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7월 27일부터, 제30회 런던올림픽이자 3번째 ‘런던’올림픽이 개최된다. 영국의 문화적 저력이 총망라될 개폐막식은 이번 대회의 하이라이트. 그 빛나는 순간을 선사할 여덟 명의 대단한 재주꾼들을 소개한다.
대니 보일(Danny Boyle)/개막식 아트 디렉터
“두려워하지 말라. 영국이 시끄러운 소리로 가득 찰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의 한 구절은 런던올림픽 개막식의 주제 ‘경이로운 영국(Isles of Wonder)’으로 승화됐다. <트레인스포팅> <슬럼독 밀리어네어> 등의 영화로 스타일리시한 비주얼에 핏이 딱 떨어지는 사운드를 선사해온 영국 감독 대니 보일은 ‘지구상에서 가장 위대한 쇼’를 약속했다. 현직 ‘제임스 본드’ 다니엘 크레이그가 여왕의 명으로 스타디움에 날아들며 시작될 개막식은 이미 한 편의 영화를 예고한다.
언더 월드(Underworld)/개막식 음악 감독
대니 보일은 말했다. “올림픽 개막식 음악감독으로 임명된 언더월드는 개막식으로 옮길 영국적인 창작력의 마지막 조각이다.” 언더월드는 <트레인스포팅>의 엔딩 타이틀곡 ‘본 슬리피’의 주인공이다. 90년대 후반 빅비트 열풍을 이끈 언더월드는 여전히 최고의 사운드를 뽑아내는 일렉트로니카 듀오다. 엘보우가 주제가를 부르고, 뮤즈, 콜드플레이와 같은 실력파 영국 뮤지션들의 참여가 언급되는 개막식 사운드를 지휘한다니, 언더월드에 대해 어떤 설명이 더 필요할까.
스티븐 달드리(Stephen Daldry)/크리에이티브 총괄 프로듀서
개막식과 폐막식은 전세계인의 축제 올림픽의 입구와 출구다. 런던올림픽의 입구와 출구는 크리에이티브 총괄 프로듀서 스티븐 달드리를 통해 세워진다. 자신이 연출했던 영화 <빌리 엘리어트>를 엘튼 존과 함께 뮤지컬로 연출한 그는 토니상 10개 부문 수상으로 전방위적인 재능을 증명했다. 발레복을 입은 탄광촌 소년 빌리 엘리어트처럼, 새로운 시대를 사는 영국인들의 꿈이 환상적인 이미지로 투영된다.
마크 피셔(Mark Fisher)/디자인 총괄 프로듀서
U2의 360도 투어는 360도 개방형 무대에서 펼쳐졌다. 마크 피셔가 설계한 이 세트는 가히 괴물이다. 4개의 거대한 곡선 기둥, 생물처럼 변화하는 중앙의 LED, 객석 모두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이 무대는 우주의 쇼를 연출했다. 전설적인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 투어의 무대 역시 그의 손끝에서 완성됐다. REM, U2, 조지 마이클 등의 무대를 설계한 그가 이번 런던올림픽 개폐막식을 디자인했다 하니, 안 봐도 환상이다.
해미시 해밀턴(Hamish Hamilton)/방송 총괄 프로듀서
제30회 런던올림픽 개막식 전세계 시청자 수를 예상하길 무려 0이 아홉개, 10억 명이란다. 날이면 날마다 오지 않을 영국발 빅쇼를 전세계 안방으로 전파하는 건 바로 해미쉬 해밀턴. U2, 로비 윌리엄스,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세계적인 스타 뮤지션들의 콘서트를 안방에서 플레이할 수 있는 DVD 기획자로 유명했던 그는 그래미 어워드에 노미네이트된 바 있으며 2010년에는 아카데미 시상식을 연출하기도 했다.
캐서린 우그우(Catherine Ugwu)/프로덕션 총괄 프로듀서
2000년 1월 1일, 런던의 밀레니엄 돔이 개장했다. 스펙터클한 오프닝 행사를 제작한 건 캐서린 우그우였다. 그녀는 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공공 이벤트를 컨설팅하고 프로그래밍하는 한 사람이다. 2002년 맨체스터 영연방경기대회 폐막식과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개막식.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폐막식 제작자이기도 했던 그녀는 올해 런던올림픽 개폐막식을 통해서 또 한번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이벤트를 기획한다.
킴 개빈(Kim Gavin)/폐막식 아트 디렉터
“지난 50년 동안 음악은 영국의 가장 강력한 문화적 수출품이었다. 우리는 올림픽 폐막식을 위대한 영국 팝뮤직의 특별한 프로모션으로 기획할 작정이다.” 폐막식 아트 디렉터 킴 개빈의 포부는 주제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이름하여 ‘심포니 오브 브리티쉬 뮤직(A Symphony of British Music).’ 2009년 120만 파운드의 티켓 수익을 올린 테이크댓의 서커스 투어를 비롯해서 지난 해 회당 8만여 명에 달하는 관객을 동원한 테이크 댓의 프로그레시브 UK투어 29회를 전회 매진시킨 바 있는 그는 현재 영국에서 가장 창의적인 콘서트 기획자다.
데이비드 아놀드(David Arnold)/폐막식 음악 감독
8월 12일에 열릴 런던올림픽 폐막식은 그야말로 화룡점정이 아닐까. <007>시리즈의 근작 다섯 편을 비롯해서 수많은 영화음악을 만들어온 데이비드 아놀드는 런던올림픽 폐막식 음악감독으로서 말했다. “이 경이적인 이벤트를 위해서 황홀하고 열광할만한 사운드트랙을 준비할 것이다.” 락의 본고장 영국의 심장에서 열릴 폐막식은 어쩌면 21세기의 기념비적인 락 페스티벌이 될지도. 참고로 데이비드 아놀드는 아이리쉬 싱어 송 라이터 데미안 라이스와 사촌 지간이다.
제임스 프랭코는 수많은 학업을 병행하면서도 자신의 커리어를 다방면으로 넓혀나갔다. 빠르고 철저하게 자신의 영역을 점유해나갔다. 그 모든 과정을 즐기는 것, 그것이 그를 정의할 수 없게 만드는 궁극의 에너지원이다.
영광은 일찍 찾아왔다. TV영화 <제임스 딘>(2001)의 타이틀롤을 맡은 제임스 프랭코는 전설적인 미남 스타가 남긴 여운을 재현하며 ‘제2의 제임스 딘’이란 호평을 얻었고, 골든글로브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이는 그를 메소드 연기의 포로로 만들었다. 로버트 드니로의 상대역으로 출연한 <시티 바이 더 씨>(2002)에서 마약쟁이를 연기하기 위해서 중독자들과 몰려다니며 길거리를 전전했고, 니콜라스 케이지의 연출 데뷔작 <소니>(2002)를 준비하고자 게이 스트립 클럽에 드나들며 스트리퍼들의 행위와 습성을 면밀히 관찰했다. 그리고 스파이더맨 슈트를 입고자 오디션을 봤지만 결국 해리 오스본 역으로 캐스팅된 <스파이더맨>(2002)은 그의 전세계적인 출세작이 됐다. 하지만 샘 레이미가 <스파이더맨> 트릴로지를 완성하기까지 5년 동안 프랭코가 이룬 경력들이란 대부분 무색한 것들이었다.
“연기가 내 전부였을 때, 스스로에게 잘못된 생각이라고 거듭 말하면서도 내 연기가 나를 규정한다고 생각했다.” 세 편의 출연작이 공개됐던 2006년은 프랭코에게 있어서 대단한 실망을 안긴 한 해였다. <라파예트>를 준비하며 비행조종사 자격증까지 얻은 그는 <아나폴리스>를 위해서 8개월 간 링에서 복싱을 배웠고, 검술을 연마한 뒤 <트리스탄과 이졸데>에 출연했다. 결과적으로 이 세 작품은 흥행과 비평의 면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영화가 잘 되면 행복했고 그렇지 않으면 화가 났다. 배우로서 어떻게든 완성된 결과물에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이 날 돌아버리게 만들었다. 그저 미친 짓이었다.” 그리고 그는 의외의 결단을 내린다.
2006년 프랭코는 부모의 바람을 등지고 10년 전에 자퇴했던 캘리포니아의 UCLA로 다시 돌아가서 철저하게 학업에 매진했다. 주전공인 문학과 창작뿐만 아니라 과학론, 프랑스어 등 다양한 학문들을 집어삼키듯 공부해나갔고 끝내 62학점을 이수했다. UCLA 수료 후, 프랭코는 뉴욕으로 거처를 옮겨서 세 개 대학을 옮겨 다니며 문학과 영화, 극작을 공부한다. 심지어 노스캐롤라이나에 머물 당시에는 잠시 시를 공부하기도 했다. 그의 수학은 촬영장에서도 이어졌다. <스파이더맨 3>(2007)를 촬영하는 세트 안에서 셰익스피어의 희곡, 존 밀턴과 제프리 초서의 시를 읽었고, <파인애플 익스프레스>(2008)를 촬영하며 16세기 영국 문학을, <밀크>(2008)의 세트장에서는 토마스 핀천의 소설을 읽고 있었다. 메소드 연기에 빠져들었던 것처럼 완벽한 연기를 위해서 연기적 지식으로 자신을 무장시켰다.
주드 아패토우가 제임스 프랭코를 처음 본 건 12년 전이었다. 아패토우는 의아했다. 멀쩡하다 못해서 여자들의 시선을 단박에 끌어낼만한 매력적인 20대 청년이 어째서 이 자리에 앉아있는 것일까. 아패토우는 당시 TV시리즈 <프릭스 앤 긱스>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부연하자면, <프릭스 앤 긱스>는 제목 그대로 괴물과 괴짜 같은, 문제아들과 얼간이들로 이뤄진, 덜 자란 아이들의 모자란 일상을 엿보는 너드 코미디물이었다. 그러니까 아패토우는 그가 이 작품에 출연을 희망한다는 것에 의문을 품었다. 하지만 프랭코는 원작자인 폴 페이그가 졸업한 고등학교가 있는 미시간까지 날아가서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 조사했다. 그런 그를 보고 모두다 미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는 결코 밑지는 장사가 아니었다.
저주 받은 컬트 코미디로 여전히 회자되는 <프릭스 앤 긱스>에 출연하며 주드 아패토우 사단의 웃기는 사내들과 맺은 인연은 결국 대단한 밑천으로 돌아왔다. 이 잘생긴 배우를 가장 고전하던 시기로부터 구원한 것이 바로 그 아패토우 사단의 <파인애플 익스프레스>(2008)였다. 세스 로건과 아패토우가 건넨 시나리오를 받아 든 프랭코는 하루 종일 약에 찌든 채 허허실실하며 얼간이 짓을 해대다가 진창 같은 상황 속으로 굴러들어가는 마약상 사울을 연기하며 새로운 연기적 자아를 얻었다. 치열한 준비 과정과 진지한 캐릭터를 도맡았던 지난 경력들과 달리 반쯤은 맛이 간 너드 역할이 일으킨 대단한 반향은 프랭코의 가치관을 흔들었다. “거기에는 많은 자유와 즉흥성, 창의성이 있었고 다른 이들의 조언이 수렴될만한 여지도 있었다.”
구스 반 산트의 <밀크>(2008)에서 하비 밀크의 애인 스콧 스미스로 등장한 프랭코는 그 뒤로도 <하울>(2010)의 비트제너레이션 작가 앨런 긴스버그 역으로 동성애자 역할을 맡았다. 이 두 독립영화는 동성애자가 등장함과 동시에 실존인물을 극화하고 있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이는 프랭코의 성정체성에 대한 루머로 번져나갔다. 하지만 되레 프랭코는 이런 반응에 관심을 보였다. “나는 반규범적인 생활양식 대로 살아가는 이 사람들이 반대 세력을 다루는 방식이 흥미로웠다. 그저 내가 게이일 거라 안다 해도.” 프랭코는 연기를 벗어나서 자신의 행위 자체가 끼치는 사회적 영향력을 거대한 예술적 행위로 인식하고 있다. 2009년 9월부터 낮 시간에 방영되는 3류 연속극 <제너럴 호스피털>에 프랭코라는 동명의 인물로 등장한 것도 그런 까닭이다. 그는 현실과 허구 사이에 놓인 배우와 캐릭터 사이의 상호연관관계와 그것이 작품의 안팎으로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탐구적 흥미를 직접 칼럼으로 써내기도 했다.
“그는 이미 잠정적으로 정해진 캐릭터를 연기했기에 새로운 가능성이 죽은 것이나 다름없었지만 그걸 잘 점령했다. 기적에 가까운 연기였다.” 협곡 사이로 미끄러지다 떨어져 내린 돌에 팔이 끼어서 사투를 벌이다 끝내 자신의 팔을 잘라내고 탈출한 아론 랄스턴의 실화를 영화화한 <127시간>(2010)의 대니 보일은 프랭코를 극찬했다. 비행기를 타고 뉴욕과 촬영지를 오가며 연기한 그는 틈나는 대로 마르셸 프루스트를 읽어가면서 바위 사이에 갇힌 한 남자의 고립된 감정을 감각적으로 환기시킨다. 이 연기로 첫 오스카 후보에 오른 프랭코는 애파토우 사단의 코믹 판타지물 <유어 하이니스>(2010)로 한숨을 돌리고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으로 오랜 시리즈의 기원을 세우는 일에 동참했다.
최근 예일대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이수한 프랭코는 뉴욕대에서 시를 영화로 변환하는 강의를 맡았다. 지난 해에는 단편소설을 써내기도 했다. 현재 그는 연기 외에도 연출에 관심이 많다. 제임스 딘의 <이유없는 반항>(1955)에 출연했던 살 미네오에 관한 작품을 연출하고 베니스 오리종티 부문에 출품했다. “연기할 수 있는 역할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그건 도전이며 그 도전들은 보람이고 즐거움이다.” 그는 안주하지도, 서두르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의 모든 것을 즐기는, 정의할 수 없는 에너지를 지닌 배우, 그가 제임스 프랭코다.
한 남자가 있었다. 기계공학을 전공한 그는 인텔의 엔지니어로 근무했다. 하지만 그는 언제나 자신의 진짜 존재감을 다른 곳에서 찾았다. 그는 언제나 틈나는 대로 무작정 여행을 떠나고 누군가가 정해놓지 않은 길을 개척하며 생의 쾌감을 좇아갔다. 그런 어느 날처럼 그는 무작정 유타주의 블루존 캐넌으로 도보여행을 떠났고, 그곳에서 예기치 않게 동행을 만나 자신만의 루트 안에서 그들에게 새로운 쾌감을 안긴 뒤, 또 다른 영역으로 혼자 떠나갔다.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던 그 사내는 위풍당당하게 협곡을 건너기 위해 틈새에 놓인 바위 위에 발을 내디딘다. 순간 발을 지탱하던 바위가 떨어졌고 그는 협곡 사이로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잠시 후, 그는 자신의 오른손이 협곡 사이에 끼인 바위 틈새로 들어가 있는 것을 발견한다. 통증보다도 경악스러운 건 결코 손을 뺄 수 없다는 것. 누구도 찾지 않는 깊은 협곡 속에서 오른팔을 볼모로 남자는 갇힌다. 그리고 결국 그 남자는 127시간을 버티다 자신의 괴사된 오른팔을 잘라내고 사막을 걸어 나와서 비로소 구조된다. 이는 실화다. 아론 랠스톤이 바로 그다.
15분. <127시간>이라는 영화의 타이틀은 영화가 시작되고, 영화의 타이틀이 떠오르지 않았다는 것을 잊어버렸을 즈음에서나 떠오른다. <127시간>은 거기서 시작되는 영화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로 스타일리스트로서 자신의 입지를 다시 새롭게 구축해내는데 성공한 대니 보일은 <127시간>을 통해 자신만의 감각을 유감없이 발휘하는 동시에 서사적 구조의 운용력을 탁월하게 검증해낸다. 실화에 바탕을 둔 <127시간>은 그 사연만으로도, 오른팔을 잘라내고 자신의 생명을 구해냈다는 어떤 남자의 진짜 사연만으로도 특별해질 수 있는 영화다. 하지만 대니 보일의, 그리고 제임스 프랭코가 연기한 <127시간>은 단지 그 사연을 재현한 영화라는 것으로만 언급될 작품이 아니다. 혹은 대니 보일의 스타일리쉬한 영상, 제임스 프랭코의 괄목할만한 연기, A.R.라만의 탁월한 음악도 주인공이 아니다. 이 모든 것은 결과적으로 그 남자의 생이 증명한 무언가를 위한 것이다.
오른팔이 협곡과 바위 사이에 끼인 채, 협곡에 갇힌 남자가 탈출하기까지 견뎌야 했던 127시간의 여정을 90여분의 러닝 타임 내에 녹여낸 <127시간>은 사실 어느 한 공간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단도직입적으로 매우 심심해 보이는 이야기인 것도 사실이다. 최근 개봉된 <베리드>와 비교되기도 하는 -대조가 아닌- 이 작품은 하나의 공간에 놓여 있으나 그 공간적인 한계를 다른 방식으로 극복해내는, 어쩌면 그것을 통해 작품의 아이덴티티를 보다 확고하게 구축하는 작품이라 할만하다. 세상에서 자신이 가장 자유로운 사람이라 여기던 사내가 좁은 협곡에 갇힌 채 자신의 생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야금야금 좀먹어 가는 상황 속에서 자신의 오른팔을 버리는 자해에 가까운 탈출을 감행함으로써 자신의 생을 구원하게 된다는 과정을 재현하는 <127시간>은 단지 아론 랠스톤이라는 실화적 인물을 위한 장이 아니다.
<127시간>은 단지 어느 한 인물의 극한에 다다르는 자기 극복의 체험기가 아닌, 극한의 위기 속에서 생의 끝에 다다를 수도 있었던 어느 한 인간의 승리를 전 인류적인 승리로 승화시키는 작품이다. 협곡과 바위 사이에 끼인 자신의 오른팔을 빼내고자 안간힘을 쓰던 아론이 누군가의 구조를 기다리며 버티다 그 사이에서 자신의 지난 날을 돌아보게 되고 자신이 당연하다 여기던 햇살 한줌의 은혜와 가족이라는 존재의 위안을 깨닫다 결국 생을 위해 자신의 오른팔을 버리고 지상으로 올라와 누군가의 도움으로 생을 되찾고 그 이상의 생을 깨닫게 되는 여정이란 그 참담했던 지난 날만큼이나 아름답고 숭고한 의미를 되새기게 만든다. 자신의 팔을 자르는 남자의 모습이 처참하기 보단 통쾌함으로 느껴진다는 건 <127시간>이 그만큼 인간의 한계, 즉 자기 육체의 일부를 포기하고서도 생의 전부를 놓을 수 없다는 인간의 집념을 확인할 수 있다는 쾌감 덕분일 것이다. 이는 육체의 일부를 상실하고도 자신만의 삶을 꾸려나가는 누군가의 삶을 지켜보는 것과 유사하다. 결과적으로 완전한 삶을 이루는 기본적인 조건에서 벗어나서도 결과적으로 삶은 가능한 것이라는 일종의 완전성에 대한 해방감이 전달된다. <127시간>은 그 실화 자체가 주는 일종의 경이감을 보다 현실적인 체험 혹은 체감으로 전달하는 진정한 인생실용서라 해도 좋을 것이다.
대니 보일의 스타일리시한 감각은 <127시간>에서도 빼어난 능력을 자랑한다. 분할컷으로 시작되는 오프닝 시퀀스부터 중간중간 다각도의 시점으로 상황을 묘사해내는 연출력은 <127시간>의 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영화에 역동적인 인상을 부여할 수 있도록 만드는 가장 뛰어난 자질이다. 또한 홀로 협곡 속에 갇힌 채 시간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감정적 변화를 겪은 실존인물을 대신해 그런 과정을 생생하게 대변해낸 제임스 프랭코의 연기 또한 탁월하다. 하지만 <127시간>을 이루는 모든 훌륭한 요소들은 하나 같이 어떤 하나의 의미를 이루기 위한 필요조건들에 가깝다. 그건 바로 인간의 존엄성이다. 식상하고 지루한 이야기일지 모르지만 <127시간>은 그 심플한 사연을 이토록 거대한 가치로 승화시키는 영화다. 놀라운 실화의 의미를 넘어선 그 의미를 재발견하고 보다 쉽게 이해시킨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실화다. 적어도 당신을 감동시키기 위해 조작된 사연이 아니다. 그러니 깨달아야 한다. 당신의 오른팔을 내주더라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 그건 바로 지금 당신의 삶이다.
스피아톤의 화면 너머로 소년의 얼굴이 클로즈업된다. 담배 연기를 뿜어내는 거구의 경찰 앞에서 넋이 나간 표정으로 앉아있던 소년은 심문 당하는 중이다. 거칠게 날아오는 손바닥이 얼굴을 강타하는 동시에 질문이 날아온다. “이름?”곧바로 교차된 화면엔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돈 다발이 떨어지는 욕조의 풍경이 낯설게 삽입된 후, 선명한 조명 아래 제 자리를 잡은 컬러톤의 화면 너머로 퀴즈쇼 사회자와 함께 무대에 오르는 소년의 표정은 역시나 상기돼 있다. 그 전에 질문 하나. “자말 말리끄(데브 파텔)가 2천만 루피(20 million rupees) 상금을 얻기 위해선 (퀴즈쇼에서) 단 한 문제만 통과하면 된다. 그는 어떻게 (그 문제들을 통과)했을까?” 4지 선다형의 질문. 그리고 상황은 다시 반복적으로 교차된다. 경찰의 구타와 퀴즈쇼의 긴장이 연속적으로 자리를 바꾼다. 동일한 질문이 서로 다른 상황을 관통하다 하나의 맥락을 이룬다. 그 와중에 어떤 상념이 다시 끼어든다. 미소 짓는 여인의 얼굴이 점멸하듯 나타나고 사라진다.
하나의 정답을 맞추면 상급 단계로 넘어가는 퀴즈쇼처럼 자말은 인생을 돌고 넘으며 높게 자리잡은 염원을 향해 나아간다. 비극적 테두리에서 시작되는 자말의 거칠고 험난한 인생사는 물음표를 통해 소환되고 정답처럼 나열된다. 폭력이 지배하는 원초적 기운의 사회에서 착취와 유기에 내몰린 자말은 잇따른 상실을 건너며 상흔을 품고 성장해 나아간다. 자말을 성장시킨 수많은 정답들은 그가 염원하는 것들이 아니다. 그건 그저 순리적인 과정들에 불과하다. 모든 우연은 필연을 이루고 끝내 운명으로 명명된다. 모든 지나간 시간은 운명이 된다. <슬럼독 밀리어네어>(이하, <슬럼독>)는 삶을 가로막고 선 수많은 물음표 사이로 전진해나가는 자말의 인생을 통해 풀어나가는 퀴즈쇼다. 물음이 던져지면 과거가 펼쳐지고 그 사이에 놓인 정답이 드러난다. 현재의 물음을 통해 소환되는 과거는 관객에게 일종의 퍼즐과 같다. 관객은 퀴즈쇼를 통해 자말의 서사를 조립하고 그 운명의 조각들을 수집해나간다.
<슬럼독>은 분명 운명을 이야기하는 영화다. 하지만 이는 운명에 순응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되레 운명을 거부하는 방식으로 운명을 이야기한다. 배반과 상실의 경험을 덧칠해나가던 자말의 인생은 그 운명에 순응하지 않고 매번 역류를 시도한다. 수많은 물음표가 향하는 정답을 수집하는 과정은 정해진 순리를 뒤따르는 방식이 아니다. 단지 그 정답이 드러난 후에야 뒤돌아 확인하게 되는 지난 과정들이 마치 이미 준비된 운명처럼 인식될 뿐이다. 퀴즈쇼는 자말의 운명을 되짚어 나가기 위한 일종의 시험이다. 점차 고단위의 문제들이 출제될수록 자말은 평정심을 찾아간다. 경험의 반복 속에서 정답을 찾아나가는 방식에 스스로 익숙해져 간다. 문제의 간극을 파고드는 과거의 경험들은 하나같이 필연의 방식으로 현재를 재구성한다. 자신에게 주어진 문제마다 익숙한 경험의 실마리를 통해 발견된 정답 역시 지나갈 운명에 불과하다. 그리고 자말은 자신의 염원으로부터 주춤하거나 때때로 물러서야 하는 지난 운명들을 배반하듯 이내 전진한다. ‘누가 백만장자가 될 것인가?(Who wants to be a millionaire?)’라는 물음은 그의 인생에서 중요치 않다. 그저 라띠카(프리다 핀토)를 만나는 것이 그가 염원하는 유일한 운명일 뿐이다. 그리고 그 염원을 운명으로 개척하기 위해 자말은 답을 고른다. 자신의 운명을 선택한다.
그 지난한 여정은 <슬럼독>의 피날레를 완성하기 위한 도움닫기와 같다. <슬럼독>은 인도라는 특별한 국적을 무대로 하는 판타지다. 운명을 뒤쫓아 달리는 자말의 서사는 사실 영화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이미 절반 정도는 되감기 버튼과 플레이 버튼을 반복적으로 누르기 위해 마련된 것과 다름없다. 퀴즈쇼와 심문의 빠른 교차를 통해 출발하는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부지런히 오가며 정해진 운명의 수순에 돌입하기 위해 기지개를 편다. 이미 마지막 한 문제를 남겨둔 자말의 현재로부터 시작되는 영화는 사실상 이미 현재 시점에서 과거에 놓인 운명들을 관객들이 복기하게 만들면서 다가올 운명에 대한 설득력을 마련하는 셈이다. 결국 지나간 과거는 현재를 위해 복무하는 운명의 알레고리가 된다. 그에게 오늘의 정답을 알려주기 위한 경험의 예시이자 뒤따를 운명을 암시하는 복선의 구조로서 작동한다. 그리고 결국 그 모든 순간들은 거대한 운명을 이룬다.
각색을 맡은 사이몬 뷰포이는 인도 작가 비카스 스와루프가 집필한 ‘Q&A’를 완전히 풀어헤치고 재배열하는 방식으로 <슬럼독>을 완성했다. 대니 보일은 이에 완전한 이미지를 덧씌워 스크린에 투영해냈다. <트레인스포팅>만큼이나 혈기왕성한 이미지와 사운드로 치열하게 내달리는 스토리는 거칠고 성기지만 유쾌하고 끝내 낙관적이다. <슬럼독>은 할리우드의 자본으로 완성된 발리우드 감성의 영화다. 원시성이 잔존한 인도의 부조리한 현대적 풍경들이 적나라하게 펼쳐지지만 그것을 보편화하려는 시도는 최대한 배제된다. 이방인의 시선으로 필터링되지 않은 온전한 이국의 풍경은 생경함을 뛰어넘어 특별하다고 여겨질 만한 이미지로 연출됐다. <슬럼독>은 이국적 세계의 관습과 양식을 충실히 보존하는 겸손한 방식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현지의 양식에 입각한 방식에 대한 실험을 통해 그 특성을 습득하고자 하는 열의를 느끼게 한다. 지정학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할리우드의 글로벌 전략은 분명 주목할만한 태도다. 올해 아카데미가 <슬럼독>을 지원 사격한 것 역시 그런 흐름 자체가 현재 할리우드에서 큰 존중을 얻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소년은 시간을 달린다. 그리고 그 시간을 달려 결국 운명을 따라잡는다. 그 운명 속엔 자말을 무너뜨리기 좋은 비극적 기제들이 넘실거리지만 그는 결코 무너지지 않고 자신의 염원을 쫓아 달리고 또 달린다. 결국 자말의 약속은 좌절을 건너 거대한 기적을 이룬다. 그 염원은 개인을 넘어 온 국민들의 염원으로 발전하고 이내 기적처럼 완성된다. <슬럼독>은 우연이 한데 모여 필연을 이루는 과정을 설득력 있는 이야기로 구현한다. 그 끝에 이뤄지는 결말은 운명을 거슬러 오르는 방식으로 완성된 운명이다. 그 모든 건 애초에 운명이다. 그 운명을 납득할 수 있는가라는 문제는 중요치 않다. 모든 뒤쳐진 순간들은 이미 운명이 된다. 그것이 믿을 수 없는 이야기라 할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 운명은 분명 어떤 선택을 통해서 결정된다. <슬럼독>은 그 운명적 선택을 설득하는 흥미로운 사연이다. 만약 누군가가 이 글을 통해 <슬럼독>을 본다면 그 역시도 운명이다. 물론 그 운명 역시 어떤 선택을 통해 이뤄진 것이겠지만.
슬럼독 오스카네어(Oscarnaire)! 현지시각으로 2월 22일 오후 5시경, 미국 LA 코닥극장에서 제81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거행됐다. 사회를 맡은 휴 잭맨은 화려한 뮤지컬 무대로 포문을 열며 시상식의 열기를 띄웠다. 그러나 이날 시상식의 주인공은 단연 <슬럼독 밀리어네어>였다.
지난 골든글러브에서 4관왕을 차지했던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이어진 아카데미에서도 저력을 발휘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8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벌어들이며 제81회 아카데미에서 가장 큰 수익을 올렸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경쟁이 치열했던 작품상과 감독상을 비롯한 8관왕에 오르며 최고의 영예를 안았다. 13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도 3관왕을 차지했다. 하지만 주요부문에선 단 한차례도 호명을 받지 못하며 체면을 구겼다. 숀 펜과 히스 레저에게 각각 남우주연상과 남우조연상을 안겨준 <밀크>와 <다크 나이트>는 2관왕에 오르며 실속을 챙겼다. 이미 수상이 예정된 것처럼 보였던 히스 레저의 이름이 남우조연상에 호명되는 순간, 코닥 극장에 자리한 전 참석자가 기립박수로서 고인의 영예를 추대했다. 수상식은 가족의 대리 수상으로 이뤄졌다.
한편 골든글로브에서 여우주연상과 여우조연상을 독점했던 케이트 윈슬렛은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로 노미네이트 된 오스카 여우주연상 부문까지 석권하는 파란을 이어나갔다.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로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페넬로페 크루즈 역시 수상자로서 연단에 오르는데 성공했다. <월-E>로 장편 애니메이션 상을 차지한 픽사 스튜디오는 <라따뚜이>에 이어 오스카 2연패에 성공했다. 외국어영화상은 일본의 <굿’바이>에게 돌아갔다. 그 밖에도 <공작 부인: 세기의 스캔들>이 의상상에 호명됐다. 유난히 많은 수작들이 쏟아진 이번 아카데미 역시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대작보단 작품성 위주의 작품들을 선별했다. 지난 해와 마찬가지로 연기 부문에 호명된 배우들의 다국적성도 눈에 띈다. 무엇보다도 비 할리우드 영화인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최고 수혜자로 선정됐다는 점에서 최근 오스카의 보수적 취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는 설에 무게가 실릴 전망이다. 한편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비롯한 아카데미 노미네이트 작품들이 개봉 중이거나 개봉 예정인 만큼 아카데미의 선구안을 국내 극장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제81회 아카데미 수상작 리스트
작품상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감독상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대니 보일 남우주연상 <밀크 Milk> 숀 펜 여우주연상 <더 리더: 책 읽어주는 남자 The Reader> 케이트 윈슬렛 남우조연상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히스 레저 여우조연상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Vicky Cristina Barcelona> 페넬로페 크루즈 각색상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사이몬 뷰포이 각본상 <밀크 Milk>더스틴 랜스 블랙 편집상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크리스 디킨스 촬영상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앤쏘니 도드 맨틀 미술감독상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도널드 그레이엄 버트, 빅터 J. 졸포 의상상 <공작부인: 세기의 스캔들 The Duchess> 마이클 오코너 분장상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그렉 캐놈 음악상(Original score)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A.R. 라만 주제가상(Original song)“Jai Ho” from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A.R. 라만, 굴자 음향상 <다크 나이트 The Dark Knight> 리차드 킹 음향효과상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이안 태프, 리차드 프리케, 레슐 푸커티 시각효과상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The Curious Case of Benjamin Button> 에릭 바바, 스티브 프리그, 버트 달튼, 크레이그 바론 장편애니메이션 상 <월-E WALL-E> 장편다큐멘터리 상 <맨 온 와이어 Man on Wire> 단편다큐멘터리 상 <스마일 핑키 Smile Pinki> 단편애니메이션 작품상 <작은 육면체의 집 La Maison en Petits Cubes> 단편영화 작품상 <토이랜드 Spielzeugland> 외국어영화상 <굿, 바이 Departures> 일본
지난 11일 미국 현지시각 8시, 베벌리 힐튼 호텔에서 제6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이 열렸다. 지난해 작가 노조의 파업에 동참한 배우들의 보이콧으로 인해 사상 초유의 시상식 무산이라는 진통을 겪었던 골든글로브는 올해 다시 아카데미 전초전의 열기를 띄웠다. 그리고 돌아온 골든글로브 시상식은 풍성한 작품만큼이나 다양한 이변을 연출했다.
대니 보일의 <슬럼독 밀리어네어>가 4관왕에 올랐다. 감독상, 각본상, 드라마 부문 작품상, 주제가상까지 쓸어담은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주요부문 석권과 함께 4개의 트로피를 거머쥐는 기염을 토했다.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인도 외교관 출신 작가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했으며 잘 알려지지 않은 인도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작품이다. 지난 해 미국 비평가들의 찬사와 지지를 한 몸에 얻었던 <슬럼독 밀리어네어>는 지난 8일 열린 미국 비평가상 시상식에서도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작품상 등 5개 부문을 수상한 바 있다.
지난 해 제65회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작인 대런 아로노프스키의 <레슬러>는 골든글로브 2관왕에 올랐다. 다사다난한 인생 역정을 지닌 미키 루크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레슬러>는 브루스 스프링스틴이 노래한 ‘The Wrestler’로 주제가상을 수상하며 2개의 트로피를 가져갔다. 샘 멘데스가 연출한 <레볼루셔너리 로드>로 드라마 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케이트 윈슬렛은 스티븐 달트리가 연출한 <더 리더>로 여우조연상까지 수상하며 이례적인 겹경사를 맞이했다. 한편 <다크 나이트>에서 괴력적인 연기로 보여준 히스 레저는 남우조연상에 호명되며 고인에 대한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 밖에도 뮤지컬코미디 부분에서는 우디 알렌이 연출한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가 작품상을, <킬러들의 도시>와 <해피 고 럭키>에서 주연을 맡았던 콜린 패럴과 샐리 호킨스가 각각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차지했다. 장편애니메이션상은 픽사 스튜디오의 <월-E>가 선정됐다. 이로서 지난 2004년 신설된 이래로 픽사 스튜디오는 <카><라따뚜이>에 이어 <월-E>까지 3번 연속 골든글로브 장편애니메이션상을 수상하며 명성을 공고히 다졌다. 외국어영화상엔 이스라엘 출신 감독 아리 폴만의 <바시르와 왈츠를>에게 돌아갔다. 아리 폴만의 실화를 영화화한 이 작품은 최근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에 대한 경종을 울릴만한 작품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지난 해 골든글로브 세실 B. 드밀 평생공로상의 수상자로 선정된 스티븐 스필버그는 1년이 유예 끝에 한해를 건너 미뤄둔 영광을 찾았다.
올해 제6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는 영국 출신 영화인들에게 많은 트로피가 수여됐다. 대니 보일을 비롯해 영국 출신 배우 케이트 윈슬렛과 샐리 호킨스, 아일랜드 출신의 콜린 패럴까지 영국출신 감독과 배우들의 저력이 빛났다. 한편 데이빗 핀처의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와 론 하워드의 <프로스트 VS 닉슨>은 5개 부문 후보로 지명됐으나 한 부문에서도 호명되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반면 지난 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기록된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는 남우조연상 단 1개 부문 후보로 올랐지만 히스 레저의 수상으로 일말의 체면을 살렸다. 과연 아카데미 전초전의 결과가 오스카 트로피의 향방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좀 더 두고 볼 일이다.
제66회 골든글로브 시상식 영화부문 수상작
감독상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대니 보일 수상 각본상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사이먼 뷰퍼이 수상 드라마_작품상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선정 드라마_남우주연상 <레슬러 The Wrestler> 미키 루크 수상 드라마_여우주연상 <레볼루셔너리 로드 Revolutionary> 케이트 윈슬렛 수상 뮤지컬코미디_작품상 <비키 크리스티나 바르셀로나 Vicky Cristina Barcelona> 선정 뮤지컬코미디_남우주연상 <킬러들의 도시 In Bruges> 콜린 패럴 수상 뮤지컬코미디_여우주연상 <해피 고 럭키 Happy-Go-Lucky> 샐리 호킨스 수상 남우조연상 <다크 나이트 Dark Knight> 히스 레저 수상 여우조연상 <더 리더 The Reader> 케이트 윈슬렛 수상 장편애니메이션상 <월-E> 앤드류 스탠튼 수상 외국어영화상 <바시르와 왈츠를> 아리 폴만 수상 음악상 <슬럼독 밀리어네어 Slumdog Millionaire> A. R. 라만 수상 주제가상 <레슬러 The Wrestler> 브루스 스프링스틴 ‘The Wrestler’ 선정 세실 B. 드밀 평생공로상 스티븐 스필버그 수상