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미숙(공효진)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는 여자다. 타인의 생각을 자의대로 파악해버린 뒤, 그에 대한 오해를 스스로 만들어놓고 되려 민폐 끼친 상대방에게 억울해한다. 예측 불가능한 삽질의 연속이 일상의 전부다. 여러모로 혐오스럽고 피곤한 상대다. 그녀의 종잡을 수 없는 성격은 외모에서 기인된 것이다. 안면홍조증이라는 신경성 불치병(?)으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곧잘 빨개지는 그녀의 얼굴은 주변 사람들이 그녀를 경계하기 전에 그녀 스스로 주변을 경계하게 만든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런 그녀가 여중학교 러시아어 교사다. 어린 여중생들도 비호감이라 무시하는 왕따 선생의 처연한 일상이 그로테스크한 유머 감각으로 포장될 수 있는 건 그녀가 자신과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그 환경에서 살아가고 있는 덕분이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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