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내에서 서로 뿔뿔이 흩어져 사는 한인 주부들이 뭉쳤습니다.
 
  많은 미국내 한인 주부들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일부 미주 한인회의 성명서 발표에 분노를 느끼고 있으며, 이들 한인회의 입장이 마치 전체 미주 한인을 대변하는 것인 양 호도되는 기사들에 답답한 마음 금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분노와 답답함을 느끼던 주부들이 뭉쳐 이번에는 우리들의 입장도 발표를 해보자며 온라인 상에서 며칠간 의견을 주고 받으며 공동으로 성명서를 작성했습니다.
 
  일부 미주 한인회가 우리와 같은 미국땅에 살고 있다고 해서 또 한인회라는 그럴듯한 이름을 달고 있다고 해서 결코 미국에 사는 한인 전체를 대변하는 것이 아님을 이 성명서를 통해 여러분께 알립니다.
 
  성명서
 
  미주지역에 거주하는 한인주부들은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을 반대하며 재협상을 촉구합니다!!
 
  가족의 건강과 식탁을 책임지고 있는 미주 한인주부들은 금번 미국 쇠고기 협상으로 앞으로 광우병 위험에 노출될지도 모를 한국동포들에 대한 우려와 걱정에 시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미국 내에서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안감과 불신은 커져가고 있습니다.
 
  올해 미국 내 축산업계는 도축 직전 소의 건강상태를 확인해야 하는 현행법을 어기고 광우병의 증세가 의심되는 소를 도축하였고 이 업체의 쇠고기가 학교급식용을 비롯 미전역의 시장에 유통되어 결국 미국 역사상 최대규모의 쇠고기 리콜을 야기했습니다.
 
  또한 지난달 4일, 캔자스의 Elkhorn Valley Packing LLC 라는 업체는 광우병 위험물질인 편도를 제거하지 않은 채 유통했다가 결국 냉동 소머리 406,000 파운드를 자발적으로 리콜한 바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 캔자스 주 고급 육 생산업체인 Creekstone Farms에서 소 뼈 파동으로 막힌 일본 수출시장을 열기 위해 업체내의 자발적인 전수검사의 의지를 밝혔지만 미 농무부가 이를 최근에 불허하였습니다. 업체의 자발적인 검사마저 가로막는 미농무부의 태도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심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사례들은 미국 내에서 조차 쇠고기 안전성 검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더욱이 미국 내에서 동물성 사료는 아직도 사용이 완전히 금지되지 않았으며, 비인도적이고 비위생적인 축산환경 또한 지속적으로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1%도 되지 않는 광우병 검사비율로 미국 쇠고기의 안전성을 장담하기에는 큰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최근 미국 내에서도 유기농 쇠고기나 풀 혹은 식물성 사료를 먹여 키운 쇠고기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호주 및 뉴질랜드 등 광우병 청정지역에서 수입된 쇠고기의 소비 또한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미국 내 쇠고기 소비행태가 이같은 변화를 보이고 있고 쇠고기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미주한인회는 미주 동포들이 먹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는 무조건 안전하다는 식의 성명을 발표하여 마치 이것이 전체 미주 한인들의 목소리인 양 사실을 왜곡하고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바, 이에 깊은 유감을 표합니다. 230만 재미동포 중 미 축산업의 실태를 알고 있는 한인들은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과 위생성에 비판적 의견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산 쇠고기 소비에 더더욱 신중을 기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현재 미국의 축산 환경은 육우 사육, 광우병 검사, 도축 그 어느 과정에서도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는데, 이번 협상의 결과로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발견되더라도 한국은 수입거부권조차 없이 국제수역사무국의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처지가 되었습니다. 검역주권도 없이 30개월 이상 소의 살코기와 30개월 이하 소의 뼈, 내장까지 모조리 수입을 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금번 미국 쇠고기 협상결과는 국민의 입장에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입니다.
 
  이에 정부는 국민건강과 검역주권을 포기한 채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해제한 졸속적인 금번 협상을 무효화하고, 재협상을 추진 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입니다.
 
  2008년 5월 7일
 
  쇠고기 수입 재협상 실행을 요구하는 미주한인주부들의 모임.

백분 토론을 봤다면 알겠지만 이것이 바로 현실정이다.

자꾸 정치적인 목적의 선동이라고 정부 스스로가 국민의 목소리를 폄하하는 것도 현실정이다.

여기서 우리의 기회비용은 정치적 견해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현실을 지탄하는 게 아니라, 정치적 목적으로 현실을 유린하는 자들의 관점 흐리기에 휘말리지 않으며 현실에 주목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정부는 국민의 혈세를 7억 가량이나 소비하면서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광고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광고에 더 많은 비용을 소모할 예정이라고 한다.

어째서 대한민국 국민이 낸 세금이 미국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광고문구를 위해 소비되야 할까?

정부의 태도는 정말이지 이상할 따름이다. 백분 토론에서도 재차 언급됐지만 어째서 정부는 스스로 우리가 직접 미국산 쇠고기를 먹겠다, 는 논리로서 그러니 국민 여러분도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라고 권유할까?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란 현안에서 우리가 민감한 건 '미국산'이 아닌 '쇠고기'다. 쇠고기가 어디서 왔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에서 온 쇠고기가 어떤 방식으로 수입되고 있는가가 문제란 것이다.

30개월 미만 소를 전면으로 그것도 미국인의 기준에 맡긴 채 전면 수입하고 그것을 국내에서 3% 샘플링 추출해서 검사하니까 어차피 부작용은 날 수 밖에 없다는 정부측 인사의 발언을 통해 참혹한 기분을 느끼지 못한다면 의문을 품어야 하는 것이다.

국민을 섬긴다는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인지, 미국 쇠고기 유통업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인지, 분간이 안되는 현실을 한번쯤은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어째서 우리가 미국에서 넘어온 소의 잠재적 위협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지 않나?

이건 통계수치로서 확신할 수 있는 확률의 문제가 아니니까.

이건 인간 대 인간이라는 존엄성 보존의 문제다. 문제가 나면 검역 제한을 하겠다는 정부의 논리는 어떤 희생을 감안하라는 무책임한 태도와도 같다. 결국 그 희생이란 건 우리의 누군가의 몫이나 다름없다. 잠재적인 통계적 수치로 나타나는 확률의 미약함을 과학적이라고 두둔하면서도 그것의 위험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하는 그들의 태도는 분명 가증스럽다고 할만한 것이다.

우리에게 미국 도축업자들을 믿을 수 없다면 아무것도 믿을 것이 없다는 그들의 발언을 어떤 방식으로 해석해야 할지 막막하다. 협상테이블이라는 건 서로간에 발생하는 불신을 제도로서 규정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라는 걸, 전문가라는 그분들이 몰랐을까? 미국에 사는 사람들조차 불안하다는 미국 검역체계를 믿으라고 전도하는 그들의 목소리가 지향하는 건 대체 무엇일까?


이건 정치적 쟁점의 사항이 아니며 상식의 논리에 위배되는 사항이다.

10대도 뿔났고, 미국에 사는 재미교포들조차도 뿔났다.

당연히 성인의 문턱을 넘은 20대이자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나도 뿔났다.

이명박 대통령이 아닌 그 누구라도 이런 행위는 용납하기 힘든 일이다.

흔히 먹는 걸로 장난치지 말라고 한다. 정부는 지금 먹는 걸로 장난치고 있다. 그 뒤에 내려앉은 꿍꿍이 따위는 알 바 아니지만 그들이 바라는 히든 카드를 위해 국민의 권리를 올인하는 것이 그들의 실용주의라면 이건 분명 오만이라고 단정지을만한 것이다. 우리가 맞서야 하는 건 그 오만한 비상식적 믿음이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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