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의 유산과도 같았던 <로보캅> 21세기에 리메이크됐다. 다행히도 구식은 아니다.

Posted by 민용준
,

<다크 나이트>가 선사한 광활한 충격을 맛본 당신에게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이미 신앙이고 주님일 거다. 무한한 혼돈과 같은 조커를 이겨낸 배트맨은 존재 자체로 파괴이자 절망에 가까운 강적 베인에 맞서 처절하게 짓밟히면서도 또 한 번 일어서서 소돔과 고모라가 될 고담시를 구원해야 한다. <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를 잇는 트릴로지의 피날레 <다크 나이트 라이즈> 164분의 러닝타임 안에서 다시 한 번 사회학적인 관점에서 영웅의 소비 실태를 고민하고 제시한다. 극심한 실업난을 겪고 있는 미국 내 사회에서 월가 시위와 같은 계급적 투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현실이 적극적인 메타포로 동원된 인상이기도 한 <다크 나이트 라이즈>는 결국 자본과 계급이라는 21세기의 시민사회를 관통하는 히어로계의 <시민 케인>이라 할만하다. 배트맨은 여전히 고뇌의 간지를 풍기고, 베인은 압도적이지만 무엇보다도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 훅을 날리는 건 캣우먼이다. 한두 가지 결정적 순간이 전체적인 완성도 안에서 살짝 뒤쳐지는 인상이지만 결말은 가히 복음이 되어 배트맨을 성배로 만들고야 만다. 개별적인 작품의 완성도에서 봤을 때 <다크 나이트>를 넘지 못하는 듯하나 3부작의 관점에서 봤을 때 자기 이야기를 완벽하게 갈무리하는 수작이다. 아이맥스 카메라 촬영분량만 72분에 달하는데 이걸 과연 아이맥스 상영관에서 안보고 배기는 것이 정상일지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광대하고 웅장하며 처절하나 결국 경배할 수밖에 없는, 영웅 대서사시. 과연 이런 3부작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인가.

 

(무비스트)

Posted by 민용준
,

국수집을 운영하는 거위 아버지 슬하에서 자란 뚱뚱한 팬더 포가 전설로 전해져 내려오던 용의 전사로 간택되어 세계의 평화를 지켜냈다는, <쿵푸팬더>는 쿵푸와 팬더라는 중화적 요소들을 결합시켜 이뤄낸 드림웍스의 새로운 성과였다. 그리고 <쿵푸팬더>의 성공을 이끈, 슈렉 이후로 가장 성공적인 드림웍스 프랜차이즈 캐릭터라고 해도 좋을 쿵푸팬더포를 앞세운 속편 제작은 불 보듯 빤한 일이었다. <쿵푸팬더 2>는 포복절도할 만한 재미로 무장한 전편의 기시감으로 인해 기대할 수 밖에 없는 작품이지만 언제나 속편으로 거듭해 들어갈수록 전편의 아성을 거침없이 깎아 먹어온 드림웍스의 전례를 생각했을 때 우려 또한 쉽게 거둘 수 없는 것이다. 또한 드림웍스를 지탱하던 <슈렉> <마다가스카>의 기력이 쇠퇴한 마당에서 새롭게 부흥한 <쿵푸팬더> <드래곤 길들이기>와 같은 프랜차이즈의 싹을 가꿔나가는 것이 중요해진 드림웍스에 있어서 <쿵푸팬더 2>는 그들의 비전을 제시할 새로운 출발선이란 점에서도 주목할만한 대목이다.

Posted by 민용준
,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 그것까진 알 수 없지만 이거 하난 확실하다. 로버트 저메키스는 디지털 캐릭터의 꿈을 꾼다. <폴라 익스프레스>이후로 3D디지털 이미지에 심취한 저메키스는 이제 더 이상 실사적 세상을 뷰파인더로 관찰하지 않는다. 북유럽 영웅 서사시 <베오울프>에 이어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롤>을 디지털 양각의 세계로 구현한 저메키스는 이제 디지털 세계의 조물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Posted by 민용준
,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이맥스 카메라의 앵글에 비춰진 광대한 도시의 밤 풍경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거대한 고담시의 어두운 밤거리, 고층빌딩 위에서 그 거대한 진풍경을 내려다보는 배트맨은 실로 고단하다. 짙게 드리운 고담시의 어둠 속에서 배트맨은 홀로 악당들과 맞서 싸운다. 광대한 고담시에 무겁게 내려앉은 어둠은 배트맨이 짊어진 고단함의 무게를 대변한다. 도시를 지배하는 암묵적 질서가 부패한 정경유착의 뿌리를 내리고 악의 편의를 손쉽게 도모할 때, 배트맨이 홀로 일으키려는 정의는 과연 그 도시에서 어디까지 유효한 것인가. 어둠이 깊게 내려앉은 도시의 밤을 고층 빌딩 위에 홀로 서서 관조하는 배트맨은 고민이 깊다. 그래서 그의 형상은 실로 고독하다.
Posted by 민용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