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핀> 단평

cinemania 2009. 6. 4. 12:39

좀처럼 알려지지 않은 세라핀 루이는 천재라고 명명되기 좋은 재능을 소유했던 프랑스의 여류화가다. 그녀를 발굴한 건 독일 출신의 미술평론가 빌헬름 우데 덕분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계기가 된 건 세라핀이 우데의 가정부였기 때문이다. 삶의 여유란 찾아보기 힘든 빈민 여성노동자가 재능을 꽃피운다는 건 좀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빈센트 반 고흐만큼이나 강렬하고 치열한 색채와 날카롭고 예민한 붓터치를 지닌 세라핀 루이의 작품은 우데의 말처럼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었다. 놀라운 재능은 때때로 비극이다. 생애 단 한 점의 그림만을 헐값에 팔았다는 고흐가 현실적 가난과 정신적 광기에 시달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세라핀 루이 역시 비슷한 서사 속에서 단명했다. 물론 그녀의 광기를 잉태한 건 유년 시절을 지배하는 비롯된 종교적 집착이었다지만 현실적 부조리가 그녀를 파국으로 몰고 갔음을 부정할 수 없다.

 

<세라핀>은 제목 그대로 세라핀 루이의 삶을 조명하는 전기적 역할에 충실한 드라마다. 극적인 울림이 최대한 절제된 담담한 시선은 그녀의 생을 객관화시킴으로써 그 삶 자체를 온전히 부각시킨다. 물론 클라이맥스가 결여된 채 페이드 아웃을 반복하며 서사를 진전시키는 영화로부터 심심한 인상을 얻을 가능성은 무시할 수 없다. 동시에 세라핀 루이의 생 자체가 그리 극적이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여인의 초상 뒤에 담긴 은밀한 생을 세심하게 배려하는 <세라핀>은 전기 영화로서 충분히 제 역할을 하는 작품이다. 특히 순수와 광기를 차분히 넘나드는 세라핀을 연기한 욜랭드 모로의 연기는 단연 일품이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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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세월을 견딘 예술품은 보존적 가치를 발생시키고 개인의 소유욕을 자극한다. 예술품에 물질적 단위의 가격을 매기게 된 건 그 소유욕 때문이다. 희귀성이 인정될수록 책정되는 화폐 단위가 올라간다. 본질적인 아름다움보다도 금전적인 저울질을 통한 소유욕이 예술을 장악한다. 예술이 금전적 가치로 규정될 때 예술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변질시키는 굴절된 욕망이 파생된다. 진품을 베낀 위작들이 눈먼 소유욕을 등에 업고 시장에 유통되고 진가를 해독할 수 있는 감정가의 판단이 예술적 가치판단의 기준이 된다. 변수는 그 모든 과정에 개입하는 사람의 속내가 투명하지 않다는 점이다. 예술적 가치를 만들어내는 붓도, 예술적 가치를 판명하는 혀도, 예술적 가치를 구입하는 돈도, 사람에 의해 움직인다. 결국 사람이 변수가 된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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