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과 소녀의 과도기에 자리한 듯한 한 여자가 어느 저택을 뒤로 한 채 덧없이 걸음을 옮겨 나간다. 어디론가 바쁜 걸음을 옮기던 그녀는 한 언덕에 멈춰선 뒤, 황망한 얼굴로 세상을 응시하다 이내 영문을 알 수 없는 울음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이윽고 한껏 습기를 빨아들인 먹구름으로부터 매서운 비가 쏟아지고, 그녀는 폭풍의 언덕을 벗어나 비를 피해 어디론가 걸음을 옮긴다.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대신 정처 없이 나아가던 그녀는 외딴 집의 불빛을 발견하고 대문 앞에 다다라 문을 두들긴다. 이를 발견한 한 남자는 그 여자를 집 안으로 들이고 두 여동생과 함께 그녀의 기운을 북돋아준 뒤, 이름을 묻는다. 그리고 그녀는 답한다. “제인 에어그녀가 제인 에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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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영국의 수학자인 찰스 루트위지 도지슨이 루이스 캐럴이란 필명을 앞세워 1965년에 발표한 동화다. 지극히 개인적인 의식의 흐름을 통해 진전되는 서사와 비상식적인 묘사가 동원된 이 작품은 비논리적인 기괴한 설정들이 도처에 난무함에도 직관적인 상상력과 천진난만한 감성을 동반하며 그 세계관에 대한 호기심을 당긴다. 동명의 제목 그대로 팀 버튼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루이스 캐럴이 창조한 그 기이한 세계관을 연상시키는 작품이. 하지만 팀 버튼 루이스 캐럴이 손으로 써내려 간 세계를 영상으로 치환하려는 노력에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팀 버튼이 참고한 건 비단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뿐만이 아니다. 또 한번 앨리스를 통해 특별한 모험담을 그려낸 루이스 캐롤의거울 나라의 앨리스 역시 팀 버튼의 세계로 편입됐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 루이스 캐롤이 아니라 그 결과물이 온전히 팀 버튼의 것이란 점이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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