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톱스타>로 많은 관객들을 직접 만났다. 아무래도 배우에겐 가장 긴장되면서도 설레는 순간이 아닐까?
엄태웅(이하 ‘엄’) 무대인사를 하면서 상영관을 헷갈릴 정도로 많이 긴장했다. 그런데 관객들이 재미있게 봐주는 거 같더라. 나도 부산에서 처음 완성된 영화를 봤는데 박중훈 감독님이 영화를 찍으면서 “이 장면에선 관객들이 이런 감정으로 받아들일 거야”라고 했던 게 대부분 와닿더라. 정확한 생각을 갖고 정확하게 준비한 신들이 잘 그려졌다고 느꼈다.
김민준(이하 ‘김’) 현장에서 배우로서 긴가민가할 때가 있다. 그럴 때 감독님이 말했다. “약속 하나 할게. 이 부분을 영화로 보면 전혀 이상하게 안 보일 거야.” 영화를 보니까 그게 다 지켜졌더라.
엄 우리 영화가 공개되기 전에 사람들이 너무 올드하지 않을까 생각했다는데 내가 객관적으로 우리 영화를 볼 순 없겠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올드한 영화는 아니다.
김 트위터에서 마음에 드는 리뷰 하나를 발견했다. 이번 부산영화제에서 어머니랑 함께 본 딸이 올린 것 같은데 ‘영화보고 나서 엄마랑 할 얘기가 많아서 좋다’고 했다. 할 얘기를 많이 만들어주는 영화가 좋은 영화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대가 다른 어머니와도 할 수 있는 얘기가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니까 기분이 좋더라.
배우가 영화를 볼 땐 무엇을 볼까?
엄 요즘 밀린 영화들을 본다고 극장을 자주 찾는데 어제 <관상>을 봤다. 송강호 선배님 연기를 보니까 감탄이 절로 나오더라. 너무 잘하니까 질투하다가도 감탄하게 된다. 아무래도 단순하게 영화 자체를 보려고 하지만 결국 배우들의 연기를 많이 관찰하게 된다.
<톱스타>를 주목하도록 만드는 건 아무래도 ‘감독 박중훈’이라는 이름이다.
엄 단순히 28년 동안 배우로 살아왔다는 이유로 감독이 되는 건 아닌 거 같다. 박중훈 선배님 자체가 그런 자질이 있는 사람이더라. 머리도 좋고, 리더십도 있고, 너무 좋은 감독이었다.
김 항상 ‘만약 감독이 된다면?’이란 생각을 해왔던 사람 같았다. 그렇지 않고서야 감독으로서의 첫 현장에서 그렇게 스태프들과의 융화를 이끌어낼 수 없었을 거다. 아무래도 배우 입장에선 감독과의 소통이 중요한데 내가 이런 감독 앞에서 제대로 연기하지 못한다면 정말 자질이 없는 배우일지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탁월하게 디렉션을 주셨다.
엄 컷이 이렇게 나뉘니까, 카메라가 이렇게 들어가니까, 여기서는 어떻게 행동하는 게 더 효과적인가. 이런 기술적인 요령을 지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일단 배우들을 잘 격려해주셨다. 그렇다고 연기에 대한 짐이 덜어지는 건 아니지만 그런 사람이 모니터로 나를 봐준다는 것 자체로 마음이 편해지더라.
두 사람의 친근한 모습만 봐도 현장 분위기가 좋았을 거라 짐작된다.
엄 단언컨대(웃음), 현장 분위기는 정말 최고였다. 물론 다른 작품에서의 현장이 별로였다는 건 아니다.
김 수습하는 거야(웃음)?
엄 <톱스타>가 특별했던 건 감독님이 우리를 처음 만나서 했던 약속을 거의 다 지켰다는 점이다. 감독님이 자존심을 걸고 지킨 거지. 그래서 놀라웠다. 감독님이 현장에서 싫은 말 한마디 한 적이 없었다. 아무리 바빠도 현장의 모든 사람에게 ‘야!’ 혹은 ‘너!’라고 하지 않고 이름을 불렀다.
김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처음 감독으로서 현장에 서면서 머리 위에 물음표 하나 얹고 시작했을 텐데 그걸 다 설득시키고 증명해가며 현장을 끌어갔으니 얼마나 외로웠을까 싶다.
서로에 대한 첫인상은?
엄 나는 예전부터 드라마에 나오는 걸 봤고, 가끔씩 산책하다가 운동하는 모습을 본적도 있었다. 멋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랑 친해질 사람 같지 않았다. 취미나 취향을 봐도 나와 많이 다른 사람 같으니까. 그런데 <톱스타> 덕분에 김민준이란 사람을 알게 된 게 정말 고맙다.
김 태웅이 형이 한번은 “김민준이란 사람을 지금이라도 알게 돼서 좋다”고 하시는데 그 말만으로도 마음을 열어주신다는 느낌이었다. 의지할 수 있고 기댈 수 있는 사람을 만났다는 게 너무 좋다. 사실 그런 속내를 남자들끼리 털어놓긴 힘들지 않나.
엄 그러니까 울면서 손 꼭 잡고 털어놔야지(웃음).
작품을 같이 한 배우들끼리 꼭 친해지는 건 아니지 않나?
엄 대부분 매일 보게 되면 서로 모나지 않은 이상 친해지기는 하는데 작품 끝나면 서로 바빠지니까 소원해지기도 한다. 어쩌면 민준이와도 그럴 수 있겠지. 그런데 나는 민준이가 형 같았다. 뭐랄까. 신체적인 위압감 같은 게 있잖아. <톱스타>에서 민준이가 양복을 입고 서있는 뒷모습을 보는 장면이 있는데 마치 격투기 선수가 등장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민준이는 동생들을 좋아하더라. 자연스럽게 동생들을 대하는데 나는 막내이다 보니까 사람 자체가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그런 면에선 나보다 남자답다고 느껴졌다.
김 아! 맞다. 박중훈 감독님이 뒷모습을 되게 잘 찍더라. 나도 굉장히 마음에 드는 형 뒷모습이 있었거든. 뒷모습을 잘 찍는 감독이라는 수식어는 굉장히 매력적이지 않나? 물론 앞모습이 별로라는 건 아니고(웃음). 뒷모습에 그런 페이소스를 담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뒷모습에 집중하면서 영화를 봐야겠다. 혹시 배우들 간의 기싸움을 경험한 적은 없나?
엄 사실 기싸움보단 시샘이 더 정확한 단어 같은데(웃음). 가끔 그런 게 도움이 될 수도 있겠지만 그러다가 부각돼야 하는 인물이 죽고 다른 사람이 살아버리면 영화를 망치는 거다. 어떤 식으로든 그런 사람이 있다면 마음이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다행히도 이번 현장은 너무 좋았다. 캐릭터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돼있고, 감독님의 지시가 명확했으니까. 그걸 잘 못하는 감독을 만나면 정말 힘들다. 배우가 자기 캐릭터의 당위를 주장할 때마다 수긍하면서 결국 시나리오와 다른 영화를 찍어버리고 이상한 게 나오니까(웃음).
김 그런 면에서 박중훈 감독님은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었다. 현장에서 감독들이 배우들 간에 스파크가 튀는 상태에서 영화를 찍어보고 싶다고 하지만 이론적으로 가능할지 몰라도 결과적으로 좋은 결과가 만들어지긴 힘들다고, 그게 좋지도 않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감독의 능력이 의심스러울 때 배우 입장에선 가장 힘들지 않을까.
엄 서로 믿음이 없으면 그렇게 된다. 일단 생각이 별로 없는 감독이 있다. 예를 들면 “배우들끼리 상의해서 좀 챙겨주세요.” 이러면서 배우들한테 다 맡겨버리는 경우엔 너무 답답하다.
감독이 된다는 것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나?
엄 없었다. 멋있고 재미있어 보이지만 내가 할 일은 아닐 거 같더라. 나는 이렇게 스태프들과 현장을 꾸려서 운영할 수가 없는 사람이다.
김 나는 기술적인 호기심이 많긴 하다. 이 대사가 어떻게 녹음되는지, 카메라가 어떻게 움직이면서 배우의 연기를 극대화시키는지, 신기하다. 나날이 테크놀로지가 발달하면서 과거엔 힘들었던 일이 너무 쉬워진다. 필름 시절엔 불가능했던 리테이크를 디지털 시대에선 계속 가도 괜찮다. 퀄리티도 계속 좋아진다. 그렇다면 과거에 연기를 돋보이도록 만드는 방식과 지금의 방식의 차이가 얼마나 다를까라는 궁금증이 있다.
단순히 기계를 좋아해서가 아닐까?
김 영화적인 호기심인 거 같다. 사실 고등학교 때부터 영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있어도 배우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
배우라면 누구나 인지도 있는 배우가 되길 원한다. 그 간절한 시절을 되돌아보진 않았나?
엄 처음 영화에 출연했을 땐 몇 번씩 극장에 가서 보고 그랬다. 누군가 날 알아보지 않을까 궁금하기도 했고. 어쩌다가 알아봐주는 사람이 생기면 쑥스럽지만 좋았던 시절이 있었다. 이번 작품이 다음 작품으로 이어질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만으로 연기하던 시절이었지. 계속 작품이 들어와서 연기로 돈을 벌면서 살 수만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누군가에게 처음으로 싸인을 해주면서 기분 좋았던 순간들, 잘 나가는 배우를 부럽게 바라봤던 기억, 그 시절이 다 <톱스타>에 있었다. 그래서 캐릭터의 감정을 잘 알겠더라.
김 7년 정도 모델 생활을 하다가 97년도에 IMF 위기가 터져서 모델 일이 없었다. 그래서 지방에 내려가 작은 옷 가게를 운영했는데 의상학과에 다니는 여학생들이 어느 잡지에서 스크랩한 사진을 보여주면서 사장님이랑 닮은 모델이 있다고 하더라. “이거 난데?” 그랬더니 “웃기지 마세요”라고 하는데 가슴속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정말 난데(웃음)! 어느 날 함께 일하던 ‘절친’이 그러더라. 돈은 언제든지 벌 수 있으니까 지금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낫지 않겠냐고. 그 길로 가게 접고 서울로 다시 올라왔다. 그 친구 말이 아니었다면 지금 그냥 동대문에서 장사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정말 고마운 친구지.
엄 사실 민준이는 재주도 많고, 이것저것 관심이 많은 친구다. 신기한 물건도 많이 갖고 있어서 덕분에 현장에서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김 박중훈 선배님께서 농담을 잘 하시는데 어느 날은 이러셨다. “민준이는 이런 것도 알고, 저런 것도 알고, 그런데 야, 연기를 똑바로 해야지. 연기를 그렇게 진지하게 하라고(웃음).”
김민준 씨는 레스토랑도 운영하고 있고, 뭔가 생활인으로서의 안정감이 느껴진다.
김 사실 매형이 운영하는 가게다. 나는 적당한 자본을 투자하고 아이디어를 던져서 내 능력을 한번 시험해보고 싶었다. ‘내가 이런 걸 해볼 수 있을까?’라는 호기심과 ‘이런 거 해보면 좋을 거 같다’는 흥미가 첫 번째였다. 그런 생각 하나로 시도한 가게인데 결과적으로 재미있더라.
엄 우리 부부도 가끔 가서 서비스도 얻어먹었다(웃음).
김 그런데 태웅이 형 소속사에서 우리 가게 주변에서 빙수 가게를 운영하는데 최근에 어묵을 판다더라. 우리 가게 메인이 어묵인데(웃음).
엄 빙수 팔다가 겨울에 굶어 죽게 생겼어. 그래도 우리 어묵이 너네 어묵처럼 고급스럽진 않잖아(웃음).
김 어쨌든 태웅이 형도 알겠지만 연기에 도전하는 것만큼 두려운 일도 없다. 그러니까 뭔들 못하겠냐는 생각도 든다.
엄태웅 씨는 작년 초에 <네버엔딩 스토리> 제작보고회에서 관객 250만 명을 동원하면 결혼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하더니 1년 만에 결혼했다. 250만도 안됐는데(웃음).
엄 그때 웨딩 컨셉트의 기자회견을 했는데 그래서 농담처럼 했던 거다. 그런데 기사가 막 나가면서 어머니한테 혼났다. 결혼하고 나선 아내한테도 혼나고(웃음). 이번엔 공약 물어봐서 아무 것도 안했다(웃음).
결혼하고 나서 변한 것이 있다면?
엄 인상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라. 얼굴이 변했나. 어쨌든 결혼을 하고 아이가 생기니까 이제 아버지 역할도 할 수 있겠더라. 예전에 드라마 <추적자>에서 손현주 선배님 연기를 보면서 나는 할 수 없겠다고 생각한 적 있었는데 지금은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딸을 잃은 부모 심정을 알겠거든. 뭔가 연기할 아이템 하나가 더 생긴 것 같다고 할까? 그리고 안정적인 기분도 들고. 그래서 얼굴이 좋아 보일지도 모르겠다.
김민준 씨는 아직 싱글인데 아직 결혼 생각은 없나?
김 (결혼을) 맨날 생각한다(웃음). 태웅이 형도 이렇게 긍정적인 면을 보여주지만 주변에서도 결혼하면 다 행복하게 살더라. 친구인 장혁도 결혼한 이후부턴 항상 형처럼 느껴진다. “네가 결혼도 안하고 애도 없어서 말인데…”라고 말하기 시작하면 항상 할말이 없어진다(웃음). 그래서 과연 그 기분이 뭘까 생각하기도 하고.
엄 신기한 게 자주 만나는 고향 친구 두 명이 있는데 두 명 중 한 명은 단 둘이서 만나기엔 불편했는데 그 친구가 결혼하고 나도 결혼하고 서로 애도 생기니까 원래 만나던 친구보다도 그 친구한테 연락을 하게 된다. 신기하더라.
김 그런데 왠지 결혼하면 책임감이 생겨서 어른스러워질까 걱정된다.
엄 내가 어른스럽진 않잖아(웃음). 아마 민준이는 곧 할 거 같다. 나름 준비도 된 거 같고.
김 뭔 소리야. 아직 한참 더 벌어야 돼(웃음).
엄 <톱스타> 대박 나면 되지. 어쨌든 자리도 잡았고, 할 자세도 됐으니까 결혼만 하면 될 거 같은데.
최근 <나 혼자 산다>에 김민준 씨가 출연해서 길고양이 밥을 주는 걸 봤다. 원래 동물을 좋아한다고 들었다.
김 우리가 동물들의 자리를 뺏은 만큼 도의적인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양이에게 약간의 사료와 물을 주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니까. 누군가는 그 우리에게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데 대체 어떤 면에서 얼마나 해가 된다는 건지 반문하고 싶다. 요즘은 SNS를 통해서 고양이들 입지가 좋아져서 그나마 다행이다.
대중의 주목을 받는 입장에서 삶의 괴리를 느껴본 적은 없을까?
엄 사실 배우로서만 알려졌을 땐 사람들이 ‘엄태웅이네?’라고 해도 선뜻 다가오진 않았다. 그런데 <1박 2일>을 하면서 그게 무너지기 시작하더라. 나는 원래 낯을 가리고 남들한테 친근하게 다가서지 못하는 편이다. 그런데 <1박 2일>에 출연한 이후부터 어디서나 낯선 이들이 친근하게 다가오는데 내가 거기에 부드럽게 대처하지 못하니까 자꾸 힘들어서 사람 많은 곳이 꺼려지고 피하게 된다. 아내도 나랑 연애할 때 부담스러워했다. 친근한 이미지가 생기는 건 좋지만 문제는 내가 항상 사람들에게 맞춰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닐 수도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거다.
김 방송을 통해서 한 사람의 작은 면이 집중적으로 부각되니까 그게 그 사람의 전부라고 인식되는 면이 있다. 만약 내가 <1박 2일>에 출연했다면 나는 형과 다른 이미지를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어차피 그것도 나이긴 하겠지만 그 순간의 이미지가 극대화되는 거니까 그에 대한 고정관념이 생기고 사람들에게 고착되는 것 같다.
대중들은 스타에 대한 환상을 품기도 하지만 경멸하기도 한다. 이중적인 시선이 존재한다. 항상 조심해야 하는 위치일지도 모른다.
엄 부산에서 중훈이 형이 그러더라. 우리가 저 멀리 있는 별을 바라보기도 하지만 손가락질도 하는 거라고. 그냥 어쩔 수 없는 일 같다. 말이나 글로 정하진 않았지만 어떤 규칙이 생긴 거 같다고 할까.
김 정말 공인의 기준이 뭘까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도 있었다. 나는 배우로서 역할을 해주고 그 대가를 받으며 살아가는 국민 한 사람으로서 누릴 수 있는 자율권과 기본권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이 침해 당하게 되면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 내가 팬 미팅이나 시사회 같은 공적인 자리에서 사람들을 마주쳤을 땐 배우로서 최선을 다하는 게 맞겠지만 내 일상에서 주변 사람들이 나로 인해서 피해를 볼 정도면 양해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경계가 민감하게 느껴진다.
엄 그래서 가끔씩은 차라리 내가 그 자리에 안 갔으면 거기 계신 분들도 괜찮을 테니까 차라리 내가 집에나 있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싶을 때도 있다. 내가 좀 더 성숙해지면 괜찮을지, 아직까진 가리고 싶은 게 많아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오래 전 연기를 하고 싶다는 초심이 있었듯이 지금 또 다른 초심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엄 배우로서 연기하며 생활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면 이젠 그보단 큰 책임감을 느낀다. ‘열심히’가 아니라 ‘잘’ 해야 하고, 영화가 좋지 않은 평가를 얻게 되면 미안해지는 부분도 생긴다. 촬영 현장이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지 않았던 시절엔 그래서 더 못하는 게 있고, 아쉬운 게 있고, 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있었지만 이젠 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현장이 생긴 만큼 마음이 편해져서 더 할 수 있는 게 많아졌으니까 그만큼 잘 해야 한다. 그런 책임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