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친구

도화지 2008. 11. 21. 11:06

어제 아침이었다. 역시나 마감 때문에 날을 새고 있던 상태에서 전화를 받았다. 비보가 전해졌다. 친구가 죽었다. 어안이 벙벙했다. 사실 한동안 연락이 끊긴 상태였다. 그래도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네이트온에 아직 그 친구가 로그인 돼있다. 자리비움 상태다. 그 친구의 네이트온은 항상 로그인 상태였다. 기분이 이상하다. 대화창을 한번 열었다가 닫았다. 말을 걸어볼까. 대답할까 두려워서 말았다. 간만에 미니홈피도 들어가봤다. 항상 웃는 얼굴이었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너무 밝아서 이질감이 난다. 다시 한번 사람이 죽었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오늘 아침에 발인이라고 했다. 아마 지금쯤 하고 있겠지. 광주는 너무 멀다. 며칠 전 검은 양복을 샀는데. 이제 나도 언제 상가집에 갈지 모르니 검은 양복 하나는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샀는데, 친구가 죽었다. 기분이 역시나 이상하다. 그럼에도 마감에 치여서 갈 수가 없다. 나 이러고 살아도 되나. 갑자기 사는 게 다 허무해진다. 그 친구는 예비의사였다. 정신과 레지던트 1년 차였다. 그 친구는 좋은 의사가 될 것이 분명했다. 아쉽다.

 

술을 마시면 개가 됐다. 서울에 올라왔을 때 한번 일산까지 가까스로 데려다 준 적이 있었다. 눈이 많이 와서 미끄러웠고 녀석은 인사불성이었다. 악전고투 끝에 도착했다. 사실 엄청나게 친한 편이었다고 말하진 못하겠다. 같은 학교 출신도 아니었고, 만나게 된 경로도 완벽한 우연이다. 하지만 그 친구의 사투리는 구수했다. 만나면 부담 없이 웃곤 했다. 편했다. 참 좋은 녀석이었다.

 

친구라 할만한 녀석의 부음을 듣게 된 건 처음이다. 역시나 기분이 묘해. 너무 빨리 갔어. 삶이라는 건 이렇게나 알 수 없다. 그래도 산 사람은 살아야지. 명복을 빈다. 진심으로. 너 좋은 놈이었어. 그러니, 잘 가. 찬종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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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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