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 대한민국'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09.01.25 아내의 유혹
  2. 2009.01.21 MB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1

아내의 유혹

도화지 2009. 1. 25. 13:25

막장 오브 막장. 정점을 찍었다. 막장드라마의 인기 속에서도 <아내의 유혹>은 단연 독보적이다. 10%대에서 시작된 시청률은 30%를 넘어 도무지 하늘 높은 줄 모른다. 불륜과 이혼은 물론 살인교사까지 서슴지 않는 드라마 앞에서 시청자들은 끊임없이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절친한 친구가 남편을 유혹하고, 그 남편은 임신한 아내를 바다에 빠뜨려 살해한다. 가까스로 살아난 아내는 복수를 다짐하는데, 그 복수라는 게 그 남편을 유혹하는 일이다. 그것이 이름하여 <아내의 유혹>. 이상한 건 눈가에 점하나 찍은 아내를 그 남편은 못 알아본다. 내 눈이 이상하나. 조만간 친어머니는 딸을 알아보더라. 역시 드라마가 이상하다. 따지고 드니 돌아오는 반응이 차갑다. 그냥 그런 거지. 저 남자가 멍청한 거야! 여기서 더 따지고 들어가면 나만 유치한 놈이 된다. 이건 그저 불구경이거나 싸움구경일 뿐이다. 적어도 내 것이 아닌 바에야 그 좋은 구경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그래서 다들 옆집 불구경을 보듯, 싸움구경을 보듯, <아내의 유혹>을 구경한다. 못하는 거 없는 우리 서희는 우리 딸도 아니니 심각할 필요 없다. 찜질방에서, 사무실에서, 호프집에서도, <아내의 유혹>을 씹고 씹는다. 씹기 위해서 보고 듣는다. 다들 유치하다는 거 안다. 하지만 이만한 드라마라도 씹어대지 않고 배길 수 없다. 세상이 지독하게 막장이라 막장드라마라도 질겅질겅 씹는 낙으로 세상 버티는 게 서민들의 낙이다. 어릴 때 불량식품을 괜히 먹었나. 그저 싸고 달아서 먹었지. 사기도 쉽고 먹기도 편한 <아내의 유혹>이 왔다. 모두 하나씩 집어 들고 씹어댄다. 가장 만만한 쾌락에 쉽게 빠져든다. 세상을 등진 채 환각 속에서 분노하고 경멸을 던진다. 시대유감이다.

 

(프리미어 FRANKLY SPEA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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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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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에 와서 생떼거리를 쓰는 사람은 민주시민 대우를 받지 못하오니 자제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용산구청에 붙은 플랜카드는 마치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다는 전설적인 크리스마스 속설에 비견될만한 것이었다. 용산구 철거민들의 하소연은 생떼거리가 됐고, 이는 곧 민주시민 대우를 박탈당한 이들에 대한 응징으로 이어졌다. 시위를 벌이던 철거민들을 제압하기 위해 경찰특공대가 동원됐고, 작년 여름 명박산성으로 히트를 쳤던 컨테이너 박스의 육중한 몸체가 몸소 건물 위로 날아올랐다. 누굴 위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의지가 대단했다. 급기야 그 대단한 의지가 사람을 잡았다. 백주대낮의 용산을 비추는 9 뉴스는 무시무시한 소식을 전했다. 어느 막장드라마도 넘볼 수 없는 경지를 선사했다. 경찰청 홈페이지에 분노와 개탄의 목소리가 끝없이 전해졌다. 그래도 대한민국 경찰은 자신들의 정당성을 4가지 항목으로 나열해 홈페이지에 또박또박 게재했다. 3분 카레만큼이나 빠른 대응이 경이롭다. 양심은 없어도 대처는 빠르다. MB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덕분에 모든 것들이 거꾸로 뒤집힌다. 낡고 촌스러운 것이라 믿었던 것들이 비웃을 새도 없이 현실을 점거한다. 시대를 배반하는 살풍경이 아차하는 사이에 당당하게 전시된다. 너희는 나를 보고 이를 행하라. 그 분의 말씀에 삽질이 빨라진다. 반발하면 민주시민 대우를 받을 수 없다. 새해부터 마음이 심란한 걸 보니 아무래도 난 민주시민이 아닌가 보다. 벌써부터 한 해가 길게 느껴진다. 아무 것도 따지지도 묻지도 않고 즐겁게 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진다. 행복의 나라는 진정 아득하기만 하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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