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희망한다. 자신의 딸이 미인대회에서 우승하길. 그리고 믿는다. 그것이 딸의 삶을 좀 더 나은 방향으로 인도해줄 것이라고. 딸은 희망한다. 미인대회 단상에 서는 것 따위보다 자신에게 보다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길. 그리고 믿는다. 분명 지금과 또 다른 현실이 내일엔 존재할 것이라고. 블리스(엘렌 페이지)는 도회지와 거리를 둔 시골마을의 평범한 학생이자 딸이다. 지극히 평온하여 지루한 삶 속에서 자신만의 일탈을 꿈꾸던 블리스는 조약돌처럼 날아든 롤러 더비의 풍경을 목격하고 이는 소녀의 잔잔한 일상에 파문을 일으킨다. 결국 그 파문을 따라 헤엄쳐 나가듯 롤러 더비에 발을 들이게 된 블리스는 파도처럼 출렁이는 수면 위의 갈등을 피하지 않고 물살을 헤치듯 그 삶을 갈라 자신만의 내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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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인 선율과 함께 우주의 황홀경을 비추던 스크린이 중력에 이끌리듯 인공위성들의 잔해를 헤치고 지구상으로 돌입한다. 빈 깡통이 된 빌딩 사이사이를 메우는 각종 폐기물. 생명이 말소된 듯 인적이 사라진 그 거리의 쓸쓸함이 보는 이의 마음을 황량하게 물들일 찰나, 어디선가 들려오는 낭만적인 멜로디가 그 쓸쓸한 적막을 밀어낸다. 캐터필러(caterpillar)로 전진하는 작은 로봇 ‘월ㆍE(WallㆍE: Waste Allocation Load Lifter-Earth-class)’는 트랜지스터 오디오 기능을 겸비한 자신의 몸통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도처에 널린 폐기물을 압축해 차곡차곡 쌓는다. 그 모든 것은 <나는 전설이다>에 버금갈만한 썰렁한 대도시의 적막함을 명랑하고 낭만적으로 밀어내는 월ㆍE로부터 그렇게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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