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4색'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1.09 <비카인드 리와인드> 단평
  2. 2008.12.22 <지구가 멈추는 날> 단평

전기인간(?)의 테러로 비디오 대여점 테이프의 내용물이 모두 지워진다. 빈 깡통처럼 비디오만 남고 영화만 사라졌다. 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가게는 엉망이 되고 종업원은 걱정이 태산이다. 정작 사고의 주범인 친구는 넉살 좋게 말한다. 우리가 다시 채우면 되지. 비디오 대여점이 영화 제작소로 탈바꿈한다. 그들만의 <고스트 버스터즈>가 제작되고 대여되며 비로소 시작된다. 친절하게 되감아 달라는 비디오 대여점의 작은 소망과 무관하게 <비카인드 리와인드>는 자신들만의 노하우로 명작들을 되감아버린다. 간과할 수 없는 영화 속 명장면들이 가내 수공업으로 재해석되고 단편적이지만 유쾌하게 나열된다. 때때로 두서 없는 이야기가 장황하게 덜컹거리지만 그 끝에 건질만한 감동이 우러난다. B급 마인드로 무장한 유희를 빌미로 전설적인 흑인 재즈 피아니스트의 삶을 복원하기까지, 그 두서 없는 짝퉁 사연의 말미에 감동의 체온이 느껴진다. 문화적 감수성을 잃어버린 시대에서 자신만의 문화를 찾은 대중의 눈빛이 반짝인다. 대중들이 객석의 소비자로 밀려나버린 시대에서 <비카인드 리와인드>는 창작의 공유를 통한 유희적 인간의 복원을 감동적으로 설득한다. 잘 만든 영화라 말할 순 없지만 분명 좋은 영화라 말할 수 있는 영화가 있다. <비카인드 리와인드>가 그렇다.

 

(프리미어 Movie 4人4色)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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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가 멈추는 날>은 시대적 패러다임을 반영한다. 50년대 냉전시대의 갈등은 21세기 환경문제로 치환된다. 구작과 신작의 공통분모는 인류다. 인류의 어리석음에 경종을 울리려 한다. 지구를 우리의 것이라 여겼던 인류는 외계인의 전지전능한 능력 앞에서 한없이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 지구가 죽으면 인간도 죽는다. 인간이 죽으면 지구는 산다. 의미심장한 멘트까지 등장한다. 경이적이고 파괴적인 스펙터클을 제공하는 징벌적인 이미지는 위협적 설득에 가깝다. 분명 현시대에 유용한 문제의식을 야기한다. 문제는 문장이다. <지구가 멈추는 날>은 흥미로운 주제에 비해 문장력이 떨어진다. 50년대보다 발전한 이미지를 과시할 뿐, 반 세기 이전만도 못한 이야기를 한다. 인간의 오만함을 경고하려는 환경주의적 메시지가 얄팍하다 못해 오만하다. 영화 속 외계인을 설득하는 사연이 되려 객석을 심드렁하게 만든다. 외계인도 알겠다는 변화의 가능성에 수긍이 가지 않는다. 지구가 멈추기 전에 두뇌가 멈추는 기분이다. 이래서야 인간을 변화시키고 지구를 살릴 수 있겠나. 거대한 이미지의 파괴적 협박 뒤에 남는 건 그저 지루한 단상뿐이다.

 

(프리미어 'Movie 4人4色')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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