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그랬지

도화지 2011. 5. 22. 00:57

요즘이야 인터넷을 통해서 실시간으로 프로야구 경기 스코어를 체크해볼 수도 있고 인터넷이나 케이블 스포츠 채널을 통해서 모든 경기를 관람할 수 있지만 어린 시절에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지. 아버지가 끌고 가 주지 않는다면 야구장을 직접 찾아가기가 쉬운 나이도 아니었고, 주말 즈음에나 종종 중계해주던 몇 안 되는 공중파 채널의 일정도 내가 응원하는 팀을 비켜가는 경우가 허다했으니까. 그나마 가장 활발하던 라디오 중계도 신통치 않아. 매일 같이 9 40분에서 50분 사이에 브라운관 앞에 앉아있어야 했던 건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지. 9시 뉴스에서 이어지는 스포츠뉴스는 당일 야구 결과를 알려주는 가장 빠른 통로였으니까.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얼마나 야구 보기 좋아진 세상인가. 하지만 늦은 밤 스포츠뉴스 시간을 기다리며 이종범의 도루 소식을 기대하던 그 시절에도 그 나름의 낭만이 있었다. 그때가 참 좋았지, 라고 말하기에는 요즘이 참 편리하고 좋다. 하지만 지금보다 불편했던 그 시절에 뒤늦게 귀엽고 아련하게 환기되는 순간들이 존재했다는 것.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그래서 종종 돌아보게 되는, 그땐 그랬지.

 

이종범 같은 노땅은 은퇴나 해, ㅋㅋ, 라고 씨부리는 개념에 털도 돋지 않은 신생아 야빠들은 알 수 없는 그런 게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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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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