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참마속

time loop 2009. 3. 13. 19:36

안타까운 일이다. 안다. 하지만 칼을 물어야 한다. 명확히 잘라내야 할 부분이라면 단 한번에 휘둘러 그것을 동강내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칼을 쥔 쪽도 잘려나간 쪽도 상처만 입고 너덜너덜해진다. 이성적인 판단이라 생각하지만 감정적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것도 안다. 그래서 힘든 일이다. 그리고 그 힘들다고 생각되는 일이 그 문제의 본체라는 게 더 큰 문제다. 사적으로 얽혀있는 사람을 공적인 이유로 밀어내야 한다는 건 진일이다. 그만큼 모진 사람처럼 보인다는 것도 썩 좋은 일은 아니다. 그러나 단지 그런 이유에서 그냥 모른 척 덮을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신뢰가 부서진 마당에 그 파편을 쓸어 담는다 해서 구멍까지 메워지는 건 아니다. 구멍을 메울 수 없다면 애착을 버려야 한다. 구멍난 본체를 끌어안고 갈 순 없는 일이다.

 

냉정하자는 마음은 냉정한 사람이 할 생각이 아니다. 냉정하지 않기 때문에 냉정하자고 다짐하는 셈이다. 그만큼 억울한 일이고. 결코 예기치 않았던 고민이기 때문이다. 그런 고민을 형성하게 만든다는 것이 문제다. 단지 분노하고 인간적인 미움이 생긴다면 차라리 쉽다. 그게 아니기 때문에 어려운 일이다. 인간적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사람과 동료로서 함께 마주본다는 게 괴로운 상황이 됐다는 게 딜레마다. 아이러니하지만 현실이 그렇다.

 

많이 고민했고, 그만큼 마음이 좋지 않은 일이다. 그게 싫다. 고민하고 싶지 않다. 결정은 빠를수록 좋다. 결정했다. 읍참마속의 심정이란 그것이 스스로를 쥐고 흔들 정도로 상처 줄만한 일임을 인지하고 그만큼 각오하고 있기 때문에 강경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아집이 아닐까 되돌려봤다. 그것조차도 이 상황의 오류다. 그것이 이 문제의 본질이다. 결국 의심은 계속 의심을 낳을 거다. 베어야 한다. 명확하게 선을 긋고 동강내야 한다. 어쩔 수 없다고, 살다 보면 이런 일이 생기는 것 아니겠나, 라고 위로하기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감당해야 한다. 그리고 감당하는 중이다. 함께 일하고 싶었다. 하지만 진심으로 덮어두고 갈 수 없는 일이 됐다. 그게 실로 유감이다. 악역을 맡았다. 이젠 탈을 벗어야겠다. 그게 참 피곤한 일이더라. 덕분에 상처도 입었고 또 줬으니 약도 발라줘야겠다. 불화의 싹을 잘라냈으니 다시 토양을 일궈야겠다. 중요한 건 그만큼 더 발전할만한 가능성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겠지. 그래.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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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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