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벅터벅, 무겁게 발걸음을 옮기는 여인의 시선이 공허하다. 두서 없이 움직이는 발걸음은 본능적으로 여인을 어디론가 밀어내고 있다. 멀리 달아나야 한다. 하지만 곧 여인의 눈에 어떤 깨달음이 맺힌다. 뒤를 돌아보고 다시 돌아서서 길을 돌아간다. 그곳에서 그녀는 곧 현실을 체감한다. 숨기고, 그 와중에 무언가를 먹는다. 살기 위해서 그렇다. 그러나 그녀는 더 이상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다. 여인의 귀 속으로 사이렌 소리들이 들어찬다. 그리고 떠오른다. 묵묵하게 아무런 기척도 없이, 만추, Late Autumn. 그렇게 영화는 관객 앞에 떠오른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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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패를 읽을 수 있다면 게임은 유리해지기 마련이다. 도박이란 게 그렇다. 주식도 마찬가지다. 그래프의 변화를 읽는 자가 돈의 주인이 된다. <작전>은 그래프의 변화를 읽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출발선이 다른 사람들은 주식을 통해 작전을 펼친다. 주가의 흐름을 읽는 정도가 아니라 주가의 흐름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대사를 빌리자면 대한민국 경제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덕분에 주식에 관련된 전문용어가 난무하고 이에 관한 언어들이 삽시간에 흘러간다. 다양한 정보가 현란한 영상과 함께 스크린 속을 활보한다. 하지만 이에 대해서 딱히 인지하거나 숙지할 필요는 없다. <작전>은 주식에 대한 복잡한 이해를 바라는 영화가 아니다. 주식은 <작전>이란 영화를 설계하기 위한 일종의 매물과 같다.

Posted by 민용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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