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숙한 신앙적 금욕을 강요하는 가정의 속박으로부터 도피해 알록달록한 동화적 세계관을 남몰래 간직한 월 프라우드푸트(빌 밀러)는 순진하고 유약한 소년이다. 덕분에 윌은 짓궂은 동갑내기 리 카터(윌 폴터)에게 이용당하다 결국 아마추어 영화공모전을 노리는 리의 영화작업에 참여한다. 그 와중에 우연히 보게 된 <람보 First blood>에 반한 윌은 자신을 람보의 아들이라 지칭하며 연기에 빠져들고 두 소년은 우정을 쌓아나간다더글라스 애덤스의 로맨틱한 SF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영화화했던 가스 제닝스의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이하, <판타스틱>)은 전작만큼이나 아기자기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미쉘 공드리를 연상시키는 수공예적인 특수효과나 순진한 취향은 기발하고 독특한 매력을 구사한다. 때때로 통제되지 않고 산만하게 전개되는 이야기가 거슬리긴 하지만 <판타스틱>은 종잡을 수 없는 유년기의 호기심처럼 건강한 영화다. 지나친 관심에 예속되거나 무관심에 지친 소년들은 연대와 갈등을 통해 각기 성장해나간다. <판타스틱>은 종잡을 수 없는 악동처럼 사연을 콜라주하지만 동심의 세계처럼 깊고 너른 순수를 채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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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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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라곤 하지만 물고기처럼 보이진 않는다. 인면어라고도, 금붕어라고도 불리지만 엄밀히 말해서 물고기 흉내를 내고, 그렇게 추정되는 정체불명의 캐릭터다. 심지어 생의 비밀에 대한 일언반구의 설명도 없다. 포뇨의 아버지를 자처하는 후지모토가 인간임에도 어떻게 물 속에서 온전히 사는 건지, 흡사 바다의 여신처럼 보이는 그란만마레가 포뇨의 어머니라는 건 어떻게 해석할 수 있는 건지 막막하다. 실상 별반 상관없다는 듯 그렇다. 답 없는 수수께기처럼 묘연하지만 신화처럼 비범하다. 67세를 넘긴 재패니메이션의 거장 야마자키 히야오의 <벼랑 위의 포뇨>는 단순한 유아적 발상을 통해 순수의 경지를 선사한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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