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진서 인터뷰

interview 2008. 5. 31.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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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아닌가?
와인 맞다. 와인 좀 드실래요?

근무 중 음주는 안 된다. 그것도 대낮부터. (웃음)
오히려 낮에 마시면 좋은데.

그런가? 사실 와인에 문외한이라, 와인 애호가인가 보다.
사실 와인만큼 맥주도 좋아한다. (웃음)

그럼 술을 좋아하는 건가?
소주나 위스키 같은 건 잘 못 마신다. 그래서 잘 마시지도 않고.

다행이다. 소주 좋아했으면 지금 소주 마시고 있을지도 모를 일인데. (웃음) <올드보이> 당시엔 역할이 작았음에도 인상이 깊었다.
어쩌면 사람들이 그런 이미지를 원했던 것일 수도 있지. 왜냐면 한국에는 그런 이미지를 낼 수 있는 영화나 배우가 흔하지 않았으니까. 그런 이미지를 그리워했고, 그만큼 좋아했던 것 아니었을까.

사실 그 역할이 그런 선풍적인 반응을 끌어냈다는 것이 본인한테 의외였을 텐데.
맞다. 되게 의외였지. 사실 출연하기 전까지 고민 많이 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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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장화, 홍련> 오디션에서 떨어진 인연으로 <올드 보이>에 출연하게 됐다고 들었다. 김지운 감독이 박찬욱 감독에게 추천한 덕분에. <장화, 홍련>은 어떤 역할이 탐났나?
무슨 역할인지는 몰랐고, 사실 (소속사에서) 오디션 보라고 해서 본거다. (웃음)

여행, 책, 그리고 음악을 상당히 좋아한다던데, 세가지 다 홀로 즐길 수 있는 취미다. 원래 혼자만의 독립된 공간을 선호하는 편인가?
사실 혼자 있을 수 밖에 없으니까 혼자 즐길 수 밖에 없는 거지. 혼자 있을 수 밖에 없는 걸 비관하고 슬퍼할 수는 없잖아.

환경적 요인으로 그런 취향에 빠져들게 된 거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너무 좋아하고 사랑한다. 그만큼 혼자 있는 것도 좋아하고. 똑같이 좋아한다. 그런데 내 직업상 내가 원하는 시간에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틈이 많이 없다. 친구들도 자기 인생이 있고, 자기 삶이 있기 때문에. 내 촬영이 새벽 2시에 끝나면 그 시간에, 친구를 불러서 놀 수 없는 거니까. 친구들도 그 다음날 출근해야 하고 나름대로의 일상이 있으니까. 하지만 친구는 많은 편이다. 연예인치곤 굉장히 많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뭔가 가려져 있는 이미지다. 신비롭다고 할 수도 있고. 그런 이야기 많이 듣지 않나?
많이 듣는다. 그건 의도한 건 아니지만 내 외모 때문에 그런 것 같다.

사실 <두사람이다>의 연기는 그 동안의 역할 중 가장 평범한 캐릭터였던 것 같다. 물론 외부적인 상황이 고생스러웠지만 캐릭터의 본질을 만드는 건 무난하지 않았을까.
말한 대로 다가가긴 쉬웠을 수도 있다. 그런데 다른 부분에서 힘들었다. 기자시사회 때도 했던 말인데, 다 아물었던 상처, 두꺼워진 딱지를 다시 떼내서 피 흘리는 느낌이었다고. 그 말대로다. 내 삶의 바탕에 힘든 일이 많았는데, 표연하게 살아왔던 게 있어서 다가가긴 쉬웠지만 힘들었다. 내가 내 몸을 다시 뜯어서 청소해내는 느낌으로 찍은 영화였거든. 그만큼 아파하면서 찍었고, 쉽지만은 않았다.

자신의 인생에서 있었던 어떤 심리가 영화 속 캐릭터와 닮아있는 부분이 많은 건가.
그렇다. 닮아있는 부분이 많아서 개인적으론 힘들었다. 연기를 해야 한다는 게.

그에 대해 묻는 것은 실례일까.
사실 난 말하는 게 전혀 아무렇지도 않다. 내가 걱정하는 건 동생과 언니다. 난 내 자신이 드러나는 것에 대해 거리낌없이 말하곤 하지만 그런 것들 때문에 우리 가족들이 상처를 받을 수 있으니까. 그리고 가끔씩은 자신의 보호를 위해서 혹은 자존심을 위해서 내가 모르는 곳에서 거짓말하게 되는 경우도 있나 보더라. 어쨌든 난 아빠 없이 살았다. 그리고 그런 이후로 경제적인 부분이 힘들어서 고등학교 때부터 일을 했었다. 그런 것에 대한 상처가 있었던 거 같다. 나도 모르게. 물론 그 당시엔 그냥 아르바이트 같은 거 하면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어울리며 살았는데 은연 중에 상처가 된 거 같다. 애정 결핍이지.

그런 이야길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없나?
거부감은 없다. 난 그냥 배우이고 싶지, 내 이미지를 파는 사람은 아니니까. 그렇게 살고 싶진 않다. 그렇게 살면 정말 재미없을 것 같고. 내가 어떤 힘든 삶을 살았는데, 그걸 연기를 통해서 보여줬고 어떤 사람들에게 그게 공감이 됐다면 난 됐다. 힘들어하건, 부끄러워하건, 좋아하건, 아파하건, 그 사람들에게 어떤 느낌을 전해줘서 결국 눈물을 흘리거나 웃는다면 그게 좋은 영화인 거 같다. 영화를 보면서 웃는 것도, 우는 것도 좋은 거니까. 영화나 소설을 보거나, 음악을 듣고 웃거나 울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그것들이 만들어줄 수 있는 기억을 갖는다는 건 좋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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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배우를 꿈꾸게 된 계기는 뭔가?
고등학교 때 연극반이었다. 사실 연극반에 들어가고 싶어서 들어간 건 아니고, 친구들과 다 같이 들어갈 수 있는 특별활동이 연극 반밖에 없었다. (웃음) 열명 정도의 친구들이 한꺼번에 다 들어갈 수 있어야 했거든. 그래서 그냥 연극반가서 다같이 놀기 위해서 들어갔지. 그런데 대회를 나가게 됐다. 선생님이 나가라 그래서 연극 대회를 나갔는데, 정말 안 그럴 것 같던 내 친구들이 땀 흘리면서 무대를 만들고 망치질 하더라. 난 배우였기 때문에 그런 작업은 안 했는데, 나도 정말 안 그럴 것 같던 내가 대사를 외우고 있더라. 그렇게 외우라고 해도 단어들은 외우지 않았는데. (웃음) 그런 게 되게 신기했지. 다같이 하나의 목표를 위해 열심히 하는 모습들이 뭔가 하나로 함축된 가족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내가 좀 불안정한 가정에서 살아서인지 하나의 완전한 집단에 있는 듯한 느낌이 너무나 좋았다. 보호받는 느낌이랄까. 지금도 항상 영화 현장에 있으면 보호받는 느낌이 든다. 물론 촬영도 끝나면 확 깨지지만 촬영할 때만큼은 그런 느낌이 되게 좋다. 물론 연기 자체에 대해서 이야기하자면 말할 것도 없고.

그렇다면 본인이 배우로서 생각하는 이상적인 연기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힘든 듯이 연기하는 걸 싫어한다. 이자벨 위페르, 줄리엣 비노쉬, 장만옥 이런 배우들을 좋아하고 사랑하는데 그들 중 힘들어 보이듯 연기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이 사람들의 영화를 역시 너무 사랑하는데, 그녀들의 영화를 왜 사랑하냐고 묻는다면 그냥 영화 속의 그녀들이 누구인지 의문을 갖게 만들지 않기 때문이라고 대답할 수 있을 것 같다. 난 그녀들이 정말 영화처럼 그런 경험을 했을 것만 같고, 그렇기 때문에 연기할 수 있었을 거라 생각될 만큼 신뢰하고 믿을 수 있는 연기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모자람도 없고, 넘치는 것도 없기에 가능한 게 아닐까. 그녀들의 연기는 항상 그런 게 느껴진다. 나도 그런 연기를 하고 싶고. 아직은 많이 부족하지만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 그런 영화들을 많이 보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연기를 하고 싶다 생각하다 보니 그렇게 되는 거 같다. 그래서 <바람피기 좋은 날>처럼 농담하는 듯한 연기도 자연스럽게 하고 싶었다. <두사람이다>도 고통에 시달리면서 연기했지만 ‘정말’ 같은 연기를 하고 싶었다. 그게 욕심이지. 너무 오버스럽게 하고 싶진 않다.

캐릭터를 선택할 때 어떤 캐릭터에 끌린다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끌리는 이유? 그런 특별한 이유는 없지만 뭔가 잡아당기는 것 같다. 마치 자석의 마이너스가 플러스를 끌어당기듯.

그렇다면 자신이 택한 캐릭터 중에 특별한 애착이 남는 캐릭터를 꼽을 수 있나?
내가 <두사람이다>까지 (정식 개봉한 작품만) 7편의 영화를 찍었는데 정말 거짓말이 아니라 모든 작품의 캐릭터가 다 내 안에 있었다. 그렇지 못했다면 연기 못했을 거다. 난 아직 능력이 없어서 내 안에 없는 어떤 것들을 만들어서 연기할 순 없다. 내가 나이 먹고 연륜이 돼서 다 경험해보지 않았거나 생각해보지도 못했던 어떤 것들을 감독 이야기만 듣고 할 수 있는 그런 능력의 경지에 이를 만한 단계가 되면 모르겠다. 하지만 그게 언제가 될진 모르지. 지금의 난 경험해보거나 상상해본 적 없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단 느낌이 없는 연기는 못하겠더라. 지금까지 내가 할 수 있었던 연기는 내가 뭔가를 상상할 수 있었던 것들이었다. 시나리오를 읽으면 춤을 추기 시작했거든.

캐릭터들이?
그 캐릭터들이 씬을 만들어서 연기를 하고, 난 그럼 그냥 그걸 따라 할 뿐이거든. 그런 게 없으면 연기할 수 없는 거다. 지금까지 했던 연기들은 그런 게 보여서 따라간 거였고.

자신이 할 수 있을 것 같단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란 이야기 같다. <두사람이다>는 육체적인 고통이 상당했을 것 같다. 영화에서 본인이 빠지는 씬이 없기도 했고.
일단 내가 빠지는 씬이 없고 촬영 일정이 촉박해서 힘들었다. 그런데 <두사람이다> 찍으면서 한번도 늦은 적이 없었다. 단 1분도. 한 시간이라도 일찍 왔으면 일찍 왔지. 그리고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이번에 알았다. 사실 이전에 다른 영화는 늦은 적 있었거든. 그래서 혼난 적도 있고. 그런데 이번엔 그런 적 없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아침잠이 없어졌거든. (웃음)

벌써? (웃음)
아마 걱정을 많이 해서 그랬을 거다. 그래서 두세시간 일찍 온 적은 있어도 일분도 늦은 적은 없었다. 그러니까 마음도 편하더라. 마음이 편하니까 혼자 있을 때처럼 모든 게 빨리 되고, 집중이 잘 되더라. 한마디로 그런 거지. 공부할 때 집중이 잘 되면 좋잖아. 벼락치기하듯. <두사람이다>는 그런 기분이었다. 맨날 맨날 벼락치기 하는 기분이었지. 버겁게 벼락치기하는 게 아니라 벼락치기해서 시험 잘 봤을 때, ‘내가 어떻게 기억했지?’ 이런 생각할 때 있잖아.

순간 집중했는데 그게 끝나니까 어떻게 했는지 모르겠다는 느낌?
맞아! 정확해! (웃음) 그런 기분이었어. 기자 시사회 때 누가 ‘어떻게 그렇게 잘 울었어요?’ 라고 물어보더라. 85분 중에는 40분 이상 우는 장면이 나왔으니까 너무 많이 울긴 했지. 하지만 전혀 힘들지 않았다. 가인이라면 많이 울었을 것 아니에요. 가인에게 많이 몰입했던 거 같다. 그리곤 항상 ‘내가 왜 울었지?’ 이런 느낌이었지. 하지만 가인을 연기하면서 힘든 건 눈물 흘리기 전에 계속 고통스러워하는 가인의 마음을 견디는 것이었다. 물론 고통스러워하는 걸 영화에 담기 위해 표현하는 게 힘들다는 것이 아니라, 그걸 내 안에 지니고 있어야만 한다는 게 힘들었지.

그 캐릭터의 내면에 담긴 고통을 직접 느껴야 한다는 것이?
그걸 항상 갖고 있어야 했다. 몇 달 동안, 그게 되게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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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에 몰입하면 그 캐릭터에 본인 스스로가 많이 빠져드는 편인가?
정말로 그만 했으면 싶을 정도로 굉장히 많이 빠져들지. ‘그만 좀 해! 윤진서!’ 이렇게 나 자신에게 말할 정도로 많이 빠져드는 타입이다. 그래서 문제야. 그게 장점이자, 단점인 거 같아.

그런 경우엔 캐릭터에서 빠져 나왔을 때 허탈감이 크거나, 그 반대로 빠져 나왔다는 안도감이 들 것 같다.
다.행.히.도! 윤진서란 사람은 건망증이 심해서 촬영이 끝나면 딱 잊는다. (웃음) 마지막 촬영이 끝나는 순간 잊는 거지. 난 건망증이 정말 심하다. 일년에 핸드폰 몇 번씩 잃어버리는 사람, 내가 그렇고. 맨날 지갑도 잃어버려서 카드 재발급 받는 사람도 나고. (웃음) 난 그런 타입의 인간인데, 연기할 때도 마찬가지인가 보더라. 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잊어버리지 않아야 될 순간에 대해선 잘 잊어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촬영 중엔 버리고 싶어도 절대 못 버린다. 사실 <두사람이다>는 제발 집중에서 빠져 나오고 싶었던 영화였거든. 물론 촬영할 때 말고 쉬고 있는 순간만큼, 그냥 2~3일 촬영 없을 때 제발 좀 편하게 있자고 스스로 다스리는데 그게 안되더라. 2,3일 있다가 있을 촬영을 그 때도 생각하고 있는 거지. 그리고 <두사람이다>는 특이했던 게, 내가 그 전까지 했던 작품들은 마지막 촬영이 끝나면 다시 나로 돌아와 있었거든. 그때부터 난 걔(자신이 연기한 영화 속 인물) 모르는 사람인 거야. 그런데 <두사람이다>는 그렇게 안됐어. 그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여행을 좀 오래 갔다 왔다.

어디?
유럽.

파리도 갔다 왔나? 프랑스 배우들 좋아하는 만큼 프랑스도 좋아하겠지.
편하다. 불어를 할 줄 아니까 그냥 편한 거 같다.

익히 들은 바로는 4개 국어를 한다던데.
그건 한국어까지 포함해서. (웃음) 영어, 불어, 일어.

대단하다. 특별한 계기라도 있나?
그 정도만 하면 여행하는데 불편함은 없는 것 같더라. 무엇보다도 언어는 문화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말이 아니라. 한국말에 존댓말도 있고, 반말도 있는 것처럼. 어떤 언어든지 그렇다. 그 나라의 문화가 언어에 있다. 언어를 잘 한다는 건 그 나라의 문화를 빨리 받아들인다는 거지. 그런 면에서 언어에 익숙한 건 배우로서도 좋은 일인 거 같다. 한번도 언어를 배우며 힘들어 한적은 없었다. 물론 모국어처럼 잘 하는 건 아니고 여행을 다니면서 사람 사귀는데 불편함이 없는 정도다. 되게 잘 하는 건 아니고. 오해하진 마라. (웃음) 어쨌든 언어를 통해서 사람들을 사귈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다.

일단 대화가 되면 더욱 깊게 다가갈 수 있으니까.
그렇지. 그리고 그 사람들도 더 쉽게 이야기하고, 더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으니까. 더 쉽게 표현할 수 있고. 물론 그런 것들을 얼마나 좋게 받아들일 수 있는가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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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같아도 외국을 나가고 싶을 것 같다. (웃음) 그런데 <두사람이다>를 통해 펜싱도 했는데, 운동 좋아하나?
좋아하지.

사실 별로 안 좋아할 줄 알았다. 여행이나 독서, 음악 같은 정적인 취미를 즐기는 사람이라 그런 동적인 취미는 없을 줄 알았지. 특별히 즐기는 운동 있나?
운동하는 자체를 즐긴다. 일단 항상 개인 트레이너와 운동을 하는데, 개인적으론 등산을 좋아한다. (전)도연 언니와는 등산하다 친해지기도 했고. 그리고 물에 들어가는 걸 좋아하는데 그래서 수영도 좋아한다. 난 물속에 있을 때가 공기 중에 있을 때보다 편한 거 같아. (웃음) 그리고 이어폰 꽂고 음악 들으면서 달리는 것도 좋아하고.

그런데 이번에 <두사람이다>는 물 때문에 곤욕을 치렀다고 들었는데.
말하면 되게 긴데, 너무 힘들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촬영을 위해서 투명하게 제작된 욕조가 있었는데 그 안에 1톤 가량의 물을 채웠다. 그리고 내가 그 안에 들어가서 수평으로 누워서 촬영을 했다. 그리고 그렇게 촬영한 걸 천장으로 거꾸로 뉘인 거지. 난 수영도 잘 하는 편이고 물속에 들어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서 당연히 거부감 없이 촬영을 했지. 그래서 물 속에 들어가 뒤로 누웠는데 그러면 코로 물이 막 들어온다. 그 때 내 입이 봉해져 있는 상태였고 눈엔 눈알만한 렌즈를 끼고 있었다. 본인이 끼지는 못하고 전문가가 와서 끼워주는 건데 그게 되게 아프다. 끼고 있는 상태에도 말을 할 수 없게 아팠다. (웃음) 근데 그걸 끼고 입도 봉하고, 코로 물이 들어온다. 물속에 있는데, ‘나 이러다 죽는구나’ 싶더라. 그래서 당장 나왔다. 얼굴이 파랗게 질려서 ‘감독님, 저 못하겠어요.’ 그랬더니 감독님도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면서 CG팀으로 막 달려가더라. 그래서 CG팀과 회의를 했는데, CG팀에서 촬영 장면 없이는 그 장면을 만들 수가 없다고 결론이 났다. 결국 감독님이 내게 와서 사정했다. ‘진서씨, 몇 초만 갈게요. 한번만 해주세요.’ 그런데 한번 그런 경험을 하고 나니까 일단 무서움이 앞서더라. 그래서 도저히 들어갈 수 없어서 일단 못 하겠다고 버티는데 그 상황에서 스텝들은 쥐 죽은 듯 조용하고, 그 와중에 ‘진서씨 한번만 부탁이에요.’라는 감독님 목소리는 스피커를 통해서 쩌렁쩌렁 울려대니까 안 할 수가 있나. (웃음) 감독님이 너무 미웠다. 그 상황만큼은. (웃음) 결국 스텝들한테 너무 미안해서 했다.

정말 그 순간만큼은 <두사람이다>를 선택한 걸 후회했을 것 같다.
후회했다. 배우란 직업에조차 회의를 느꼈으니까. ‘뭐야? 배우는 영화 찍다 죽어도 돼?’ 이럴 정도의 반발감이 들었지. ‘내가 영화 찍다 죽으면 너네 되게 시원하겠다.’ 이런 생각까지 할 정도로. 정말 너무 싫었다. ‘난 죽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그런 사람한테 이렇게까지 시킬 수 있지? 배우는 정말 소모품이구나.’ 그 순간에 이런 안 좋은 생각들을 하면서 결국엔 했지. 아니나 다를까 다시 물이 막 들어오고 참다가 다시 나왔다. ‘다신 못해요. 죽어도 못하겠으니 더 이상 안되면 이 장면 없애버리세요. 정말로 못하겠으니까.’ 이런 심정으로 물에서 나오는 순간, 그 동안 내 코로 들어갔던 물이 안에서 내 얼굴을 밀어내는 거다. 처음으로 안압(眼壓)이란 걸 느꼈다. 정말 눈알이 빠져나올 거 같고 앞이 안보이더라. 안으로 들어간 물이 코에서 역류해서 눈 안에서 계속 도는 거다. 정말 거짓말 하나 안 보태고, 휴지 한 각을 다 꺼내서 코를 풀었다. 정말 휴지 한 각이 모두 흥건히 젖을 정도로. 그리고 그제서야 안압이 사라졌다. 정말 시력을 잃는 줄 알았다. 얼마나 무서웠겠어. 그래서 그 다음날 쉬라고 할 줄 알았는데 아침 11시부터 촬영하더라. (웃음)

그런데 그 씬에서 그것 말고도 또 고생담이 있다고 아는데, 위에서 쏟아낸 피를 침대에 누운 채로 맞는 장면도 실제로 직접 연기하지 않았나.
빨간 물이 쏟아져도 눈을 감지 말라더라. 그래서 ‘눈을 안 감아야지’ 하다가도 정말 많은 양의 빨간 피가 얼굴에 쏟아지면 마음과 달리 눈이 감긴다. 그래서 정말 하루 종일 그것만 찍었다. 결국엔 잘 찍었지만, 그 후로 며칠이 지나도 귀랑 코에서 핏물이 나왔다. 물론 다쳐서 나온 게 아니니까 아프진 않았지. 그냥 나오는 거니까. 하지만 기분이 너무 안 좋다. 생각해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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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로 생각 안하고 싶다. (웃음) 여러 가지로 고생 많았다. 지금까지 연기한 것 중 가장 노동적인 연기를 한 셈인데, 솔직히 본인이 생각하는 연기는 아니었을 것 같다.
내가 동적인 인간이긴 하다. 운동 좋아하고, 등산 좋아하고, 수영 좋아하고, 달리기 좋아하고, 그럼 말 다했지. 동적인 건 좋아하는데, 다만 고통스러운 걸 좋아하지 않을 뿐이다. 누가 좋아하겠어.

그렇다면 배우로서 스스로 연기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한 영화는 뭔가?
대중적으로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었는데, 연기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했던 영화는 이자벨 위페르가 나온 <피아니스트>, 그리고 레나 올린과 줄리엣 비노쉬가 나온 <프라하의 봄>. 아무래도 내가 여자이다 보니까 여배우를 보고 생각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그녀들을 보며 처음으로 멋있단 생각을 했다. 단지 그녀들의 연기가 멋있었다기 보단 그런 연기를 통해 살아가는 배우들이 멋있었다. 마치 맨 얼굴의 연기라고 할까. 그냥 그 사람들에겐 그게 느껴진다.

확실히 영화를 볼 때, 배우의 연기에 눈이 많이 가는 편인가 보다.
배우의 어떤 역동력 같은 걸 먼저 느끼는 편이다. 정말 좋은 영화를 봤을 때, 그런 작품으로부터 오는 느낌과는 다르다. 배우의 역량을 발휘하는 원동력은 개인적으로 배우들한테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연기를 보고 감독들이 영화를 칭찬하는 건 아니잖아. 좋은 영화를 보고 하지. 연기는 항상 똑같다. 이런 연기 한번 해보고 싶단 생각은 영화와 연기를 보고 하지. 대신 좋은 작품을 보면 이런 작품에 출연해보고 싶다고 생각을 하게 되고. 굉장히 좋은 배우를 보고 이런 배우가 되고 싶다고 생각을 하듯.

전도연 씨와 친하다고 했는데, 배우 전도연은 어떻게 생각하나?
도연 언니는 친해지고 나서 더 존경하게 된 선배다. 한국에서 몇 명 안 되는,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배우인 거 같다. 영화에 희생할 줄 아는 배우, 되게 힘든 건데. 그런데 담배 한대만 피워도 될까?

상관없다. 담배 피운 지는 오래됐나?
핀지 두 달 됐다. 지금 준비하고 있는 <비스티 보이즈>의 윤종빈 감독님이 담배를 정말 잘 피웠으면 좋겠고, 욕도 되게 잘 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그 이야길 듣는 순간, 그 다음날부터 담배랑 욕을 입에 붙이고 살았다. (웃음)

그거야말로 연기에 희생하는 배우의 자세 아닌가? (웃음)
엄청난 희생이지! (웃음) 몸이 망가진다. 술이랑 담배, 욕까지 붙이고 사니까.

배우라는 게 본인을 망가뜨려도 될 정도로 그렇게 큰 욕심인가?
내 인생의 목표이고, 그래서 행복해지는데. 이게 다 그냥 날 위한 거다. 삶이 행복해지려고 이러는 거니까.

지금 장률 감독의 <이리>에도 캐스팅된 걸로 알고 있다. 사실 <비스티 보이즈>도 그렇고, 대중적인 느낌의 영화는 아니다. 배우로서 작품을 선택하는 기준이 뭔가?
일단 작품을 보고 결정하는 것 같다. 역할이 아무리 좋아도 작품이 별로라고 생각되면 어쩔 수 없이 역할도 내키지 않는 것 같고, (웃음) 역할이 별로라도 작품이 좋으면 내 역할마저도 살아나는 것 같다. 그래서 전체적인 작품을 보고 나서 내가 맡은 역할이 맘에 드는지 본다.

일단 편수로 따지자면 많은 작품을 했다.
그렇지. 편수로 따지자면. (웃음)

그 작품들 안에서 개인적으로 후회되는 작품은 없나?
후회되는 작품은 없다. 왜냐면 내가 만났던 감독들은 모두 좋은 감독님들이었거든. 왜 좋은 감독이란 소리를 듣는지 작품을 하고 나니 알 것 같더라. 난 시간으로 나이를 먹는 것 같지 않고 작품으로 나이를 먹는 거 같다. 한 작품 하면 나이를 먹는 거다. 그래서 후회되는 작품은 한 작품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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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본인에게 가장 많은 나이를 먹게 해준 작품은?
<두사람이다>. 다른 영화는 한 살쯤 먹게 해준 것 같은데, <두사람이다>는 두 살쯤 먹게 해준 것 같다. 물론 남들이 어떻게 평가할지 모르지만 작품과 상관없이 개인적으론 <두사람이다>를 찍으면서 연기가 많이 늘었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로서 표현하는 방법을 컨트롤하게 됐다고 생각한다. 출연 분량이 많아서 그런가? (웃음)

가장 큰 경험이라 그랬을지도 모르고. 본인은 스스로가 몇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셀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여행을 다니는 건 새로운 나를 찾기 위해서다. 어쩌면 진정한 나를 찾는 것일 수도 있지. 진정한 나를, 새로운 나를 찾는 것. 가끔 나한테 이런 면이 있었나 싶을 때도 있다. 어떤 여행은 혼자 책보는 게 좋을 때도 있고, 어떤 여행은 술 먹고 취해서 클럽을 전전해야 좋을 때가 있다. 뭔가 마음에 와 닿는 여행이 될 때도 있고. 그건 정말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다르지만. 난 사실 여행을 하기 위해서 영화를 찍는다. 영화를 찍다가 정말 힘들면 ‘내가 이걸 안 하면 돈을 어떻게 벌겠어, 여행 가려면 돈을 벌어야지.’ 이렇게 인내하면서 참고 영화를 찍는다. (웃음)

여행 자금을 위해서 연기를 한다?
내가 어디 가서 얼마나 돈을 벌겠나. 그런데 여행을 하면서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영화 생각만 하고 있다. 여행 중엔 끊임없이 ‘내가 지금 뭐하고 있지? 넌 누구야?’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결국 ‘난 영화배우가 맞나 보다. 난 영화배우 구만.’ 이렇게 되더라. (웃음) 그리고 그런 생각들을 할 때 행복하다. 무엇보다도 결국 내가 나답지 않은 걸 찾아서 들고 왔을 때 되게 행복하고, 그런 의미에선 영화가 여행일 수도 있다.

자신의 새로운 모습을 찾는 사람의 입장에선 영화와 여행은 같은 목적이겠다.
맞다.

앞으로 계획된 여행 있나?
계획된 여행이 2개 있다. 사실 3일 전에도 필리핀 섬에 있다가 왔다. <두사람이다>가 개봉하면 며칠간 무대인사를 한다. 그 일정 끝나는 대로 일본 가려고 생각 중이지. 내가 일본어 까먹을만하면 일본에 가거든. (웃음) 그나마 가까우니까. 그런데 9월 6일날 서울영화제 개막식이 있다.

이번에 홍보대사를 맡은?
맞다. 그 일정 때문에 일단 귀국했다가 그 후에 또 파리에 갈까 생각중이다. 파리에 갔다가 이번엔 모나코도 가보고 싶다.

일상이 영화와 여행의 반복이다. 그런데 본인의 말대로 새로운 자신을 찾는다는 목적에서 영화도 여행이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마치 평생 여행을 다니는 사람같이 느껴진다.
그게 내 인생인 거 같다. 그럴 때가 제일 행복하고. 그런데 요즘 어머니께서 ‘네 마이너스 통장을 어떻게 해야 하니? 그만 여행 다니고 이제 돈을 모아야 하지 않겠니?’ 이런 말씀 많이 하신다. (웃음) 그런데 여행하는 게 좋은데 어떡하나? 돈을 꾸준히 벌 수 있는 어떤 안정보다도 어떤 모험 같은 연기와 여행을 하는 게 내 인생인 거 같다. 그냥, 그래. 그게 나인 거 같다.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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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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