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럭저럭

time loop 2008. 8. 15. 01:05

오랜만에 전화온 친구가 묻는다.

잘 지내?
그럭저럭

오랜만에 네이트온에 로그인한 친구가 묻는다.
잘 지내?
그럭저럭

차마 잘 살고 있다는 말을 할 자신도, 염치도 없다.
그래도 확실한 건 밥이라도 먹고 살아있긴 하다는 것.
살아는 있고, 살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렇다고 세상 살기가 이리도 어려워, 라고 하소연하고 싶지도 않다. 그건 구차해서이기도 하지만 실로 무의미하게 귀찮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냥 그럭저럭.
나도 그럭저럭, 세상도 그럭저럭, 일도 그럭저럭, 연애도 그럭저럭, 모든 게 그저 그럭저럭

잘 살고 있나요?
그럭저럭.

난 무심하듯 시크하게,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으면서, 내 삶에서 한발자국 뒤로 물러선 언어에 기대며 꾸역꾸역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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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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