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한 건물로부터 달아나 빛을 향해 뛰쳐나오는 소녀. 상처투성이 얼굴로 영문을 모르는 겁에 질린 채 폐허 같은 건물로부터 뛰쳐나오는 소녀의 모습에서 이유 모를 두려움이 전이된다. <마터스: 천국을 보는 눈>(이하, <마터스>)은 박차고 튀어나온 호기심 속에서 자리잡은 두려움에서 출발한다. 정체가 한 꺼풀씩 벗겨질 때마다 시각적인 자극을 넘어선 심리적 중압감이 수혈된다. 순교자(Martyrs)라는 의미의 <마터스>는 신앙이라는 전위적 형태를 파헤쳐 전복시킴으로써 본질을 자각하게 만든다. 피의 전시보다도 피의 목적이 각인된다. 끔찍한 건 이미지가 아니라 이를 둘러싼 세계관이다. 전작 <천상의 목소리>(2005)를 통해 이미 한 차례 신성 모독(?)적 관점을 견지한 전력이 있는 파스칼 로지에는 <마터스>를 통해 그 비관적인 세계관을 불순한 영험적 체험 수준으로 한차례 끌어올린다. 살갗을 벗겨내는 스너프 필름의 생생한 가학의 살 떨림보다 냉소적 극단이 진하게 섞인 선혈의 진심에 마음이 시리다. 이미지에 대한 두려움보다도 잠재된 진심의 농도가 진한 충격을 선사한다. 41회 시체스영화제 2관왕에 오른 <마터스>는 할리우드 제작사와 리메이크 판권 계약까지 체결했다. 영화제 상영 이후 국내 정식개봉이 결정됐다. 순도 100%의 순수악, 나쁜 피가 흐른다. 피가 차오른다. 가자.

(무비스트)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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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발이 오그라든다. 3류 뮤직비디오마냥 유치하기 짝이 없는 가무의 향연 속에서 인도 훈남의 눈동자가 느끼하게 이글거린다. <유브라즈>는 전형적인 발리우드의 인장을 찍는 착한 영화다. 호화로운 대저택을 누비며 로미오와 줄리엣 낙천적 버전을 노래하는 그네들의 사치스런 로맨스는 백치스럽다. 그러나 중요한 건 러브스토리가 아니다. 단지 로맨스는 거들 뿐, <유브라즈> <레인맨>의 발리우드식 재활용이다. 부잣집 애인과 결혼하기 위해 정신적 장애가 있는 배다른 동생 앞으로 집중된 유산을 제 몫으로 돌리기 위한 형제의 계략은 막장드라마에 길들여진 감수성을 배반하듯 천진난만하다. 애절하기보단 간지럽고, 진지하기보단 닭살스러운, 그렇지만 끝내 뿌리깊은 낙천과 긍정을 통해 마음을 표백시키고야 마는 우유빛깔 발리우드의 마력이 호화롭게 펼쳐진다. 오그라드는 손발을 펴주는 건 신나는 가무의 판타지다. 모두 다 참 잘했어요로 마무리되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피날레마저도 용서하게 만드는 긍정적 리듬은 단연 백미다. 만약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음악이 들리는 것 같다고 느낀다면, 혹시 들어는 봤나, A.R.라만?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알겠지. 그렇다. 바로 이 경쾌하고 활기찬 리듬이 바로 A,R,라만의 물건이다. 이쯤 되면 손발이 오그라들어도 괜찮아.

 

(무비스트)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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