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에 만족하지 못할수록 과거를 그리워하는 경향이 강해진다고 했다. 21세기의 한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미래에 대한 희망보단 과거에 대한 낭만을 논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 같다. 그만큼 현실이 팍팍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생각해 보면 90년대엔 새로운 시대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다. 미래의 청사진에 대해서 그리곤 했다. 그만큼 풍요로운 꿈을 꾸던 시대였던 것이다. 1997년 IMF사태 발발 이후로도 그나마 뉴 밀레니엄이라는 허수 같은 단어에 열광했다. 하지만 2000년대를 넘어오며 점차 미래에 대한 꿈은 저물기 시작했고 팍팍해지는 현실이 가속화되면서 이젠 그나마 90년대에 경험했던 풍요로운 시대에 대한 낭만을 향해 틈나는 대로 응답하라 외친다. 팍팍한 현실을 견디기 위해 과거의 유산을 마약처럼 삼킨다. 90년대에 대한 노스탤지어를 마냥 즐길 수 없는 건 그래서다. 곰팡이 핀 낭만에 열광한 뒤에 씹히는 현실이란 여전히 퍼석퍼석하다. 나아갈 길이 없다. 갈 길은 먼데 갈 곳이 어딘지 모르겠으니, 그저 그리움만 쌓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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