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에서 오랫동안 성실하게 근속해온 래리(톰 행크스)는 어느 날, 회사의 상부로부터 일방적인 퇴직 통보를 받는다. 이유는 그에게 대학 졸업장이 없다는 것. 하루 아침에 실업자가 된 래리는 새로운 직장을 찾고자 동분서주하지만 그를 원하는 곳은 없다. 그리고 그는 중고매매상인 이웃의 권유로 대학 입학을 결심하게 된다. 대학강사 테이노(줄리아 로버츠)는 이른 아침부터 스피치 강의에 나서야 한다. 의욕도 없는 그녀에게는 고역 같은 의무다. 하지만 수업을 신청한 학생 수가 10명을 채우지 못했기에 폐강을 알리려던 찰나, 부랴부랴 강의실로 들어서는 중년의 남자와 마주친다. 래리와 테이노는 그렇게 만난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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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삶을 뒤로 하고 불현듯 여행을 떠나버린 <먹고 사랑하고 기도하라>(2010)의 리즈처럼 줄리아 로버츠는 <클로저>(2004)이후로 한동안 스크린에서 모습을 감췄다. 할리우드의 톱여배우라는 무거운 수식어를 내려놓고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자아를 돌보는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세 아이의 어머니가 된 지금도 그녀는 거창한 꿈을 키워나가는 것만큼이나 소소한 일상을 돌보는 것에 큰 가치를 느끼고 있다. “우린 얼마나 운이 좋은가. 서로를 많이 사랑함으로써 세 아이를 가질 수 있었으니.” 이처럼 그녀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이들의 삶을 돌봄으로써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터득했다. 그리고 배우로서 자신의 삶을 가꾸는 것도 잊지 않았다. 로버츠는 자신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나는 그저 특별한 직업을 지닌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 그저 겸손한 말이 아니었다. 자신의 삶을 사랑한다는 것. 그건 그녀가 깨달은 진정한 성공이었다.

 

(beyond 12월호 Vol.51 'TAKE ONE MOVIE')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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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plicity>라는 원제처럼 <더블 스파이>는 시종일관 표리부동한 정체를 유지하는 캐릭터들의 심리전이다. 각각 MI6CIA근무경력이 있는 전직 국가요원 레이(클라이브 오웬)와 클레이(줄리아 로버츠)는 현재 대기업 산업스파이로 활동 중이다. 2003, 두바이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구면이지만 초면처럼 낯선 인사를 반복적으로 주고 받아오곤 했다. 마치 정해진 대사처럼 대화를 나누고, 정해진 배역처럼 마주치고 헤어졌다. 첫 만남을 묘사하는 오프닝 시퀀스에서 바로 5년 뒤로 점프 컷, 그리고 그 중간중간의 서사를 플래쉬백하는 영화의 속내를 읽기란 마지막까지 쉽지 않다. 저 두 사람만큼이나.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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