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청에 와서 생떼거리를 쓰는 사람은 민주시민 대우를 받지 못하오니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용산구청에 붙은 플랜카드는 마치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다는 전설적인 크리스마스 속설에 비견될만한 것이었다. 용산구 철거민들의 하소연은 생떼거리가 됐고, 이는 곧 민주시민 대우를 박탈당한 이들에 대한 응징으로 이어졌다. 시위를 벌이던 철거민들을 제압하기 위해 경찰특공대가 동원됐고, 작년 여름 명박산성으로 히트를 쳤던 컨테이너 박스의 육중한 몸체가 몸소 건물 위로 날아올랐다. 누굴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의지가 대단했다. 급기야 그 대단한 의지가 사람을 잡았다. 백주대낮의 용산을 비추는 9 뉴스는 무시무시한 소식을 전했다. 어느 막장드라마도 넘볼 수 없는 경지를 선사했다. 경찰청 홈페이지에 분노와 개탄의 목소리가 끝없이 전해졌다. 그래도 대한민국 경찰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4가지 항목으로 나열해 홈페이지에 또박또박 게재했다. 3분 카레만큼이나 빠른 대응이 경이롭다. 양심은 없어도 대처는 빠르다. MB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덕분에 모든 것들이 거꾸로 뒤집힌다. 낡고 촌스러운 것이라 믿었던 것들이 비웃을 새도 없이 현실을 점거한다. 시대를 배반하는 살풍경이 아차하는 사이에 당당하게 전시된다. 너희는 나를 보고 이를 행하라. 그 분의 말씀에 삽질이 빨라진다. 반발하면 민주시민 대우를 받을 수 없다. 새해부터 마음이 심란한 걸 보니 아무래도 난 민주시민이 아닌가 보다. 벌써부터 한 해가 길게 느껴진다. 아무 것도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즐겁게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행복의 나라는 진정 아득하기만 하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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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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