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뭐든 하나 던져주고 싶다. <혈투> 박훈정 감독

 

마치 내친 김에 달린다는 말처럼 박훈정은 시나리오 작가에서 연출자로 성큼 올라섰다. 김지운이 연출한 문제작 <악마를 보았다>와 현재 제작 중인 류승완의 차기작 <부당거래>의 원작자로서 유명세를 탄 박훈정의 <혈투>는 단순히 그 유명세의 상승곡선에 올라탄 기획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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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상수 출연 전도연, 이정재, 서우, 윤여정 개봉 5월 예정

 

부와 명예를 축적한 남성의 어긋난 욕망이 하녀의 표독스런 시선에 포착되는 순간, 평온한 중산층 가정에 불길한 전조가 감돈다. 치부처럼 드러난 욕망이 또 다른 욕망의 포로가 되어 불순한 관계의 늪을 허우적거린다. 자본주의가 걸음마를 시작할 1960년대 무렵을 배경으로 어느 중산층 가정의 파괴적인 몰락을 그려나가는 김기영 감독의 1960년작 <하녀>는 시대적 리얼리즘을 광기의 에너지로 승화시킨, 독보적이고 파격적인 작품이다. 자본의 유무가 권력의 우열로서 확장되기 시작하던 자본주의의 요람적인 징후는 <하녀>를 이루는 무시무시한 광기의 원천이자 소스나 다름없다. 하녀의 얼굴은 곧 시대의 숨은 욕망이나 다름없다. 자신의 육체를 담보로 신분상승을 꿈꾸는 하녀의 욕망은 부유한 중산층의 빈곤한 정서와 밀착하고 질환적인 병폐에 가까운 욕망이 괴물처럼 자라나 삶을 집어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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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태균 출연 박희순, 고창석, 조진웅 개봉 6월 예정

 

그 사내는 절박하다. 모든 것을 잃었다. 그가 걸어온 뒷길에는 좌절의 발자국들이 길게 늘어섰고, 온 몸은 실패로 얼룩졌으며, 인생은 누더기처럼 해진 지 오래다. 한때 축구선수로서 기대를 얻던 몸이었지만 지금은 수많은 실패의 꼬리를 달고 다니는 인생에 불과하다. 발 딛고 선 땅에서조차 밀려나듯 길을 떠나다 보니 다다른 곳은 끔찍한 내전의 상처가 채 아물지도 않은 가난한 영혼들의 땅, 동티모르. 인저리 타임밖에 남지 않은 듯한 인생의 끝자락에서, 여전히 절망의 기운이 가시지 않은 그라운드 복판에서, 회심의 만회골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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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복근의언니들도, 앙증맞은~’ 애교도, 심지어빵꾸똥꾸의 우격다짐도 끝났다. 마치 TV 안이 텅 빈 것만 같다. 하지만준혁이 죽어도, ‘미실이 죽어도, 드라마는 끝나지 않았다. 꽃피는 춘삼월에 폭설이 계절을 역주행해도 드라마는 어김 없이 피고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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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이하 출연 지진희, 양익준, 이문식 개봉일 4 8

 

고요한 새벽 위로 비틀즈의 ‘Norwegian Wood’가 흐른다. 깨어있는 자와 잠든 자의 경계가 분명한 새벽 두 시의 라디오는 감미롭다. 음악이 끝난 뒤, 음악평론가 지성희(지진희)는 매력적인 목소리로 자신이 선곡한 음악을 설명한다. 아무도 몰랐다. 그가, 새벽에, 전국으로 송출되는 생방송 라디오에서, 이혼을 선언할 것이라는 것을. 하지만 그 역시도 몰랐다. 당당하게 뒤통수칠 수 있을 거라 믿었지만 자신이 뒤통수를 맞게 될 것임을. 호기롭게 이혼계획을 선포한 성희는 절친한 친구 동민(양익준)과 아내가 있는 강릉으로 달려가지만 집 안에서 성희를 기다리는 건 아내가 아니라 편지 한 통이다. 아내가 사라졌다. 보기 좋게 이혼하려다 이혼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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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잡지의 소멸

도화지 2009. 3. 19. 06:40

, 이미 기사화도 됐고, 숨길만한 이유도 아니고. 프리미어가 폐간됐다. 설이 분분했지만 기정 사실이다. 마지막 호가 된 지난 호에 폐간에 대한 어떠한 코멘트 혹은 예감이 결여된 건 그것이 상부에서 일방적인 지침 형태로 투하한 폐간 통보가 이미 마감이 종결된 이후에 이뤄진 까닭이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건 이미 지난 주 마감을 끝낸 이후 며칠 뒤였다. 느낌표가 물음표로 변하고 말줄임표가 됐다. 불과 10분 사이에. 물론 내가 프리미어 기자도 아니고, 그저 몇 개월 동안 필진으로 참여하며 원고료를 챙겼을 뿐이고, 지금도 앞으로 2개월 정도는 받아먹을 원고료가 남아있고, 그런 접점을 제외하면 그 폐간에 대해 관여할 바가 아니란 사실이다. 지금까지 이에 대해 노코멘트했던 것도 특별한 이유라기 보단 사측의 공식적 언급이 없는데 주변부에서도 구석에 위치한 내가 그에 대해서 이렇다, 저렇다, 공언할 이유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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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결혼하다>는 다큐의 눈을 빌린 드라마다. 진동하는 핸드헬드와 거친 입자가 부유하는 캠버전 영상은 영화의 정서를 관통하기까지의 추이적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실험적 기제처럼 보인다. 카메라 너머의 인물들은 심기적 불안을 공유하고 있음에도 그 근본을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언니인 레이첼(로즈마리 드윗)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재활원에서 집으로 돌아온 킴(앤 헤서웨이)은 대사를 앞둔 집안의 공기를 불안정하게 덥힌다. 킴과 가족 사이엔 보이지 않는 장벽이 있다. 그 장벽을 부수기 위한 갈등은 불가피하다. 서로에 대한 증오가 담긴 거친 언어가 쏟아진다. 상대의 상처를 건드리기도 하지만 자신의 상흔을 드러내 보이기도 한다. 반목 속에서 가족은 서로의 상처를 확인한다. 애증의 장벽이 무너지고 혈연이라는 구속에서 자유로워진다. 존재만으로 폭력처럼 행사되던 가족이란 속박이 서로를 위한 배려로 거듭난다. 3일 간의 서사 속에서 가족은 오랜 과거의 허물에서 벗어나 서로를 끌어안고 다시 각자의 자리로 돌아선다. <레이첼, 결혼하다>의 카메라는 그저 그 과정을 지켜볼 따름이다. 단지 바라본다는 것만으로도 의미를 전달하는데 성공한다. 또한 앤 헤서웨이의 놀라운 연기는 그 의미를 돈독히 다지는 강력한 지원군이다.

 

(프리미어 'MOVIE 4人4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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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얼굴

culturist 2009. 2. 13. 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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