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에 반하다>는
제목 그대로 ‘김순정’에게 반한 두 남자의 특별한 삼각관계
로맨스물이다. 김소연 역시 순정에 반했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1년을 기다린 그녀는 카메라 앞에 섰던 여느 때처럼 조심스럽지만 그 여느 때보다도 설레는 눈치다.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 3> 이후로 정체불명의 ‘앓이’를 겪고, <진짜
사나이>로 꾸미지 않은 편안함을 깨닫게 된 김소연은 처음으로 편안함을 깨달았다. 자신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캐릭터의 일상적인 재미를 알게 됐다.
전작 <로맨스가 필요해 시즌3>(이하: <로필3>)에 이후로 다시 로맨스물이다.
작년에 <로필3>가 끝나고 ‘앓이’를 했다. 마시지 않던 맥주도 많이 마시고 얘기하다가 갑자기 눈물도 나고, 세 달 정도를 그렇게 보냈다. 어떤 작품이든 촬영이 끝나면 쉽게 털어냈는데 여러 모로 이상했다. 게다가 로맨틱 코미디를 끝낸 이후라니 더 이상했고.
특별한 이유라도?
내가 연기한 (신)주연이는 사회성이 부족한 아이였고, 자기 감정을 잘 몰랐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해피엔딩이었음에도 이 바보 같은 여자를 버리고 혼자 빠져 나왔다는 죄책감이 들더라. 다시 버림 받을 거 같고, 별생각을 다했다. 그 탓인지 작품 선택도 어려웠고, 결국 쉼표 같은 한 해를 보냈다.
<순정에 반하다>에 반한 이유는?
지난 가을에 대본을 봤는데 읽자마자 결정했다. 회사에서 뭘 보고 그러는지 물어볼 정도였다. 그냥 마음이 움직였다. 왠지 좋을 거 같더라.
작품을 끝내봐야 알겠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이 작품이 끝나면 확실히 편해질 것 같긴 하다. 감독님을 만나서 더욱 확실하게 느꼈다.
김순정의 캐릭터 설명을 보니 ‘외유내강 철의 비서’라더라.
사실 그렇게 센 캐릭터는 아니다. 내가 보는 순정이는 그냥 현실에 있을 법한 사람이다. 평범하다고 해야 할진 몰라도, 사랑스러운 면도, 털털한 면도 있지만 일할 때만큼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다. 거기엔 나의 예민함을 대입해보고 싶다.
그런 평범함에 끌린 건가?
어쩌면 내게도 이런 편안함이 존재한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10년 동안 해왔던 고민이고, 눈, 코, 입이 이렇게 생긴 이상 앞으로도 이어질 고민이겠지만.
해소되지 않는 고민이 있나 보다.
내가 나를 가두는 것 같았다. 편하게 살아도 되는데 예민해지는 부분이 많아서. 일할 땐 유난히 그렇고. 작년엔 유독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런데 요즘은 조금 편해졌다. 아마 <진짜 사나이> 덕분인 거 같다.
작품 선택을 못하니 군대라도 가야겠다 싶었을까?
뭔가가 부족하단 말을 많이 들었다. 그래서 항상 고민했는데 친한 매니저들이 적극적으로 <진짜 사나이> 출연을 추천했다. 새로운 계기를 만들어보자고. 처음엔 장난하나 싶었다. 출연을 결심한 뒤에도 ‘왜 그랬지?’ 싶었다. 욕만 먹지 말자고 생각했다.
어쨌든 만족스럽나 보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항상 ‘스탠바이 큐’에서 ‘컷’ 사이의 모습만 봤는데 일상적인 내 모습을 보게 됐으니까. 웃기면서도 신기했다.
가장 신기했던 건?
화장을 지우고 방송에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들키면 안 되는 모습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들켜도 별 거 없더라. 숨겨야 될 모습도 아니더라. 20년 동안 뭘 그렇게 감추고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별일이 아니었다. 나를 완전히 내려놓은 모습을 호의적으로 봐줘서 용기를 얻었다. <순정에 반하다>를 촬영하면서 종종 카메라 프레임 밖으로 나가버렸는데 그만큼 현장도 편하게 느껴지는 건가 싶더라. 내가 몰랐던 내 모습을 알았다는 말은 조금 거창한 거 같고, ‘저래도 별 거 없네?’라는 걸 알았다는 게 수확이랄까(웃음)?
20여 년간 경험한 현장이 왜 그렇게 불편했을까?
배우들이 현장이 놀이터 같았다는 말을 하면 신기했다. 나는 항상 긴장감이 있어서 그럴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나이가 들어서 그런 건지, 감독님도 아는 분이고, 배우들도 유쾌해서인지 몰라도 현장에 가면 유쾌해진다.
자신의 일상성을 처음으로 목격한 셈이다.
<순정을 반하다>에도 그런 일상적인 리얼리티를 적용하고 싶더라. 4부까지 순정이의 가방과 신발이 한번도 안 바뀔 거다. 평범한 여자가 매일 같이 가방을 바꿔 들고 다닌다는 건 좀 이상해 보였다. 코트도 처음부터 끝까지 단 두 벌로만 가자고 했는데 제작사에서 여자주인공이 좀 더 예쁘게 입었으면 좋겠다고 해서 절충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 순정이에게 호감을 느낀 이유는 그런 평범한 일상성을 표현할 수 있을 거 같아서였다.
두 남자와의 삼각관계 로맨스물인데, 처음 만난 정경호와 윤현민의 첫인상은 어땠나?
처음부터 말 놓고 친해지는 게 늘 어렵다. 그래서 항상 초반에 헤맨다. 그런데 두 사람은 나보다 어린데 내가 도움 받는 입장인 거 같다. 유머감각이 있고 스스럼없이 대해줘서 편하다. 다른 작품에 비해 사전 제작 기간이 충분해서 대본 연습도 많이 해본 덕분에 더 편해진 거 같다.
낯가림이 심한 편인가 보다.
그게 늘 속상했다. 예전보단 나아지고 있지만 낯을 가리는 게 연기에도 지장을 주니까. 드라마 초반엔 내가 봐도 어색한 게 느껴진다. 남은 속일 수 있지만 나는 아는 거다. 그래도 예전엔 작품을 시작할 때 부담백배였던 것과 달리 이젠 설렘도 생기고 기대도 된다.
<순정에 반하다>에 대한 특별한 기대감이라도 있는 걸까?
항상 작품을 시작할 땐 나름의 각오와 목표가 있었다. 그런데 이젠 그런 말이 조금 어색하다. 그냥 자연스러운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평범한 내 모습을 알게 된 이후의 연기이기 때문에 조금 다르지 않을까라는 기대감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