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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9.21 <불꽃처럼 나비처럼> 단평 2
  2. 2008.09.30 <고고70> 잡초처럼 끈질긴 낭만의 도가니

조선말기, 질곡의 역사 속에서 펼쳐지는 허구의 로맨스. <불꽃처럼 나비처럼>은 실존인물을 밑그림으로 허구적 로맨스를 채색한 작품이다. 기록적 역사에 근거를 둔 재현이 아닌, 실존인물을 통해 뻗어나간 상상을 스크린에 입힌다. 비극적 역사 속에서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한 인물을 비극적 멜로의 주인공으로 재생산한다. 이런 사연이 있었다면 어떨까, 정도의 가벼운 거짓말을 실제적 삶에 덧칠한다. 논픽션의 캐릭터에 픽션의 삶을 입힌다는 건 나름대로 쓸만한 설정이다. 그런데 <불꽃처럼 나비처럼>을 보고 있노라면 이 영화가 추구하는 픽션의 묘미가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무명(조승우)의 순애보에 동화되기엔 그 얕은 사연에 감정을 담그기 망설여지고, 대원군(천호진)과 명성황후 민자영(수애)이 벌이는 심리전까지 어지럽게 날뛰는 통에 감정이 산만하다. 그 가운데서 판타지에 가깝게 연출된 CG액션신이 종종 스크린을 채운다. 분명 멜로적 플롯이 주가 되는 것 같은데 멜로에 집중하자니 손발이 오그라들고, 역사적 플롯에 눈을 돌리자니 영화를 볼 이유가 없어지는 느낌이다. 이건 멜로드라마도, 역사스페셜도 아니다. 그러니까 결국 명성황후를 러브스토리의 주인공으로 치환해서 얻어낸 값어치가 고작 이거란 말이다. 그러니까 고작 이걸 해보자고 92억이나 되는 제작비를 썼단 말이다. 덕분에 미술은 꽤나 볼만하다만, 스크린을 전시관 윈도우로 착각하는 이들은 없을 테니, 이걸 어쩐담.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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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만이 살 길이다. (베트남에서) 이겨서 돌아오라. 대통령 각하 만세. 새마을 운동. 어느 시대를 추억하는 용어들이 이처럼 삭막한 건 그 시절의 낭만이 철저히 억압됐기 때문이다. 통금과 단속이 난무하던 1970년대 유신의 시대에서 낭만은 잡초가 아니고서야 싹을 피우지도, 뿌리를 내릴 엄두도 내지 못했다. <고고 70>은 그 어두운 70년대에 음지에서 잡초처럼 자라났던 대한민국의 1세대 밴드들, 더 나아가 시끄러운 밤을 열망했던 그 시절 청춘을 위한 일종의 위령제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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