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나이트

time loop 2008. 7. 24. 00:36
<다크 나이트>에서 <배트맨>시리즈의 위기를 목격했습니다.
이런 작품이 나온 이상, <배트맨>시리즈의 차기작을 누구도 맡으려 하지 않을 거에요.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 시리즈에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적어도 캣우먼까지 한번 욕심내 달라고 간절히 애원하고 싶네요.

<다크 나이트>를 봤습니다. 뒷골을 맞은 듯한 충격, 따위는 없었어요. 단지 보는 내내 스크린에 눈알을 박고 손톱을 물어뜯었답니다. 덕분에 제 왼쪽 엄지손톱은 만신창이가 됐군요.
하지만 괜찮아요. 미국 평론가들의 설레발을 태평양 건너에서 보고 마음채비를 갖추고 있던 어린 놈의 쉐이가 그 설레발을 수긍할 수 밖에 없고, 절대적으로 지지해야 함을 가슴 뛰는 기분으로 만끽하고 있다면 그건 필시 행복하고 뿌듯한 일이니까요.

어쩄든 히스 레저의 빈자리가 뒤늦게 태평양 바닷물이 사라졌음을 직감하듯 쓰나미처럼 밀려옵니다.
과연 이 영화만큼 상업적이고 예술적인 감각을 겸비한 영화가 나올 수 있을까요? 전 쉽사리 그럴 수 있을 거라고 말하기가 힘듭니다.
엔딩 너머로 고요한 슬픔에 짓눌렸어요. 예수는 이런 심정으로 골고타 언덕을 넘었겠죠. 우리가 신의 아들이 될 수 없는 이유를 <다크 나이트>는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는 거죠. 전 그저 어린 양입니다.
전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거죠? 맙소사. 아무리 생각해도 전 오늘 정말 엄청난 것을 봐버린 겁니다.
마이클 조단의 페이드 어웨이 만큼이나 그건 말도 안되는 느낌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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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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