어 끝내 층위를 이루는데 지켜보는 내내 형용할 수 없는 압도적인 탐미적 감상이 차오른다. 형식적으로 지나친 과장이자 확대 같은데, 그것이 끝내 마음을 광활하게 지배하고 부풀려 감상의 극치까지 떠올라 가닿게 만든다. 신앙적인 영험과 자연적인 신비, 그리고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과 경의, <트리 오브 라이프>는 이 세계의 모든 존재를 향해 연주하는 경건하고 장엄한 심포니다. 실로 아름답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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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는 의식으로부터 비롯되는 모든 행위의 근본적인 태반이다. 순수한 악의가 있듯 순수하다고 해서 선한 것은 아니란 말이다. 모든 이의 믿음은 순수하다. 어린 아이가 순수한 얼굴로 당신의 머리에 망치를 내리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기 어렵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중요한 건 그 순수한 본성에 어떤 믿음을 심어주느냐에 달린 것이다. 구도를 잡고 밑그림을 그린 뒤 채색을 한 뒤에서야 그림을 되돌리기 어렵듯이 겹겹이 쌓이는 경험과 미장된 훈육으로 단단하게 건축된 인간의 믿음을 바꿔보려는 시도는 뒤늦게 파괴적인 시도가 되는 것이나 다름없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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