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방송을 했다. 아직 모니터는 못했다. 생방이라 모니터를 할 수 없다. 10시경에 재방송이 있다는데 몰랐다. 나중에 봐야지. 꼬박 날 새우다 1시간 자고 아침 7 30까지 여의도로 날아가야 했다. 방송에 지장은 없었다. 틈틈이 <테레즈 라캥>을 읽으며 <박쥐>시사가 있었던 2까지 완독할 때까지도 정신이 괜찮았다. 그러나 영화를 볼 때 아주 간혹 피곤을 느꼈다. 정신이 혼미해지진 않았다. 사실 이번주에 내가 날을 샌 건만 2, 그 외에 잠을 청할 수 있었던 때에도 평균 취침 시간은 3~4시간 안팎이었던 것을 생각해본다면 요즘 내가 마치 잠을 지배하는 초인이라도 된 것 같다. 하지만 잠 안자서 좋을 건 없다. 어깨부터 팔목까지 온 몸이 다 뻐근하고 때때로 머리가 지끈거린다. 그래도 정말 이상한 건 영화를 보는 2시간 동안 눈은 말똥말똥하다. 때론 정신이 맑아짐을 느낀다. 다행이다. 한편으론 이게 미쳤나, 싶기도 하지만.

 

<박쥐>시사회가 열리던 용산CGV는 난리도 아니었다. 정리가 안 돼서 시장통이었다. 하긴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몰리는 것도 오랜만이다. <놈놈놈>이후로 처음이랄까. 그래도 그 때는 일본에서, 중국에서, 기타 동남아 등지에서 날아온 듯한 아줌마들이 상영관을 무국적지대로 만들어서 벌어진 기이한 풍경이었다면 어젠 주최측의 착오와 관객들의 오해가 맞물린 연출에 가까웠다. 시사회장부터가 완전 부조리였다. 어쨌든 <박쥐>와 관련해 많은 글이 쏟아질 것 같다. 어제 시사회장엔 정말 이 바닥에서 글로 먹고 산다는 사람은 다 모인 것 같았으니까. 나 역시 2번에 걸쳐 적당한 글과 긴 글로 이 영화에 관한 생각을 토해낼 예정이다. 개인적으로 박찬욱에 대한 팬덤이 있는 인간이라 생각하지만 <박쥐>는 애증이 될 것 같은 영화다. 취향을 존중하지만 지지하긴 어렵겠다. 하지만 한번 더 봐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놀라운 건 이런 영화를 즐길 가능성이란 유인촌이 다시 양촌리로 돌아가 소박하게 살았다더라, 만큼이나 희박하다고 믿어지는 여자친구가 <박쥐>를 보고 싶다는 말을 하고 있다는 거다. 주변에서도 <박쥐>이야길 한다더라. 예고편이 보고 싶게 만든다고 했다. 불현듯 극장에서 뛰쳐나오며 지저스 크라이스트, 를 외칠 관객의 표정을 상상했다. <박쥐>가 볼만한 가치가 없는 영화라는 말이 아니다. 이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불순하게 둘러쳐진 영화가 대중영화로서 포장되고 있다는 말에 곤혹을 느낀다. 어떤 이에겐 마치 9 뉴스에 나오는 이명박 얼굴만큼이나 보기 싫어도 봐야 하는 얼굴을 대면하는 것만큼이나 곤혹스러운 2시간 20분이 될지 모른다. 이게 바로 박찬욱의 힘인가. 이름만으로 떡밥이 되는 박찬욱 감독의 <박쥐>가 과연 세간에서 어떤 평을 얻을지 궁금해진다. 어쨌든 일주일만에 7시간 정도를 자고 일어나니 몸이 조금은 가벼워진 느낌.

 

P.S>예전에 그러니까 내가, 애인과 헤어지고 찌질 시리즈로 이 블로그를 도배했던 적이 있었던 그 이후로 놀라운 글을 검색하곤 경악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니까, 정말 누군지 알 수 없는 어떤 이의 블로그에서 내 이별에 관련된 리뷰가 작성되고 있었단 말이다. , 이 블로그는 그냥 내 감정을 뱉어놓는 변기이자 내 쓸모 없는 글을 쳐 박아두는 창고쯤으로 여기는 나에겐 신선한 그로테스크였다. 마우스 왼쪽 버튼을 금지한 것도 그 때문이다. 이 블로그에 적힌 문장 가운데 당신이 훔쳐갈 만큼 대단한 텍스트는 없다고 본다. 어쨌든 위에서 언급한 여자친구는 내가 예전에 너무 사랑해서 이별하면 죽을 것 같다던 그 여자친구가 맞다. 한 달 정도 헤어졌다가 다시 만났다. 4번째 이별 이후로 어떻게 다시 만나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그렇게 됐다. 최대한 이 친구와 잘 살아보려고 마음먹었다. 안 되면 뱀파이어 피라도 먹여서 같이 피 빨아먹고 날아다니면서 살아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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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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