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약관의 청년이 런던의 올드 빅 극장을 장악했다. 트레버 눈이 현대적으로 각색한 <햄릿>에서 벤 위쇼는 질환적인 광기로 관객의 눈을 고정시켰다. 그의 광기는 한 감독마저 사로잡았다. <향수>(2006)를 책임질 무명 배우를 기다리던 톰 튀크베어 감독은 비로소 벤 위쇼를 발견했다. 그리고 <향수>를 통해 벤 위쇼는 확실한 방점을 찍었다. 예민한 육체의 굴곡으로부터 매혹적인 광기가 새어 나왔다. 이윽고 <아임 낫 데어>(2008)의 건조한 흑백 필름 너머에 앉아 냉소적인 대사를 던지는 시인 랭보로 분한 벤 위쇼는 다시 한번 시인이 된다. 영국의 낭만주의 시인 존 키츠를 연기한 <브라이트 스타>(2009)에서 벤 위쇼는 서정적인 운율과 같이 결이 고운 눈빛을 연출한다. 반짝이는 눈동자와 섬세한 움직임, 벤 위쇼는 누구라도 마음에 파문이 일 수밖에 없는 치명적인 매혹의 초상이다.

 

(beyond 2월호 Vol.41 'TAKE ONE MOVIE')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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