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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6.12.25 영화는 돌아오는 거야
  2. 2016.10.19 재개봉작들은 왜 늘어났을까?

영화를 예매하려다 시간 여행을 떠나는 기분을 느꼈다. 10년 전에 극장에서 봤던 영화들은 왜 다시 극장으로 돌아온 걸까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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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재개봉작과 관련된 칼럼을 쓰면서 이런저런 자료를 뒤지고 취재를 했다 재개봉작이 주목 받게 된 결정적인 방아쇠는 작년 11월 <이터널 선샤인>이 재개봉하며 30만 이상의 관객을 끌어 모은 덕분이겠지만 그에 앞서 2014년부터 다양성영화 시장이 활성화된 것이 일종의 장전 역할을 한 것 같다. 실제로 2013년에는 다양성영화 순위에서 10만 관객을 넘긴 영화가 6편에 불과했지만 2014년도에는 18편으로 늘었고, 이중에서 20만 관객 이상을 동원한 작품도 10편에 이른다. 심지어 그해에 <비긴 어게인>과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3백만 관객을 돌파하며 그 해의 뻥튀기가 됐지만 웨스 앤더슨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 역시 7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할 정도였다. 2013년도에 다양성 영화 중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 18만여 명을 동원한 <로마 위드 러브>였으니 확연한 차이다. 다양성 영화 시장에 대한 주목도가 남달라질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문제는 그 이후에 다양성영화에 대한 주목도가 상승하면서 약간의 투기 심리가 형성됐다는 것. 실제로 해외 마켓에서 다양성 영화 시장에서 먹힐 만한 영화들을 구입하고자 하는 수입사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해당 영화들의 단가가 두 배 이상 상승했고 결국은 시장 안에서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 2015년도에도 다양성 영화 시장은 나름대로 선방했는데 1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 18편에 달했고, 2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작품도 8편에 이른다. 180만 명 이상을 동원한 <위플래쉬>와 같은 홈런작도 나왔다. 물론 2014년은 거의 마약 같은 한 해였으니 비교불가분이지만 어쨌든 다양성영화의 시장성이 어느 정도 지속되고 있다는 건 확인이 가능하다. 문제는 동일한 시장 규모에서 수입가가 상승한 탓에 시장 전체의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필연적 결과다. 게다가 올해 다양성영화 시장의 전체 시장성은 지난 해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 인상이다. 아직 한 해가 끝나지 않았지만 10만 이상의 스코어를 기록한 18편 가운데 2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4편에 불과하다. 그만큼 다양성 영화를 통해 재미를 본 수입사가 현저히 줄었을 것이란 예상이 가능하다.

결국 재개봉을 통해 3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이터널 선샤인> 이후로 재개봉작들이 점점 많아지는 현상은 2014년 이후로 다양성 영화 시장이 확대된 덕분이기도 하지만 다양성영화 시장의 과열 이후로 이어진 시장성 악화로 인한 투자심리의 위축 상황을 짐작할 수 있는 근거로서도 유효한 결과 같다. 아무래도 신작에 비해 10~30% 수준의 수입가로 개봉 판권을 가져올 수 있는 재개봉작은 이미 인지도가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도 마케팅에 유리하다. 물론 모든 재개봉작이 흥행하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기본적인 수입가가 현저히 낮기 때문에 투자가치는 충분하다. 마케팅 비용을 절감함으로써 P&A를 낮출 수 있고, 낮은 수입단가 덕분에 BEP 즉 손익분기점도 상당히 낮다. 간단히 말하면 망할 가능성이 굉장히 낮고, 망한다고 해도 그 손실이 신작에 비해 역시 낮다. 투자가치가 충분하다는 판단이 서는 건 당연하다.

문제는 이런 재개봉작들이 새로운 시장을 형성하는 게 아니라 기존의 다양성영화 시장 안에서 새로운 경쟁구도를 형성한다는 점에 있다. 새로운 신작들도 개봉관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가운데 재개봉작은 상대적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인상이 있는데 이를 테면 요즘 단독상영 정책을 펴는 멀티플렉스 입장에선 좋은 상품으로 인식된다는 점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브랜딩은 어느 정도 구축이 돼있기 때문에 극장에서 마케팅에 힘을 실어줬을 때 효과를 볼 수 있겠다는 계산이 서는 작품들이 꽤 있다. 반대로 시장의 인지도부터 구축해야 하는 신작 다양성영화들은 역설적으로 상영관 확보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영화마다 상대적이겠지만 한 회차 상영조차 아쉬운 다양성영화 입장에서 경쟁률이 높아진다는 건 여간 부담이 아니다. 특히 중소 규모의 수입영화를 대거 들여오는 몇몇 수입사의 부담감이 상대적으로 높아진 느낌이다.

동시에 다양성영화 시장도 소모될 가능성이 있다. 한번 구축된 이미지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재개봉작이 늘어나고 해당 영화들에 대한 인식이 커지면 다양성이란 단어에 대한 인식이 재개봉작으로 대체될 가능성도 존재한다. 결과적으로 시장성이 급격하게 낡아버릴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이 역시 분명 문제라면 문제다. 사실 재개봉작 시장은 장기적으로 좋은 포석이 될 수 있다. 자본력이 약한 중소 규모 수입사들 입장에선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기회가 되고 관객 입장에서도 고전을 극장에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 받는다는 점에서 윈윈일 수 있다. 결국 수요와 공급이 얼마나 균형을 이룰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특히 올해처럼 다양성 영화 시장의 위축이 확연히 보여지는 상황을 본다면 특히나 이런 화두는 중요하게 다뤄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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