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1022

time loop 2008. 10. 23. 02:32

1.       12시 정각까지 마쳐야 할 외고를 끝냈다. 넘겼다. 월요일에 부탁 받은 외고 2개를 무사히 끝냈다. 하나는 짧았고, 하나는 길었다. 둘 다 지금까지 내가 써온 기사와는 생소한 글이었다. 리뷰도 아니었고, 인터뷰도 아니었다. 그래서였나. 기이하게 욕심이 났다. 생각보다 문장이 완성되는 속도가 빨랐다. 그 동안 질렸나 보다. 하긴 2년 동안 리뷰와 인터뷰만 줄창 써왔다. 지칠 만도 했다. 내 욕구를 내가 스스로 속였고 밟았다. 주말 즈음에 활자로 찍힌 책을 손에 들면 또 한번 기이하겠지.

2.       이번 주는 휴가인데 써야 할 리뷰도 2개 있었다. , 까짓거. 그런데 갑자기 월요일 오후에 외고가 2개 생겼다. 기한은 수요일 자정까지. 쉴 팔자가 아니었나. 그 와중에 화요일엔 아주 오랜만에 지인과 약속을 잡았고, 수요일엔 병우 콘서트에 가야 했다. 지인과의 만남도, 이병우도 포기할 수 없었다. 내가 잠을 줄여서라도, 빡세게 감내하는 수밖에. 다행히도 어떻게 됐다. 뭔가 3일이 꽉 찬 기분이다.

3.       올해 중반 방 정리를 하다 내가 스크랩했던 서태지 기사 파일을 발견했다. 참 많이도 모았다. 내가 서태지를 좋아하긴 좋아했나 보다. 하지만, 미련 없이 죄다 버렸다. 지금의 나에겐 그저 방을 어지럽히는 불필요한 짐에 불과했다. 나는 왜 서태지에게 냉소적인 인간이 됐을까? 그가 변한 건가, 내가 변한 건가, 아니면 세상이 변했나. 물론 여전히 서태지에 대한 애정은 남았다. 하지만 그것이 무조건적인 응원이 아니라 지적으로 변했다. 난 그가 좀 더 사람 같았으면 좋겠다. 어쩌면 내가 변했을지도 모른다. 그 때보다 난 나이를 먹었고, 많은 일을 겪었다. 취향은 변하기 마련이다.

4.       이병우 아저씨, 연주도 최고지만 입담이 대단하시군요. 만담보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덕분에 집까지 뛰어가느라 힘들었어요. 10 즈음에 끝날 공연이 만담 때문에 11 끝나다니. 12 마감 시간 못 지킬 뻔 했어요. 하지만 덕분에 즐거웠답니다.

5.       질문을 받았다. 중요한 자리였다.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 듣고 보니 몰랐다. 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을까.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난 어떻게 살겠다라는 긴 계획을 잡아본 적이 없다. 생각도 못했다. 지금의 나도 결코 생각해본 적이 없다.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다. 지금까지 살아오는 과정 자체가 생각했던 것처럼 살아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다고 했다. 다만 그냥 지혜롭게 늙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10년 뒤 어떻게 살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졌다. 하지만 역시 모르겠다. 앞날은 알 수가 없다. 그저 오늘에 충실하면 또 다른 내일이 오더라.

6.       기업은행에서 외화모으기 저금통을 설치했다 하더라. 조까라 마이싱 한통을 쏟아 부어주고 싶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 나라는 여전히 촌스럽다. 부자들 세금은 다 깎아주고 또 서민들에게 앵벌이다. 세상에 쳐 죽일 놈이 참 많은데 요즘은 죄다 우리나라에 몰린 거 같다. 그나저나 만수는 또 한번 이 나라를 쳐드셔야 직성이 풀리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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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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