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의 지휘 아래 임진왜란 당시 조선의 4대 사고 가운데 유일하게 살아남았다는 전주사고의 조선왕조실록 복본화 작업이 계획된다. 전주시청 한지과로 발령을 받게 된 7급 공무원 한필용(박중훈)이 실록 복본화 프로젝트를 일임하게 된다. 그 가운데 유명 다큐멘터리 감독 민지원(강수연)은 전주시청에 한지 다큐멘터리 제작 협조를 요청하고 전주시장은 그것이 복본화 작업에 시너지를 부여할 것이란 판단에서 이를 수락한다. 그것이 달갑지 않은 한필용은 이로 인해 그녀와 반목하게 되지만 점차 한지의 매력에 빠져드는 것처럼 그녀에게도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그리고 필용은 뛰어난 지공예가였으나 뇌경색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아내 이효경(예지원)의 기억 속에 존재하는 그녀의 고향을 찾고자 노력을 기울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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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영으로 갈라선 비보이(B-boy)들 사이로 뛰쳐나오는 한 명의 댄서. 무대를 휘휘 젓다가 어느 새 중앙에 자리를 잡은 그는 리드미컬하게 신기에 가까운 스텝으로 풋워크(footwork)를 선보이다 매끄러운 스타일무브로 돌입하고 묵직한 파워무브를 구사하기 시작하며 점차 무대를 장악해나간다. 경이적인 몸놀림에 아군진영의 크루(crew)들이 고무될 때, 야유하는 반대편 크루들의 표정이 상기되기 시작한다. 깔끔한 프리즈(Freeze)로 결정타를 먹인 비보이 주변으로 관중들의 환호가 쏟아진다. 이것이 일명 배틀(battle), 갱스터처럼 상대를 노려보며 나눠선 비보이들은 자신들의 춤으로 상대를 압도하고 이를 통해 승패를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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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마리의 개가 사납게 내달린다. 사나운 개떼에게 쫓기는 악몽에 시달린다는 친구의 고백을 듣는다. 청자는 감독 자신이다. <바시르와 왈츠를>은 과거 이스라엘 군인으로서 레바논 전쟁에 참전했던 아리 폴만 감독의 자전적 성찰이다. 동시에 그 잔인한 기억에서 상실로 도피한 자의 뒤늦은 참회이자 치유다. 영화는 전쟁에 참전했던 퇴역 군인들의 현재 고백을 통해 과거를 되새김질하고 기억을 복원해나간다. 실화를 다루고 있지만 애니메이션의 형식을 취하는 건 <바시르와 왈츠를>이 재현하고자 하는 리얼리티가 어떤 이들의 트라우마에서 비롯된 착시와 연동된 까닭이다. 비극을 목도한 이들의 심리적 공황과 정신적 상흔이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환상과 실존의 이미지로 구현된다. 총격전이 펼쳐지는 도심의 도로 한가운데서 스텝을 밟으며 기관총을 사격하는 병사의 모습 위로 왈츠가 흐른다. 우아한 이미지 사이로 비통한 정서가 유유히 새어 나온다. 사브라와 샤틸라 학살의 결과가 담긴 실제적 풍경이 등장하는 말미에 도달하면 그 모든 이미지의 정보가 얼마나 끔찍한 현실이었는지 적나라하게 환기된다. 승자도 패자도 소용없다. 살아남은 자는 지울 수 없는 업보의 여생을 떠안게 될 뿐이다. <바시르와 왈츠를>은 그 거대한 비극에 압사당한 인간 그 자체를 복원하고자 하는 진심이다.

 

(프리미어 'MOVIE 4人4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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