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삶에 대해서 논할 수는 있으나, 그 삶의 바운더리에 깊게 침투하지 못하는 어떤 이가 그 삶의 전반을 두른 생을 진단하고 나설 수 있다는 건 분명 잘못된 인식이다. 동성애자들의 에로스를 정신병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건, 혹은 그것을 취향의 문제라 인식하고 새로운 취향의 개발을 종용할 수 있다는 건, 그야말로 미친 짓이다. 어떤 이에게 삶의 근간이자 그것이 생의 뿌리인 것을 인식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이의 합리란 이기적이거나 무심한 영역을 뛰어 넘은 심각한 폭력인 셈이다. 그 폭력성을 정상의 범주의 것이라 이해하는 정상인들의 행위가 실로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인지하게 되면 때때로 말을 섞는다는 것이 두려워진다. 정상적이라는 언어의 정의가 다수결의 원칙으로 판명될 수 있다는 신앙은 그 정상적이라는 합의로 잉태할 모든 부조리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무지를 반석으로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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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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