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중의 목소리와 자동차 경적소리가 어지럽게 뒤엉킨 아래, 인공적으로 반짝이는 스팽글(spangle) 도시가 펼쳐진다. <도쿄!>의 오프닝은 미쉘 공드리, 레오 까락스, 봉준호까지, 됴쿄를 바라보는 세 이방인들의 시선을 관통하는 공통적인 시선을 집약한다. 반짝거리는 빌딩 숲 사이를 가득 메운 갖가지 소음들로 들어찬 도시의 풍경 속에 숨어들어간 듯 보이지 않는 사람들의 형체. 발들일 틈 없이 빽빽하게 보이지만 한편으론 기이하게 텅 빈 풍경. 인공 도시 안에서 유령처럼 살아가는 인간들의 단상들이 어렴풋이 어른거린다. 가늠할 수 없는 세 감독의 옴니버스 <도쿄!>는 이처럼 뚜렷한 형체가 짐작되지 않는 거대한 실체를 구상한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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