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N’T GET ME WRONG
홍종현은 진지하다
살짝 날이 선듯한 뾰족한 인상이었다. 하지만 막상 서글서글하게 웃으며 조목조목 말했다. 조금 진지했지만 무겁진 않았다. 유쾌한 여운이 남았다.
피곤해 보인다.
스튜디오로 오는 길에 졸았더니(웃음).
스케줄이 많나 보다.
작품이나 방송 촬영이 있는 건 아닌데 항상 스케줄이 있더라.
이전에 했던 인터뷰를 보면 유독 ‘생각보다 진지하다’는 말이 많다.
인터뷰를 하고 나면 그렇게 말하는 분들이 많다. 아무래도 인터뷰에선 고민해서 말하다 보니 더 그렇게 보이는 거 같고.
원래 진지해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기도 한데, 그런 선입견을 경험하는 기분이 궁금하다.
특별히 좋고, 싫은 건 없다. 그냥 ‘내가 방송에서 그렇게 보이나?’라는 생각 정도? 아무래도 방송에서도 이렇게 조용하게 말할 순 없으니까(웃음). 나름 밝게 보이려 노력하는 부분은 있다.
<스타일 로그>에선 의외로 무뚝뚝해 보일 때가 있더라.
그때 민호는 원래 알고 있었지만 친하지 않았던 상황이었고, 나나는 처음 만났기 때문에 어색한 부분이 있었던 거 같다. 그래도 점점 친해지면서 후반부엔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던 거 같다.
낯을 가리는 편인가.
낯가림이 심해서 친해지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여자일 경우엔 더 심하다.
<위험한
상견례 2>에서 도둑 가문의 아들로 나온다. 혹시 남의
것을 갖고 싶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나?
아주 어렸을 땐 있었다. 장난감이나 축구화 같은 거. 물론 남의 것을 빼앗고 싶다기 보단 그냥 순수하게 갖고 싶다는 생각.
특별한 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순간이동?
이유는?
영화 <점퍼>의 주인공이 순간이동으로 스핑크스 위에서 햄버거를 먹기도 하는데 부럽더라.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 몇 초 만에 갈 수 있다니 얼마나 재미있을까. 살면서 최대한 많은 경험을 해보고 싶은데 여행만한 경험도 없는 거 같다. 그래서 순간이동이란 능력을 갖고 싶다.
여행 좋아하나?
늘 가고 싶지
가장 인상적인 해외여행지는?
사실 해외를 나간 경험은 별로 없다. 그럴 여유가 없었다.
시간적 여유가 없었단 말인가.
아무래도 중학교 시절부터 모델 일을 시작했으니까. 친구들과 여행 계획을 세워본 적도 있는데 대부분 나 때문에 취소하게 되더라. 갑자기 촬영이 잡힐 때가 있어서. 게다가 어릴 땐 금전적 여유도 없었다(웃음).
그래도 친구들이 잘 이해해주는 편이었나 보다.
아무래도 친구들이니까.
최근에 한 브랜드 행사에서 풋살경기를 선보였다. 친구들과 축구를 자주 한다던데.
예전엔 주기적으로 자주 뛰었다. 최근엔 친구들이 팀까지 만들어서 일요일 아침마다 공을 차는데 나는 일요일 아침엔 <인기가요> 생방송 준비를 해야 해서 못한지 한참 됐다.
생방송 진행은 긴장되지 않나?
예전에 <와이드 연예 뉴스>라는 생방송 프로그램을 꽤 오래 진행했지만 오랜만에 해보니 긴장되더라. 그만큼 저절로 집중하게 되고 최선을 다하게 되니까 끝나도 후회는 안 생긴다. 생방송만의 매력이 있는 거 같다.
아직 배우로서 대표작이라 할만한 작품이 없다. 작품에 대한 욕심이 그만큼 클 때다.
당연히 욕심이 생긴다. 배우로서 대표작을 갖는다는 건 많은 분들께 사랑 받은 작품을 만나는 것이니까.
솔직히 <위험한 상견례 2>가 대표작이 될만한 작품일지 모르겠다. 다만 배우로서 디딤판이 될만한 작품이 될지는 모르겠다.
감독님께서도 그렇게 말씀하셨다. “이 영화가 너에게 대박은 아닐 거다. 하지만 이 영화를 통해서 네가 더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도록 만들어줄게”라고.
코미디물은 처음 아닌가.
시트콤 정도는 했는데 코미디물은 처음이지. 그래서 걱정도 많았지만 기대도 있었다. 예전부터 코미디물은 한번 해보고 싶었으니까.
도둑 집안의 가풍에 반항하는 아들을 연기했는데 본인은 실제로 어떤 아들이었을까.
나름 착한 아들이었다. 특별히 반항을 하거나 크게 말썽을 부린 기억은 없으니까. 부모님께서도 크게 혼내신 적이 없었고. 그런데 생각해보면 부모님께서 워낙 혼내시는 편이 아니라서 작은 말썽을 부렸을 땐 내가 되레 더 반성했던 거 같다. 그런 면에선 다른 친구들보단 성숙한 편이었던 거 같다(웃음).
그렇게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면 <우리 결혼했어요>에 출연하는 건 고역 아니었을까?
처음엔 고사하려고 했다. 내 성격은 이 프로그램에 어울리지 않을 거 같고, 프로그램도 재미없어질 거 같다고 했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면 된다고 하더라. 그 말을 듣고 출연하게 됐다.
할만했나?
힘들었다(웃음). 그래도 억지로 밝은 척, 친한 척하지 않고 어색하면 어색한 대로 점차적으로 친밀해지는 과정을 보여주고자 했다. 모두에게 다 좋아 보일 순 없는 거니까.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나? 해볼만한 일이었던 거 같나?
얻은 것도 있고, 잃은 것도 있는 거 같다. 그래도 얻은 게 더 크다.
무엇을 잃었다고 생각하나.
오해를 산 부분이 생긴 거 같다. 꾸미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는데 그걸 보고 어떤 분들은 상대 파트너인 유라에 비해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 거 같더라. 말도 별로 없고, 가만히 있고. 사실 할말이 많다. 나는 친구들을 만나도 말하기 보단 들어주는 편이다. 게다가 유라는 밝고 발랄한 편이고, 해보고 싶은 게 많았는데 나는 거기 최대한 맞춰주려는 입장이었다. 그걸 오해해서 나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생긴 거 같지만 나라는 사람을 많은 분들에게 알려준 건 확실히 얻은 부분이다.
결혼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은 없나?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가볍게 생각하면 결혼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을 거 같다. 약간의 책임감은 생기겠지만 재미있을 것도 같고. 지금 내 나이에 누군가와 결혼한다면 연애하듯이 결혼생활을 할 거 같다. 남편, 아내, 이런 딱딱한 느낌이 아니라 친구처럼.
사실 결혼보단 연애가 더 현실적인 때다. 마음에 드는 여자에게 먼저 다가가는 편일까?
적극적으로 대시한다기 보단 알 정도로는 표현하는 거 같다. 나는 관심이 없으면 정말 아무 것도 안하는 타입이라 내가 표현하는 것 자체가 정말 엄청난 표현처럼 받아들여질 수도 있을 거 같고(웃음).
<위험한 상견례 2>는 양가의 부모들이 반대하는 결혼을 당사자들이 밀어붙이는 이야기다. 본인도 이런 상황에서 결혼을 밀어붙일 수 있을 거 같나.
그럴 거 같다. 아무래도 부모님을 생각해보니 절대 그럴 분들이 아니란 걸 잘 알아서인 거 같기도 하지만 어쨌든 내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부모님을 설득시킬 거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게 뻔하니까.
원하는 걸 관철시키고자 노력하는 편일까?
어릴 때부터 남들이 다 쓸데 없는 짓이라고 해도 내가 하고 싶은 건 다 하는 편이었다. 고집이 셌지. 물론 너무 터무니 없는 걸 하겠다고 고집을 피우는 건 또 아니니까.
모델 활동을 하다 자연스럽게 배우로 넘어왔는데 원래 모델이 되고 싶었나?
어릴 땐 수의사가 되고 싶었는데 중학교 때 외모와 옷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고 모델이란 직업이 멋있어 보였다. 그땐 키가 작았는데 중3때 키가 확 커져서 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왕 하고 싶은 건 빨리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회사를 찾아갔다.
무작정 찾아간 건가? 나름 자신감이 있었나 보다.
사실 찾아가기 전에 많이 망설였다. 모델에 관한 정보가 담긴 책자를 많이 봤는데 어느 날 어머니께서 그걸 보시더니 모델을 하고 싶으면 빨리 하라고 하셨다. 뭘 그리 오래 고민하냐고. 그래서 ‘알겠어요’라고 바로 찾아갔다. 정말 아무 것도 몰랐으니까 가능했지. 그래도 정말 하고 싶었나 보다. 그렇게 찾아간 걸 보니까.
하고 싶다고 다 받아주는 건 아닐 텐데, 나름 끼가 있었나 보다.
잘 모르겠지만 수업 한번 받아보고 이야기하자더니 두 달 뒤에 수업이 끝나니까 정말 해보자고 하더라. 그때 자연스럽게 배우가 되고 싶단 이야기도 했고, 같이 준비하게 됐다.
배우가 되고 싶었던 이유는?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 중에서 대학로 연극을 연출하시던 분이 있었는데 덕분에 연극을 보게 됐다. 처음 연극을 보는데 배우들이 연기하는 걸 보고 빠져들었다. 연기하는 기분은 어떨까 정말 많이 궁금하더라. 그래서 애초에 모델과 배우 둘 다 할 수 있는 회사를 찾아갔다.
낯을 가리는 성격이라 했는데 만인의 주목을 받는 건 괜찮았나?
처음 촬영하고, 처음 컬렉션 런웨이에 서고, 그때마다 너무 긴장했다. 그래서 너무 어색했던 거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흥분되고 즐겁더라. 기분 좋은 긴장감이랄까? 그래서 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욱 커졌다.
무대에서 수많은 시선을 즐길 수 있는 편이었을지도. 모델로서 런웨이를 하고 주목을 받는 것도 있지마 배우 역시 수많은 사람의 시선을 받는 편이다. 연기할 때 그런 게 의식되진 않던가?
많이 의식됐죠. 지나가는 사람 한 명 한 명 다 신경 쓰일 정도였는데 그런 걸 하나하나 이겨내는 과정이 있었고, 지금은 많이 편해졌죠.
연기 데뷔작은 <쌍화점>인가.
<쌍화점>에 처음 캐스팅됐는데 김종관 감독님이 연출한 단편영화 <헤이, 톰>을 먼저 찍었다.
처음 카메라 앞에 섰던 기억은?
긴장돼서 오만 가지 생각을 했다. 어떻게 움직이지? 어떤 표정을 짓지? 화면엔 어떻게 나올까? 지금 표정은 괜찮나? 얼어 보이진 않을까? 계속 이런 생각만 났다.
화면 너머의 자신을 보는 건 익숙한가?
아직도 좀 낯설다. 그래서 다른 사람과 같이 보면 민망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그래도 잘 나왔을까 궁금하기도 하고, 두렵지만 기대도 되고.
모델과 배우 중에 더 하고 싶었던 일은?
둘 다 하고 싶었다. 다만 어린 나이에 모델 활동을 먼저 하고 20대 중반부터 배우 활동을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연기를 빨리 시작하게 됐다. 좋은 일이기도 했지만 모델로서 괜찮은 경력을 쌓을 수 있는 타이밍을 놓쳐서 조금 아쉽더라.
자신의 생각보다 빨랐던 만큼 예기치 못한 부담감으로 다가왔을 수도 있는데.
당연히 부담감이 생겼다. 그나마 처음엔 큰 역할이 아니었기 때문에 긴장을 덜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던 거 같다. 아마 좀 더 중요하고 큰 역할이었다면 힘들었을 거다.
드라마 스페셜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방송 관계자들도 상당히 주목했던 작품으로 알고 있다. 본인을 비롯해서 김우빈, 이수혁, 성준, 김영광과 같은 모델 출신 배우들이 대거 출연해서 주목을 받은 작품이기도 했고.
맞다. 그 작품을 기억해주시는 분들이 꽤 많다. 지금도 인터뷰할 때마다 한번씩 이야기가 나오니까. 생각해보면 감독님 입장에선 모험이었을 거다. 경험이 거의 없는 모델 친구들을 데리고 작품을 끌어갔다니 정말 대단한 결단이었지. 촬영 내내 재미있었다. 그 멤버가 다시 모여서 촬영할 기회를 얻기도 힘들겠지.
그 당시만 해도 그 작품이 이렇게 회자될 거라고 생각하진 못했을 텐데.
소재가 특이하니까 마니아층은 생길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드라마 방영이 끝나고 더 많은 인기를 끈 거 같다. 방송사에서 DVD를 출시했는데 그때까지 발매했던 DVD 중에서 가장 많은 판매가 이뤄졌다고 하더라.
때론 기대 밖의 결과로 돌아오는 경험이 있다. <위험한 상견례 2>도 그런 작품이 될 수도 있고.
일단 코미디라는 장르에 처음으로 도전했던 작품이자 첫 상업영화 주연작이니까 의미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작품이 끝나면 ‘아, 진짜 추웠다’란 식으로 기억에 남는 작품이 있는데 아마 <위험한 상견례 2>는 ‘정말 많이 웃었다’란 식으로 기억날 거 같다.
누구 덕분에 많이 웃었을까?
신정근 선배님이나 전수경 선배님, 김응수 선배님께서 워낙 잘 하셔서 같이 촬영하면 항상 많이 웃었다. 그 탓에 NG도 많이 나서 죄송했지만 웃긴 걸 어떡해(웃음).
오랫동안 배우로 살아온 선배들을 보면서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보진 않았을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지. 저렇게 오랫동안 연기를 해온 것도 대단한데 항상 내 생각 이상의 연기를 보여주시니 보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이 됐다. 그리고 세 분 다 항상 잘 대해주셨다. 나도 나중에 어린 후배가 생기면 따뜻하게 잘 대해줘야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감 있게 연기할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신 거 같다.
혹시 해보고 싶은 작품이나 역할은 없나?
최근엔 코미디를 해봐서인지 몰라도 로맨틱 코미디를 해보고 싶더라. 좀 더 나이가 들면 남성적인 장르를 해보고 싶기도 하고. 해보지 못한 캐릭터가 많아서 한번씩은 다 해보고 싶다. 지금까진 나름 잘해온 거 같은데 올해엔 어떤 작품이 됐든 정말 뿌듯하게 기억할 수 있는 작품을 꼭 해봤으면 좋겠다.
(ELLE KOREA MAY 2015 NO.271 'ELLE inter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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