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0802

time loop 2008. 8. 2. 23:48
1. 나는 알고 보면 좀 웃긴 놈이다. 물론 몸개그 작렬 같은 것 따위에는 재능이 없다. 하지만 난 내가 보기에 상당히 시시껄렁한 농담 쯤은 말쑥하게 할 수 있는 놈이라고 알고 있고, 그렇게 믿고 있다. 실례로 날 잘 아는, 내 주변 인간들은 내가 그런 놈이라고 알고 있는 놈이 수두룩...까지는 아니더라도 좀 있다. 어쨌든 내가 신비주의자 따위도 아니고, 몇 년 사이에 만난 대다수의 사람들 앞에서 심하게 점잔을 떤 까닭이 있을지는 몰라도, 내가 그렇게 인식되고 있음은 때때로 부담스럽다.

2. 서태지가 컴백한다. 음반은 사지 않았다. 사실 음반점에서 자켓을 보고 가격을 보고 피식했다. 글쎄다. 더 이상 내 소비심리를 부추기지 못하는 이 앨범이 이 가격? 다 떠나서 피터팬 콤플렉스가 강하게 느껴지는 서태지가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다. 그는 피터팬이 아니다. 과연 서태지가 늙는다는 것을 견딜 수 있을까? 혹은 그의 팬들이 그것을 견딜 수 있을까? 종교적인 숭배는 그것의 신비주의적 광기를 통해 자라난다. 서태지의 신비주의는 그의 얼굴에 주름이 생기는 순간 와르르 무너질 것이다. 난 그가 위태롭게 보인다. 그저 나의 기우인가? 한 때 그를 사랑했던 팬의 입장에서도 이건 견디기 힘든 일이다. 그래서 난 그의 지배력에서 일찍 벗어나는 게 그만큼 안전함을 깨달았다. 그래서 음반은 안 산다.

3. 비가 온다. 그쳤다. 바람이 분다. 비가 온다. 그쳤다. 바람이 분다. 비가 온다. 비가 들어온다. 창문을 닫았다.

4. 오랜만에 고등학교 동창인 친한 친구들을 만났다. 광주에서 학교를 졸업한 덕분에 내 주변 친한 친구들을 만나는 일이란 연례행사에 가까운 일이 됐다. 사실 서울에 사는 친구들도 있지만.....나의 무관심과 게으름이 그들과의 만남을 성사시키기 힘들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 것이다. 어쨌든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은 반갑다. 주머니가 두둑하지 않아도 뭔가 다 털어주고 싶은 기분이 든다. 물론 그 중에는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대략 5년 만에 만나는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그리 어색한 만남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그럼 됐지. 어쨌든 그 녀석들과 언제 또 보게 될지 기약할 순 없지만 다시 만나도 이만큼 반가울 것이라 확신한다. 그 동안 잘 살아있기만 하면 될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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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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