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인형 놀이를 하듯이 영화를 만들어왔던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은 놀랍도록 비범한 걸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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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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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크라이스트 일명 적그리스도, 이 불경한 언어를 제목으로 내건 <안티크라이스트>에는 불순한 기운이 그득하다. <파리넬리>를 통해서 유명해진, 바로크 작곡가 프레데릭 헨델의 오페라 <리날도> 2막에서 등장하는 아리아 <울게 하소서>가 경건하게 울려 퍼지는 도입부는 강렬한 성애에 빠진 두 남녀의 섹스를 유려한 고속촬영의 방식으로 포착한 뒤, 투명한 흑백의 색감으로 포장해낸다. 그 욕망이 절정의 쾌락으로 분열되는 오르가슴의 찰나를 공유한 부부는 동시간에 벌어지는 비극적인 죽음으로 인해 삶의 균열로 빠져든다. 극렬한 성욕 속에서 어린 아들의 죽음을 방치하게 된 부부의 일상은 점차 우울과 무기력으로부터 새어 나오는 광기로 침전돼 간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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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세상이 텅비었다. 인적이 없는 거리에는 죽은 듯이 고요한 열기만 가득하다. 해가 저문 뒤, 도시의 밤은 분주해진다. 세상이 어두워진 뒤에서야 사람들은 거리를 활보한다. 하지만 그 거리를 채운 사람들은 우리가 아는 그 사람들이 아니다. 2019, 뱀파이어 바이러스에 감염된 인류 대부분은 어둠 아래 사는데 익숙해진지 오래다. 바이러스에 감염되지 않은 인간들은 그들의 피를 원하는 뱀파이어들에게 사냥당한 뒤, 혈액은행에서 사육당하는 운명에 놓이거나 이를 피해 달아나야 한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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