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217

time loop 2009. 12. 17. 23:04

1.       강아지는 회복 중이다. 다행히 수술은 무사히 마쳤고, 녀석은 마취에서 잘 깨어났다. 오늘 병원에 들려보니 집에 가고 싶은지 낑낑대는 것이 여간 안쓰러운 게 아니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잘 견뎌낸 녀석이 대견스러웠다. 다만 여전히 2차 감염여부를 지켜봐야 하고, 복막염에 대한 경계도 필요하다. 녀석이 별 일 없이 집에 돌아오길 바란다.

2.       이상하게 바쁘다. 뭐지, 왜일까. 마감은 아직 여유가 있건만 벌써부터 마음은 조급하고, 그 전에 외부적으로 해야 할 일들이 순차적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생활에 리듬감이 없다. 리듬을 타야 해. 리듬을. 일단 급한 불부터 끄자, 라고 말만 하지 말고 진짜 끄자.

3.       방송을 그만 둘까, 고민 중이다. 재정적으로 도움이 되는 일이기도 하고, 한편으로 욕심이 나기도 하지만 요즘은 지나치게 의무감에 허덕이는 기분도 들고, 새롭게 개편된 포맷이 내게 딱히 흥미롭지 않다. 뭔가 말장난을 하는 것 같고, 그저 시간만 때우기 위한 자리 같기도 하다. 당장은 아니겠지만 연말까지 고민해보고 마음을 다잡아 보던지, 결단을 내리던지 해야 할 것 같다. 무엇보다도 아침 일찍 여의도까지 가야 한다는 것 자체가 내게 더 없는 고문이기도 하고.

4.       금주 일요일에 친구 결혼식이 있는데 그게 광주에서 하는 것이라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만약 가게 된다면 처음으로 가게 되는 친구 결혼식인 셈인데, 이래저래 고민이다. 주말에 처치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도 부담이지만, 광주가 멀다는 것이 더욱 고민이다. 어쩌겠나. 사람 마음이라는 게, 아니, 내 마음이라는 게 이리도 얄팍한 것을. 주말에 서울에 올라올 일 있다는 친구가 자기 차를 타고 내려가자는데도 이래저래 고민이다. 이것도 다 마음에 여유가 없다는 증거지.

5.       크리스마스가 임박했다. 별 생각이 없다. 개인적으로 24일부터 27일까지 쭉 쉴 수 있다는 점에서 기다려지는 연휴일 뿐, 딱히 감흥이 없다. 그냥 그렇다. 뭔가를 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들지 않는다. 애인이 없어서 그래, 라고 말할 성격과 무관하게 그냥 그렇다. 뭔가 그냥 무덤덤하다고 할까. 요즘은 마냥 쉬고 싶은 생각밖에 없지. 물론 누군가를 만나서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즐겁겠지만 그럴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한 줌도 들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문득 이상해졌다. 다들 하나같이 크리스마스에 뭘 할 것이냐 묻는데, 난 참 그게 이상하더라. 뭔가를 해야 하는 건가. , 모르겠다. 난 그냥 쉴 거다. 특별한 일이 있다면 모를까. 그게 내 계획이다. 그러니 제발 이 글 보는 사람들은 그것 좀 묻지 마세요. 여간 귀찮은 게 아니에요.

6.       이제 곧 29살이 된다. 20대의 마지노선이다. 모르겠다. 딱히 별다른 감흥이 없다. 지난 몇 년간 정신 없이 되는 대로 살다가 여기까지 왔다. 뒤늦게 내가 느끼는 건 오늘이 중요하다는 거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할 뿐, 이란 허세까진 아니더라도, 그냥 나이를 먹어간다는 게 아직까진 중요하지 않은 것 같다. 물론 시간이 흐른다는 사실에 일말의 아쉬움도 품지 않노라, 장담할 자신은 없지만 딱히 대단한 감상을 품지 못하고 있다는 건 사실이다. 지난 3년은 내게 하루하루가 격변의 시간이었고, 현재도 그렇다. 그렇기에 지난 시간들에 대한 미련보다도 다가올 시간에 대한 호기심에 마음이 동한다. 내일이 좀 더 궁금하다. 다가올 시간에 대한 물음표가 흘러간 시간에 대한 말줄임표보다 내겐 선명해 보인다.

7.       기다리고 있는 일이 있다.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졌고, 답변은 내년에 돌아올 예정이다. 마음을 비우곤 있지만 문득 조급함이 밀려오기도 하고, 궁금해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일단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세상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건 일찌감치 깨달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뭔가가 원하는 대로 이뤄지길 바라는 욕심은 불가항력에 가깝다. 어렵게 마음먹은 일인만큼 좋은 소식을 맞이할 수 있길 바라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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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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