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단평

cinemania 2010. 4. 28. 19:55

비명이나 효과음없이 적막하게 흘러내려오는 뜨악한 오프닝은 마치 서정적인 운율에 담긴 비통한 의미처럼 명징하고 수려하다. 감수성을 잃어버린 메마른 세상 안에서 시를 갈망하는 여인이라니, 이렇게도 절실한 아이러니와 딜레마를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이미 시와 같은 삶을 사는 여인이 시를 쓰고 싶다며 시를 흉내내는 사람들의 삶 속을 헤매는 모습에서 아이러니와 딜레마의 각운으로 이뤄진 세상사의 통증이 저며온다. <>에서 윤정희는 이창동 특유의 리듬 속에서 자신만의 화법으로 독자적인 운율을 보존한다. 통증의 세상에서 깊게 침전해 내려가는 감성의 운율이 아련하고도 슬프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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