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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11.23 <26년> 단평
  2. 2011.08.23 <북촌방향>단평

<26년> 단평

cinemania 2012. 11. 23. 13:41

강풀 작가의 <26>은 사연이 많은 소재를 장르적인 그릇에 담아서 그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영화는 원작에 비해서 호흡은 짧게 가져가야 하니 각색은 불가피하고, 실사화라는 표현적인 제한도 존재한다. 특별한 재해석 능력을 보여준다면 모를까, 원작의 의미에 충실한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면 본전 찾기도 쉬운 작업은 아니다. <26>은 그런 제약들을 뛰어넘은 영화적 성취를 보여주는 작품이라 하긴 어렵다. 압축된 초반 서사는 성기고, 변주된 일부 캐릭터는 비효율적인 경우가 발견된다. 그럼에도 영화를 보는 내내 뜨거운 감정이 차고 넘친다. 어떤 식으로든 1980 5 18일에 대한 감정이입에서 자유롭기 힘든 탓이다. 어떤 식으로든 냉정하게 보기 힘들다. 보는 내내 울화가 치민다. 미치도록 죽이고 싶어진다. 영화를 영화 자체로 보기 힘들게 만드는 이 놈의 현실이 문제다. 영화 하나가 짊어진 사연이 뭐 이리 무겁고 언제까지 애달파야 하냔 말이냐.

 

(무비스트)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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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촌방향>단평

cinemania 2011. 8. 23. 11:48

얌전하고 조용하게, 깨끗하게 서울을 통과할 거다. 그리고 집으로.” 하지만 알 사람은 안다. 그 작자가 결코 얌전하고 조용하게, 깨끗하게 서울을 통과하지 않을 것을. 홍상수의 열두 번째 장편 <북촌방향>은 어느 영화감독의 서울상경기를 그리는, 여전히 찌질한 굴레를 쳇바퀴처럼 돌고 도는 남자의 궁색한 일상을 그리는 또 한번의 수기다. 도돌이표처럼 되돌아가는 동선 속에서 메트로놈의 리듬처럼 반복되는 일상, 홍상수 감독은 비슷하지만 명확히 다른 대구의 거울을 통해서 거듭되는 우연의 체감을 통해서 의미를 얻어나가는 생활의 발견을 또 한번 이룬다. 하지만 <옥희의 영화>에서부터 느껴지던 싸늘한 냉소가 <북촌방향>에서도 예사롭지 않게 감지된다. 여전히 제 버릇 개 못 주듯 자신의 다짐이 무색하게 일상에 치근덕거리는 남자의 일상적인 소비는 더 이상 연민이나 추억으로 언급될 수 없는 싸늘한 한기로 둘러쳐진다. <옥희의 영화> <북촌방향>은 홍상수의 겨울영화다. 계절이 겨울이라서가 아니라, 정말 고드름처럼 얼어붙은 냉소가 선명한, 북서풍 고기압성 결말, 더 이상 희희낙락하게 방관할 수 없는 그 남자들의 겨울이 예사롭지 않다.

 

(무비스트)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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