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예련 인터뷰

interview 2008. 5. 3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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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번째 공포영화다.
솔직히 공포 영화를 좀 기피했었는데, 어쩌다 보니 또 한다. 운명인가보지. (웃음)

팔자가?
그런가 보지. 그래도 이미 찍은 거니까 잘 홍보됐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젠 다시 공포 영화를 하라고 하면 한번은 다시 생각해봐야 될 것 같다. 다음 작품은 좀 밝거나 공포가 아닌 작품을 선택하고 싶다. 공포라는 것 자체가 좋은 건 아니잖아. 이미지적으로.

여자 배우에겐 치명타일지도 모르지. 그래도 그나마 아직 개봉하지 않은 <도레미파솔라시도>는 밝은 분위기다.
그게 중간에 개봉을 해줬어야 되는데, 원래 12월에 개봉했을 영화인데 중간에 꼬이면서 어쩌다 보니 연달아서 공포영화를 계속 하게 되는 셈이 됐지. 솔직히 <구타유발자들>은 내 캐릭터와 무관하게 점점 영화의 수위가 너무 세서 그런지 공포 영화를 연달아 세 편 한 것처럼 아는 사람이 많더라.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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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구타유발자들>은 공포가 아닌데 살벌하더라.
공포보다 더 무섭다던데? (웃음)

좀 치가 떨리는 느낌이겠지. 하긴 공포영화에 어울리는 눈이다.
무섭다는 이야기겠지! (웃음)

속을 알 수 없는 느낌이랄 수도 있고, 아직 기자 시사 전이라 <므이>를 못 봐서 잘 모르지만, 시놉시스만 봐도 어딘가 베일에 가려진 캐릭터처럼 보인다.
그 말이 딱 그 역할에 어울린다. 정말 알 수 없는 애다.

근데 그건 배우의 이미지가 반영된 것 같기도 하다. 속을 알 수 없는 느낌이랄까? 이런 이미지 좋지 않아? 신비롭기도 하고.
별로에요~!(웃음) 하지만 사람이 속을 다 드러내 보이며 사는 것도 그리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알 수 없다? 솔직히 난 알 수 없단 이야기 종종 듣긴 했다. 사실 AB형이거든. (웃음)

공포 영화는 원래 좋아하는 편인가?
보기는 보는데, 좋아서 찾아보는 스타일은 아니다.

공포영화를 찍는 입장이 되니 어떤가?
찍는 건 하나도 안 무섭다. 오히려 60명이 넘는 스텝들이 있어서 즐겁다. 영화 자체가 어둡고 무섭다 보니 오히려 현장을 더 밝게 만들기 위해서 사람들이 장난도 많이 치는 편이다. 사실 공포는 없는 걸 만들어내는 거잖아. 현실이 아니니까. 그런데 거기서 조금만 잘못 하면 코미디가 되지. (웃음)

잘못 하면 유치하니까.
개인적으로 촬영할 땐 이게 정말 무서울까 의심했던 장면들이 사운드와 영상 편집을 끝낸 영화로 보니 너무 무섭더라. 그래서 공포영화는 정말 사운드라는 걸 이번에 제대로 느꼈다. 불과 그걸 찍을 때는 별로 안 무서울 것 같았는데, 솔직히 <여고괴담> 때 처음이라 낯설어서 많이 못 봤던 것을 이번엔 많이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공포 영화 현장은 아이러니하다. 배우는 공포를 봐야 하는데 현장은 공포스럽지 않으니까.
몰입을 많이 해야지. 그만큼 집중력도 강해야 하고. 물론 어떤 영화나 마찬가지겠지만 공포 영화는 더 집중해야 되는 것 같다. 그냥 사람들과 웃고 떠들다가도 갑자기 씬 들어갈 수 있는 상황이 생기니까 그럴 때, 순간 몰입해야지. 아니면 자기가 절제를 하던가. 사람들과 대화를 해도 머릿속엔 씬에 대한 생각이 있어야 되고 그렇게 해야지. 나도 잘 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제 노력할 줄은 안다.

노력할 줄 아는 건 중요하지.
그런데 그게 다가 아니래.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한데, 열심히 하는 것만 중요한 건 아니라더라.

그럼 뭐가 더 중요한가?
열심히 하는 건 누구나 다 하니까, 그러니 일단 열심히 하는 건 당연하다고 누가 그러더라. 열심히 했다고 했더니, 우리나라의 세상 누구나 무슨 일을 하든 열심히 한다고, 열심히 안 하는 사람이 누가 있냐고, 연기도 백이면 백 다 열심히 한다고, 열심히 했다는 건 중요한 게 아니라 당연하니까 잘 하는 게 중요하다고. 근데 정말 그 말이 맞는 거 같아. 열심히 하면 뭐하나. 관객들이 ‘연기 열심히 했으니까 봐주자’ 이러진 않잖아. 잘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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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긴 뭐든 잘 해야 인정받지. 어떻게 보면 야박하지만 그건 그 바닥만 그런건 아니다. 우리도 열심히 쓰지만 잘 써야 욕 안 먹는다. (웃음) 어쨌든 베트남에서 로케이션 촬영까지 했는데, 낯선 환경에 대한 어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걱정을 너무 많이 하고 갔지만 오히려 그에 못 미쳤던 거 같다. 생각했던 것보단 더 편하게 지냈다. 두세 달 동안 음식을 비롯해 모든 불편함을 어떻게 견딜 수 있을지 걱정했지. 그런데 정작 음식도 잘 맞았고, 촬영장 시스템도 잘 준비돼 있어서 좋았고. 그리고 <므이>는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허가 받은 우리 영화다. 길거리에서 촬영할 때는 공안들이 길 전체를 다 막아주고 그랬다. 물론 그만큼 관여도 많이 했지만, 몰래 찍지 않아도 되니까 편했다.

날씨도 더웠을 것 같은데?
날씨는 되게 더웠지. 습해서 땀도 많이 났는데, 우리나라 여름은 안 덥나? <도레미파솔라시도>는 6,7,8월 진짜 더운 한 여름에 찍는데 겨울 배경 씬이라 가죽자켓 입고, 긴 팔 입고 잠바입고도 찍었다. 한 번 그걸 겪으면 그 정도쯤이야. (웃음)

추운 척은 해야 되는데 땀은 흐르고.
그러니까. 땀이 막. (웃음)

아오자이(태국 전통 의상)는 불편하지 않았나? 밀착감이 상당하던데.
하반신은 편하다. 통 큰 바지라서, 그런데 상반신이 너무 타이트해서 좀 불편하지. 특히 밥 먹을 때! (웃음)

하지만 옷맵시에 자신감이 없으면 소화하기 힘든 옷이다. 모델 출신의 자신감도 누렸을 법한데? (웃음)
아오자이 입은 사진 나간 뒤, 만나는 사람마다 거의 다 똑 같은 말들을 하더라. 너무 잘 어울린다고. 심지어 최근에 본 내 사진 중에 제일 예쁘다나? (웃음) 그게 잘 어울렸나 보다. 어쩌면 다들 예의상 그랬을 거 같아. (웃음)

이국적인 외모도 한 몫 한 것 같다.
아주 어렸을 땐, 다들 어머니한테 진짜 혼혈 아니냐고 묻곤 했다. 심지어 어릴 때는 눈이 좀 파란 편이라 다들 정말 혼혈인 줄 알았다더라. 나는 어렸을 때부터 주목을 받은 거지! (웃음)

이런, 설마 공주? 물론 난 인내심이 강해서 괜찮다. (웃음) 베트남은 어땠나?
음..처음 가봤는데 좋았다. 베트남이란 나라가 다시 보였지. 아름답고, 사람들이 너무 귀엽다. 참 좋은 나라다.

처음 <여고괴담>을 찍었을 당시와 달리 <므이>를 찍고 난 후의 차이가 있나?
되게 부담된다. 요즘 ‘넌 왜 공포만 해?’ 이런 소리 너무 많이 들어서. 솔직히 그건 아닌데. 그래서 부담된다.

이미지 때문에?
여러 가지로. 어쨌든 이제 내 작품이니까 잘 됐으면 좋겠다. 그만큼 관심 가져줬으면 좋겠고. 다만 앞으로 내가 연기를 하는데 있어서 그런 이미지에 틀이 박혀있지 않을까라는 경계심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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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특별히 하고 싶은 장르라도 있나?
멜로? 막 이래. (웃음)

솔직히 여배우 입장에선 호러퀸보단 멜로퀸이 더 듣기 좋겠지.
나도 여자인데 가냘프고, 여려 보이고 싶지. 공포, 호러, 막 이러면 무섭지. (웃음)

그런데 드라마 출연 경험이 없다.
그게 진짜 신기한가 봐! 요즘 인터뷰할 때마다 물어보더라. 왜 드라마 안 하냐고? 신기해요? 그게?

과연 드라마에 출연할 기회가 없었을까란 의문이 드는 거지.
드라마 제안을 받을 때마다 제안하는 쪽에서도 똑같이 묻는다. ‘왜 드라마 안 해요?’ 라고, 그럼 난 이렇게 이야기한다. ‘마음에 드는 좋은 작품이 없었어요.’ 같이 작품하자는 감독님들도 처음 만나면 첫 번째로 물어보는 게 그거다. 거의 열이면 열 분이 전부 그 질문하는 거 같다.

영화에 대한 애착이 큰 탓인가를 알고 싶을 수도 있다.
솔직히 내가 드라마로 처음 시작한 것이 아니라 영화로 처음 시작했으니까, 장르가 틀리기 때문인 탓도 있다. 선뜻 영화를 시작해서 시나리오도 계속 들어오고, 그래서 계속 영화를 했던 거다. 물론 딱히 드라마에 대한 욕심이 크게 없었다. 영화란 장르가 너무 좋았고, 작업 때도 너무 즐겁게 일해서 그런 거 같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영화가 너무 좋았다. 사실 <여고괴담>이나 <구타유발자들> 다 흥행되지 않았는데 시나리오는 내게 계속 들어왔다. 그래서 영화가 흥행이 안 됐지만 난 남았구나란 생각을 했지. 영화가 흥행이 안돼도 날 보는 사람은 있단 생각을 하니까 열심히 해야겠다 싶기도 하고. 뭔가 꾸준하게 하는 것도 좋고.

그럼 앞으로 특별히 드라마에 대한 계획은 없는 건가?
사실 보고 있는 것도 조금 있다. 앞에서 말한 이미지적인 문제도 있어서 지금이 변신을 해야 될 중요한 시기란 판단도 들어서 고민 중이다. 드라마로 스타트를 하느냐, 영화를 꾸준히 계속 하느냐.

좀 더 인지도를 넓히고 싶단 욕심은 있다면 드라마도 할만하다. 그런 욕심 없나?
당연히 있지. 그래서 영화가 흥행됐으면 좋겠고, 그로 인해 영화가 많이 들어왔으면 좋겠고. 사람들이 나란 배우한테 관심 가져주면 좋지. 그건 당연히 내가 일을 하는 데 있어서 지닐만한 욕심이죠. 내 일이 아무도 모르게 일할 것도 아니니까. (웃음) 하지만 만약 내가 인지도를 쌓고 싶거나 누군가에게 얼굴이 알려지고 싶어서 연기를 시작했다면 이 일 안 했을 거다. 굳이 피곤하게 살 필요 없다고 생각하니까. 다만 그게 어떤 게 먼저냐에 따라 다른 거 같다. 만약 인지도를 먼저 쌓고자 했다면 드라마도 하고, 쇼 프로그램도 자주 나갔겠지. 물론 딱히 그런 걸 기피하려는 건 아니다. 다만 생각하는 길이 조금 다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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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 활동을 하게 된 계기는 뭔가?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캐스팅 제안을 계속 받았다. 그러다 고3말 스무 살 무렵, ‘보그’란 잡지 화보를 찍었다. 지금은 한 페이지 찍는 것도 어렵다고 생각하는데 그 땐 12페이지를 찍었다. 그게 전환점이 된 거지. 그 때 주목 받으면서 계속 잡지모델을 했고, 그러다가 CF를 찍었고.

잡지 모델부터 시작한 배우가 많지만 대부분 하이틴 대상의 중철지 출신이다. 그런데 고3때 ‘보그’라니 지금처럼 꽤 성숙한 외모였나 보다.
성숙 하다기 보단 이미지인 거 같아요. 반대로 난 중철지에 어울리지 않는 모델인 거지. 모델도 각자 할 수 있는 파트가 다른 거지. 느낌이 다르니까.

우연히 모델이 된 것이 배우의 계기가 된 만큼 배우가 된 것도 우연이다. 그렇다면 이 바닥에서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한 건 언제일까?
<여고괴담>제의 들어오면서? ‘내가 할 수 있을까? 내가 연기라는 걸 하나?’ 그러면서 그냥 멋모르고 시작했던 그때부터, 열심히 하면서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 같다.

어떻게 보면 무모했을 수도 있는데, 그런 과정이 어떻게 보면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된 계기였을 것도 같다.
오디션 통과하면서 나한테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어요. 4500:1이라는 경쟁률에 13명을 뽑아서 3명을 뽑는 거였으니, 사실 지금 활동하는 분들 중에 그 13명에 낀 사람이 많다.

<구타유발자들>때 경력이 많은 배우들한테 많은 걸 배웠을 것 같다. 짧은 시간 동안 극단의 상황 변화를 보여주는 영화이기도 했고.
난 두 번째 작품밖에 안 됐고 연기를 잘 모르고 한 거니까. ‘내가 저 선배들 앞에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이럴 정도로 떨리는 마음에 촬영에 임했다. 선배님들한테 너무 많이 배우고, 많은 걸 얻은 거 같다. 솔직히 난 정말 미흡했고 연기도 못했는데 그런 모습이 드러나지 않게 선배님들께서 다 메워주셨다. 나의 부족함이 안보이게끔 옆에서 도와주시고, 뒷받침을 해주신 거지.

그런데 남자배우 복은 아직 별로 없다. 항상 여자들뿐이야. 물론 <구타유발자들>은 죄다 남자지만, 좀….이러면 <구타유발자들>에 함께 출연한 분들이 서운할까?
솔직히 별로 없어요! 그래서 그냥 포기했어요! (웃음)

아직 포기할 나이는 아닌 거 같은데. (웃음) 어쨌든 첫 영화 찍을 당시와 비교해서 지금은 느낌이 많이 다를 것 같다.
개봉한 건 두 작품이지만 영화 현장은 다섯 작품째니까 그래도 나름대로 옛날보다는 아는 게 늘었지. 그래서 <므이> 촬영 때도 조안 언니랑 우스갯소리 많이 했다. ‘에이그~, 지금은 이제 조금 안다고, 카메라 앵글보고~, 그래도 이제 뭐 안다고~.’ 막 이러면서.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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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느끼는 변화는 없을까?
얼굴? (웃음) 사실 별로 달라진 건 없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종종 성숙해졌다는 이야기 많이 듣는다. 옛날보단. 이제 연기 시작한지 2년 조금 넘었으니까 정말 얼마 안 됐지. 그래도 그 동안 했던 활동을 보고 좋아 보인다고 격려해주는 사람들을 보면 개인적으로 고무되는 것 같아.

<므이>가 어떤 영화일지 궁금하다.
일단 아름답고 귀여운 베트남의 모습을 잘 반영했다. 색감도 예쁘다. 하지만 일단 심리적 공포물인 만큼 타지에 들어선 외부인인 (조)안이 언니의 시점과 함께 영화로 들어갈 수 있다면 굉장히 높은 공포심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도 없는 낯선 곳에 대한 공포. 한편으론 전설이나 저주를 풀어가며 생각도 하게 되고, 나름 반전도 있고. 일단 공포 영화는 극장에서 보는 거지. 사운드 때문이라도~. (웃음)

그런데 가끔 혼자서 집에서 보는 게 더 무섭던데?
공포 영화 소리 끄고 보면 하나도 안 무서워! 그니까 소리 끌 수 없는 극장 와서 봐! (웃음)

(무비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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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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