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의 신문물과 구시대적 풍습이 공존하는 일제 치하의 경성은 분명 흥미를 끌만한 이미지를 제공하는 시대다. <그림자 살인>은 그 과도기적 시대상을 무국적의 그릇으로 활용한다. 친일 세도가들이 득세하고, 이를 비호하며 밥그릇을 유지하는 관료들이 자리잡은 암울한 시대상 한편에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이는 민초들의 활력이 거리를 지배한다. 요즘 세상 의리 없이 살아도 돈 없이는 못 살겠습니다. 만시경을 들고 바람난 유부녀의 불륜 현장을 추적해 얻은 사진과 기사를 신문사에 팔아 넘기는 진호(황정민) 역시 앞선 대사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흥망과 무관하게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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