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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5.24 산 사람이 사는 법
  2. 2009.02.19 선종

산 사람이 사는 법

도화지 2009. 5. 24. 10:53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 때도 사람들은 모여 들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눈물 흘리거나 한숨을 내쉬고 추모의 발길이 모이는 광경에서 그때와 비슷한 기시감을 얻는다. 정적과 광풍처럼 너무나도 대조적인 인생을 관통한 두 사람의 엔딩 앞에서 사람들은 동일한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형태가 전혀 다른 두 서사의 동일한 지점은 감정을 야기시킨다는 것이다. 제 아무리 놈현 탓이다, 라고 비아냥거렸던 이들도 그 죽음 앞에서 엄숙함을 느끼고 있는 것만 같다. 물론 노무현에 대한 비아냥이 지금 MB에게 보내는 욕지거리와 차원이 달랐다는 것 정도는 인지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마음 놓고 손가락질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고, 그만큼 관점의 여유가 생겼다. 애초에 인간적 그릇의 차이가 있었다. 적어도 누구처럼 고개 돌리고 상종하기 싫은 위인은 아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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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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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

도화지 2009. 2. 19. 22:21

별이 졌다. 사람의 죽음이 비단 꼭 슬퍼할 일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단지 이별이 아쉬울 뿐이다. 그 존재만으로도 힘이 되고 의지가 되던 사람이었다. 특히나 약자들에겐 더없이 자상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참 애석한 일이다. 이미 눈을 감은 추기경의 마지막 모습을 보겠다고 명동에 늘어선 대단한 행렬이 이상해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 일이지. 그만큼 세상이 힘들다는 반증일 테고. 그 빈자리가 크다. 그 자리를 메워줄 만한 위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에서 묘한 절망이 밀려오는 것도 같다. 이 땅에서 정말 보기 드문 종교인이었다고 생각한다. 남아있는 자들의 슬픔이 아쉬울 뿐이지, 그 삶엔 어떤 후회도 남길 수 없을 것 같다. 그 와중에 전두환의 뒷짐 조문은 정말 꼴불견이었다. 조문이 아니라 마실 나온 꼰대의 포스가 철철 넘쳤다. 한 가지 확실한 건 아마 전두환이 죽으면 그 무덤에 침을 뱉고 싶어서 몰려드는 사람이 오늘 명동에 줄을 섰던 사람보다 열 배는 많을 거다. 아마 홍수가 날 거야. 그 성스러운 장소에 악취가 풍기진 않았을까 내심 걱정이 됐다. 어쨌든 별이 졌다. 그래도 사람들은 그 별이 머무르던 자리를 그리워한다. 대단한 삶이란 이런 거지. 나같이 신앙심이 없는 인간에게도 성스러움을 알려주는 게 바로 대단한 삶인 게지. 정말 축복 같은 삶을 보여주고 떠났다. 김수환 추기경님, 잘 가세요. 그 인자한 얼굴로 손 흔드는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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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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