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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11.27 남자의 중력
  2. 2011.05.01 폐허
  3. 2009.07.18 도리(道理)
  4. 2009.07.18 고 해(苦 海)
  5. 2009.07.18 분 신(焚 身)
  6. 2009.06.03 비오는 새벽
  7. 2009.02.09 기억 어귀에서
  8. 2008.11.07 월 향(月 香)
  9. 2008.11.05 순 환

남자의 중력

Poemian 2014. 11. 27. 00:41

한 남자가 극장에 갔다. 혼자였다. 자연스러웠다. 남자는 종종 홀로 극장을 찾았다. 처음엔 극장에서 티켓 한장을 산다는 게 조심스러웠다. "한장이요"라고 매표소 점원에게 대답하는 순간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인간으로 전락해 버리는 기분이 들어 영 내키지 않았지만 몇 차례 시도해 보니 생각 이상으로 견딜만한 기분이 되고 점점 훈장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 이젠 되레 혼자서 영화를 본다는 게 뿌듯한 업적처럼 여겨졌다. 혼자 티켓을 사고 상영관에 들어서서 텅 빈 스크린을 보며 사색하다 좌석을 채워가는 사람들을 바라볼 땐 홀로 세상을 관장하는 신처럼 위대한 존재가 된 것도 같았다. 그래서 한번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신도 어지간히 외로운 놈이군.' 그 날도 어느 날처럼 홀로 앉아 극장을 훑어 보며 영화가 시작되길 기다리던 중이었다. 갑자기 자신의 옆 자리에 한 여자가 홀로 앉았다. 일행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상영 시간이 임박해 오는데 여자의 일행은 오지 않았다. 여자도 특별히 기다리는 일행이 없는 것 같았다. 남자는 그 여자에게 묘한 연민을 느꼈다. 얼굴이 궁금했다. 하지만 남자에겐 그만한 용기가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향수 뭐 쓰세요?" '?' 남자는 고개를 돌렸다. 여자의 눈이 검은 별 같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근처에서 소리가 날아왔다. "향수 뭐 쓰시는지 알 수 없을까요?" ", 지오 알마니요." 그 순간 영화 광고가 끝나고 극장 불이 꺼졌다. 남자는 영화에 집중할 수 없었다. 대신 우주에 떠있는 까만 별 두 개를 생각했다. 영화가 너무 길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게 싫지 않았다. '우주의 시간은 유한할지니...' 영화의 시간만큼은 확실히 그랬다. 상영관에 불이 켜지고 남자는 여자에게 물을 기회를 엿봤다. 하지만 여자는 지구의 멸망을 향해 날아오는 유성처럼 빨랐다. 남자는 지구의 멸망을 막아서야 한다는 듯 마음이 급해졌다. 앞서 걷는 여자를 쫓아 뛰었다. "저기요." 여자가 돌아봤다. 다시 우주였다. "향수 왜 물어보셨어요?" "?" "향수요. 아까 물어보셨잖아요." "..." 별이 깜빡이며 대답했다. "남자친구 선물하고 싶어서요." 순간 남자는 중력을 느꼈다. 그래서인지 여자가 유유히 사라지는 사이 발을 떼지 못했다. 지구였다. 지구는 멸망하지 않았다. 대신 세상에서 제일 외로워진 인간이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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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Poemian 2011. 5. 1. 01:31

도무지 알 수 없는 것들,

알다가도 잊어버리는 것들,

알면서도 모른 척하는 것들,

알기 싫어서 애써 외면하는 것들,

 

그 모든 무지의 선택 속에서

파열하고 마찰하며 분쇄되는

관계, 그 관계들의 순환.

 

그렇게 공명하는

고독과 인내의 시간

언뜻 찾아오는 성숙의 찰나

그렇게 저무는 관계의 인과율

폐허처럼 노을지는 마음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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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道理)

Poemian 2009. 7. 18. 23:47

가서는안된다는길이내가가려는이길이라면진정가서는안될지도모르겠소만그래도가다보면언젠가돌아서서후회할지라도모를망정이제와서다시돌아가겠다는말은하지못할것이라생각하고나니다시한번가야겠다는말마저해야할지모르겠으나난이미길을걷기시작했는데어쩌면좋을지는모르겠고정말이지혼란스러움에막연히길위에서원을그려보고는다시천천히한발한발움직여걸어보고있소만다시멈춰서물어볼까하는데정녕이길을가야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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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해(苦 海)

Poemian 2009. 7. 18. 23:44

숨결이 흩어지려는 날이 있었다.
어느 가슴 한 구석에

서늘한 상실의 파편이
시리게 파고드려는 날이 있었다.

빛이 끊어지리듯

가느다랗게 헐떡이며
숨을 몰아쉬우던
샛노란 하늘이 있었다.

하얗던 날개에

새빨간 그늘이 물들고
핏기 도려내진 얼굴에
창백한 그림자가 스며들 때

저물어가던 나날에
한 줄기 가느다란
희미한 온기에 나마
두 손을 뻗었다.

흩어질 듯 흩어질 듯

바람에 나부끼듯
흩어지는 삶을 쫓아
어제도 오늘까지 따라왔다.

흩날리는 삶의 한편에

서글퍼 낯익은 두눈에
한 모금 온기를 담아
쓰러진 내일을 흔들어 본다.

 

-無 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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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 신(焚 身)

Poemian 2009. 7. 18. 23:40

이제야 내가 띄우는 해가

뜨겁게 달구어지는 법을 알아가고 있소.

허나 아직은 서투르오.

알아가도 알 수가 없는 건

아직은 완성을 향한 열기가

뜨겁게 달아오르지 못함이라오.

완성의 달이 날 비출 때

비로소 빛을 내며

타오를 것이오.

너무 뜨겁게 타올라

나 자신마저 삼켜버릴 불꽃이라면

피차 태초의 형상으로 흩날릴 것임에

두려워하거나 따윈 않겠소만

어느 누구 하나라도

내 뜨거운 가슴에 땀 흘리도록

태양을 내 뱉으오리라.

내가 일으킨 불꽃이

비로소

타오를 것이오.

그대도..그대도..

 

마음 깊숙이

태양을 품고 가겠소.

 

-無 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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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새벽

Poemian 2009. 6. 3. 07:09

차가운 빗방울에 새벽이 시리다.

부서져 내린 방울이 한데 모여 기억처럼 흐른다.

창을 때리는 빗소리가 고요한 방을 깨운다.

축축해진 마음이 무겁게 내려앉는다.

나부끼는 나뭇가지의 처량한 실루엣에 마음이 스산하다.

바람에 부딪혀 부르르 떠는 창 너머로 심장이 뛴다.

기억이 넘쳐 흐르는 적막한 새벽이 또 한번 깬다.

 

그렇게 또 껍데기를 뒤집어 쓴 채 오늘로 간다.

모두 다 게워내고 비워낸 어제를 버리고 간다.

빗소리에 모두 다 씻겨 보내고 망각한 동물처럼 비틀거리며 가자.

또 한번 그렇게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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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어귀에서

Poemian 2009. 2. 9. 23:55

부서지듯 아스라지는 노을 녘에서
희미해지는 우리의 세상을
난 스쳐보고 있었다.

출렁이듯 이지러지는 달빛너머

솟아나듯 넘실거리는 태양은
흩어지는 오늘을 또 모으고 또 모으고

도도히 제길 걷는 세월 안에서
넌 저만치 서로 몰라보게
한참 아득해져 아련하고

매양 제 몸을 흩트리며
한시도 정적 잊은 인생 안에서
예정 없는 여정의 표지판을 세운다.

어제로 스며드는 너의 잔상이

내일로 가라앉는 나의 기억 어귀에서
조용히 숨죽이며 날 기다리면

가끔 시야를 잊은 발걸음이
길 잃어 잘못 들어선 옛 발자취 위에서
문득 넌 청초하게 맺힌 결정체로 내게 흘러 든다.

그 기억 어귀에서

넌 내가 버린 세월 주워담으며
홀로 그 기억 품고서 추억으로 잉태했나 보다.

 

-無 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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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 향(月 香)

Poemian 2008. 11. 7. 03:09

 

 널 보면 눈물이 어려

 잃어버린 새끼 그리는 어미처럼

 아득해지는 빛의 흔적따라

 고요히 고개 드는 너.

 

 별빛 녹인 붉은 해가 침전하면

 무심한 발걸음 조용히 따라와

 무겁게 가라앉는 어둠안에

 살며시 한점 밝히는 너.

 

 적막한 밤

 누구 눈에 뜨일새라

 그 투명한 낯을

 이리 저리 가리어보지만

 

 어둔 밤의 심술에 그 누구 채일까

 지긋이 수줍은 고개들고

 은은한 낯빛

 아스라히 흩날리는 너.

 

 동행하는 이 없는 외로움에

 홀로 어둠에 속한채

 저 먼 고향 어머니 품속내음처럼

 따스한 그리움 안기는 너의 낯빛.

 

-無 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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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 환

Poemian 2008. 11. 5. 13:04

 

아련하게 솟아오르다.

허망하게 짓눌리었다.

처참하게 일어서렸다.

숙연하게 짓발피었다.

 

그 땅엔 절망과 희망이 교차한다.

한 단어가 선택될 때

거대한 시간이 흐르고

사연이 우주를 메우고

시간이 세월을 이기고

 

삶의 몸뚱이가 덕지덕지 뒤뚱뒤뚱 

 

덧없이 자라나다 끝없이 잘려나간다.

모질게 사멸하고 턱없이 잉태된다.

빛과 어둠이 끝없이 피었다 진다.

 

-無 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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